등록 : 2009.08.06 19:55
수정 : 2009.08.06 19:55
한국수자원학회, 용수확보·홍수조절 주장 근거 없어
기후변화 고려안돼…사회적합의 뒤 단계적 추진해야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핵심인 준설과 보 설치가 과학적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으며, 지나치게 조급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수자원 전문가들한테서 나왔다.
한국수자원학회가 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연 ‘제1회 4대강 살리기 콘퍼런스’에서 상당수 전문가가 4대강 사업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수자원학회는 이·치수에 관한 대표적 전문가 집단이며, 심명필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이 전임 학회장이다. 이날 전문가들은 전체 예산의 39%를 들여 16개 보를 설치하고 강바닥을 5.7억㎥ 준설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인데, 이것이 용수 확보와 홍수 조절을 위해 필요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승 ‘수자원의 지속적 확보기술 개발사업단’ 단장은 “준설을 통해 수자원을 확보하는 것은 강바닥 모래에 이미 물이 차 있어 물그릇이 많이 늘지 않으며, 물이 부족한 곳은 본류가 아닌 상류여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준설의 홍수조절 효과에 대해서도 “이미 4대강의 하상이 낮아져 있고 보를 미리 비워둬야 하기 때문에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국토 전반에 걸친 계획이면서도 기후변화 등 미래의 불확실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영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기후변화가 21세기 수자원 연구의 핵심 주제가 됐는데 이 사업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확률홍수량 조정 등이 설계에 고려되지 않았다”며 기후변화 등 자연과 기술의 불확실성이 상승효과를 일으킬 것을 우려했다.
22조원이 드는 사업을 4개월 만에 마스터플랜을 짜고, 아직 연구자에게 마스터플랜 보고서도 공개되지 않은, 정부의 졸속·밀실 추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전문가들은 단계적 추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소 연구위원은 “외국이라면 계획에만도 몇 년이 걸린다”며 “묶음으로 모든 사업을 한꺼번에 추진하지 말고 단계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모아 추진하면서 불확실성과 오류 가능성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