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앞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지지자 15명이 한밤중에 경찰에 연행돼 논란을 낳고 있다. 경찰은 불법집회를 열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인도에서 촛불을 켜고 노래를 불렀을 뿐이라 과잉진압논란이 빚어졌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오후 10시께 대법원 맞은편 인도에 모여 앉아 촛불을 들고 노래를 부르던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 가운데 13명을 강제연행했다. 당시 대검 청사 주변은 전경차로 사방이 막혀 있었다.
경찰은 인도에 모여앉은 150여 명의 시민들을 향해 3번의 경고방송을 한 뒤 미처 흩어지지 못한 사람들을 집시법(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연행했다. 이들 중에는 김태년 전 민주당 의원의 부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두 명은 오후 10시40분께 대검 앞에서 같은 혐의로 연행됐다.
보통 경찰이 촛불시위자를 연행할 때는 도로를 점거하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고 판단할 경우다. 촛불을 들고 인도에 서 있는 행위는 개인의 자유로운 행동으로 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경찰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 서초경찰서 이만형 수사과장은 “2명 이상이 촛불을 켜면 집회”라며 “이들은 신고를 하지 않은 채 불법 집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초든 뭐든 의사표현이 들어가 있으면 시위용품”이라며 “시위용품은 따로 규정이 없어 종이를 든 것도 모두 시위용품”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연행된 지점은 대법원에서 100미터 안에 있었고, 이곳은 집시법상 집회가 금지된 장소라는 것이다. 이날 연행된 15명은 1일 오후 4시 현재 강서경찰서와 성동경찰서로 나뉘어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갑작스레 연행을 당한 이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연행 장소에 함께 있었던 박아무개(52)씨는 “3번의 경고 방송을 듣고 모여 있던 대부분의 시민들이 흩어졌다”며 “연행된 이들은 앉아 있던 주변을 청소하고 소지품을 챙기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해 대검 앞으로 나왔다는 탤런트 정종준(53)씨는 “정말 황당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후 6시께 시민들을 위한 초를 준비하다 경찰에게 제지를 당했던 유아무개씨는 “초가 시위용품이라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우리가 마이크를 설치하고 구호를 외치는 것도 아니고 노 전 대통령을 위해 개별적으로 모인 시민들일 뿐”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이 연행된 뒤 골목으로 흩어져 있던 시민들은 밤 11시40분께 노 전 대통령의 조사가 끝났다는 소식이 들리자 대검 맞은 편으로 모여 노란 풍선을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1일 새벽 2시10분께 노 전 대통령이 나올 때까지 계속된 이들의 ‘시위’ 행동에도 경찰은 더 이상 시민들을 연행하지 않았다. 경찰의 말 대로라면 경찰은 스스로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 셈이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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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촛불 2개면 집회”… 노사모 회원 13명 강제 연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