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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10 19:32 수정 : 2009.07.11 00:05

장자연 사건 수사 대상자 최종 처리 결과

[장자연 사건 최종결과 발표 ‘봐주기 수사’ 논란]
계열사 전사장·임원 아들 ‘술자리 동석’만 확인
문건서 거론된 금융인·기업인 등도 모두 무혐의

탤런트 고 장자연씨의 문건에서 성상납·술접대 의혹의 핵심 인물로 거론됐던 <조선일보> 관련 고위 인사들이 결국 경찰의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모두 장씨와 모르는 사이거나, 만났더라도 접대를 강요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인데, 경찰은 이들 가운데 일부에 대해선 추가 조사조차 하지 않아 ‘졸속·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10일 최종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문건에 등장한 ‘조선일보 고위 임원’은 “스포츠○○ 전 사장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경찰이 실명을 흐린 ‘스포츠○○’은 조선일보사의 계열사를 가리킨다. 경찰은 지난 4월24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 조선일보사 고위 임원에 대해 “장씨와 만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고, (장씨 소속사의) 김아무개 전 대표와 약속한 날짜에 알리바이가 있다”며 무혐의 처분을 한 바 있다.

장씨가 스포츠○○ 전 사장을 이른바 ‘조선일보 고위 임원’으로 착각했다고 경찰이 판단한 근거는 두 가지다. 경찰은 문건에 등장하는 조선일보 고위 임원과 만났다고 한 그 시점에 장씨가 스포츠○○ 사장을 만난 사실이 있고,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김 전 대표의 일정표와 주소록에 스포츠○○ 전 사장을 ‘○○일보 사장’으로 적어 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이번에 새로 등장한 ‘스포츠○○ 전 사장’의 접대 강요 의혹에 대해 “혐의 없음” 결정을 했다. 장씨의 문건에는 ‘2008년 9월경, ○○일보 ○사장이라는 사람과 룸살롱 접대 자리를 불러서’라는 부분이 나오는데, 경찰은 이 무렵 “스포츠○○ 전 사장과 김 전 대표, 장씨 등 6명이 서울 청담동의 한 중국집에서 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신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 자리의 성격에 대해 “강요나 술자리 접대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여럿이 모인 자리에 함께한 것”이라며 “장씨가 확대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결론을 냈다.

경찰은 특히 장씨와 술자리를 함께한 것으로 확인된 조선일보 고위 임원의 아들에 대해 추가 조사를 하지 않은 채 ‘혐의 없음’ 처분을 했다. 경찰은 지난 4월 중간수사 브리핑에서 이 인물에 대해 내사중지 처분을 내리면서 “김 전 대표의 신병을 확보한 뒤 조사를 재개할 것”이라고 공언했으나, 추가 조사 없이 결론을 낸 것이다.

경찰은 이 조선일보 고위 임원의 아들이 “2008년 12월 지인 3명과 함께 접대부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던 중 김 전 대표와 고인이 와서 합류했으나, 당시 어수선한 분위기로 보아 고인이 있었는지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다는 임원 아들의 진술이 김 전 대표의 말과 일치해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추가 조사 없이 결론을 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은 조선일보 관계자들뿐이 아니다. 장씨가 문건에서 술접대·성상납 강요와 관련해 언급한 6명의 경우에도 모두 ‘혐의 없음’ 결정이 내려졌다.

성남/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계약금의 33배 위약금…제삿날 접대 강요”
‘장씨 죽음’ 연예계 병폐 드러낸 고발장돼

한풍현 분당경찰서장이 10일 오전 경기 성남 분당서에서 탤런트 고 장자연씨 자살사건과 관련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성남/뉴시스
스스로를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라고 했던 탤런트 고 장자연씨의 문건은 비극적인 죽음과 함께 한국 연예계의 병폐와 부조리를 드러내는 ‘고발장’이 되었다. 그가 죽은 뒤 여러 여성 연예인과 업계 인사들의 증언과 비판이 잇따랐고, 여성 연예인의 절반이 성상납 또는 술접대 요구를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특히, 일부이긴 하지만 신인 여배우에 대한 드라마 감독과 금융인 등의 억압과 착취 실태가 드러난 것은 이번 수사의 성과로 꼽을 만하다.

한풍현 분당경찰서장은 10일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서 장씨의 소속사 전 대표인 김아무개(40)씨에 대해 “장씨에게 계약금의 33배에 달하는 1억원의 위약금을 물리는 부당한 전속계약을 체결해 우월한 지위에서 장씨를 폭행·억압하고, 모친의 제삿날에도 술자리에 불러내는 등 접대를 강요했다”며 “강요죄 입법 취지에 비춰 보더라도 적용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드라마 감독 ㅈ씨는 김 전 대표에게서 부당한 금전적 이득을 얻은 뒤 장씨의 ‘뒤’를 봐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ㅈ씨는 김씨한테서 5000만원을 빌린 것으로 위장해 김씨가 설립한 프로덕션에 투자하고 이사로 이름을 올린 뒤, 자신의 드라마에 장씨가 출연하도록 압력을 넣었다”고 밝혔다.

골프 접대를 주고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다른 드라마 감독 ㅈ씨는 김 전 대표와 함께 장씨를 데리고 지난해 5월 타이에 골프를 치러 간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골프 실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되냐”며 장씨에게 프로 골퍼를 부르게 하고 그 비용을 대신 내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접대를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그는 현재 타이에 머물고 있다.

경찰이 장씨와 술자리에 세 차례 동석했다고 밝힌 금융인 ㅂ씨는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술접대 자리에 장씨와 함께 자주 참석한 동료 연예인 ㅇ씨가 “김 전 대표가 중요한 약속 자리라고 해서 간 곳에는 그가 있었다”고 진술해 결국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애초 장씨의 문건에 등장하지 않았던 인물 8명을 찾아내 강요죄의 공범 혐의 등으로 수사 대상에 올리고, 이 가운데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권오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