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가 터뜨린 소화기 연기를 뚫고 '죽창'이 날아들었죠. 방패로 막느라 정신이 없어 눈을 찔린 것도 몰랐습니다"
대전 민주노총 시위에서 부상한 서울경찰청 제1기동대 15중대 의경 강호경(21) 일경이 입원해있는 21일 부산 동아대학교병원 입원실 7301호실.
2남 중 막내아들의 상태를 걱정하는 어머니 장순덕(50.여)씨의 시선을 받으며 강 일경은 16일 오후 6시께 대전에서 일어난 일을 담담히 돌아봤다. 왼쪽 눈엔 플라스틱 안구 보호대를 두르고 있었다.
강 일경은 당시 대열의 맨 앞에서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었다고 한다.
얼굴 앞쪽에 보호철망이 달린 방석모를 쓰고 있었지만 대나무 끝이 철망의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강 일경의 왼쪽 눈에는 대나무 조각과 깨진 방석모의 보호철망 조각이 박혔다.
"처음엔 눈을 찔린 것도 몰랐는데 뒤에 있던 고참이 '네 눈에서 피가 난다. 내가 앞으로 갈 테니 뒤로 빠지라'고 했습니다. '이러다 실명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겁이 덜컥 났습니다"
16일 오후 11시께 대전 A대학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일주일 더 통원치료를 받으면 된다"는 소견이었다. 하지만 일주일 병가를 받아 집 부근 동아대학교 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았더니 결과가 전혀 달랐다.
강 일경의 가족은 "눈동자 아래 뼈가 부러졌고 눈물샘과 눈꺼풀 수술도 받아야 한다고 들었다"며 "특히 뼈 수술은 2주 안에 받아야 한다는데 수술 도중 눈동자가 파열될 우려가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앞으로 수술을 세 차례 더 받아야 한다는데..."라고 걱정했다. 왼쪽 눈으로는 현재 바로 앞 손가락 개수만 구별할 수 있다.
강 일경의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려고 했지만 동아대 담당 교수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신 이 대학 안과 최선임 노세현 교수는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담당교수로부터 '강 일경이 A대학병원에서 각막 봉합수술을 받은 뒤 우리 병원으로 왔고 현재 안와골(눈동자를 받치는 뼈)이 부러져 있는 상태'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각막 봉합수술의 결과다. 노 교수는 "시력 회복 여부는 각막의 회복 정도에 달려있다"며 "각막의 상태를 지켜본 뒤 안와골 수술일정을 잡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강 일경은 기동대 소속이긴 해도 시위대 수천명이 모인 집회는 처음 겪어봤다.
평소 소속 부대에서 '시위대가 대나무를 사용하면 방패로 얼굴을 가리라'고 교육을 받긴 했지만 "막상 현장에 나가자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려움이 앞선 탓이다.
'(철망이 달린) 구식 방석모가 아니라 (얼굴 앞부분을 투명 아크릴로 감싸는) 신형 방석모를 썼더라면 부상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언감생심'일 뿐이다. 강일경에 따르면 1기동대 소속 9개 중대 중 3개 중대원만 아크릴 방석모를 쓰고 있다.
동의대 1학년을 마친 뒤 지난해 9월 입대한 8개월차 강 일경은 "치료가 끝나는 대로 부대에 복귀해 군 생활을 마치겠다"고 애써 씩씩하게 말했다.
하지만 다친 아들을 보는 어머니 장씨는 "큰 애도 의경 출신이라 시위 뉴스를 볼 때마다 불안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앞으로 폭력시위는 제발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고 말했다. 장씨는 "소속 부대에서는 '경찰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라'고 하는데 집 가까운 부산에서 치료를 받을 수는 없겠느냐"고 애원하듯 말했다. 강일경은 인터뷰에는 스스럼없이 응했지만 "얼굴이 공개되면 부대생활에 어려움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사진 촬영은 거부했다.

김승욱 기자 kind3@yna.co.kr (부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