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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27 08:25 수정 : 2009.03.27 19:41

무자격 출판사 직원에 업무 대행…지난 한해만 70억 챙겨

저작권 소송으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법무법인에 대해 경찰이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잡고 수사에 나섰다. 특히, 이 법무법인은 지난 한 해 동안 소송 취하를 위한 ‘합의금’ 명목으로 누리꾼 8천여명으로부터 70억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 중부경찰서는 출판사 직원들을 법무법인 사무실에 따로 두고 저작권법 위반과 관련된 고소 업무를 맡게 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서울 소재 ㄱ법무법인을 수사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이 업무는 법무법인 사무직원이 맡아야 하는 것으로, 법무법인 직원은 아무런 자격 제한이 없는 출판사와 달리 전과 유무 등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추도록 변호사법에 규정돼 있다.

경찰 조사 결과, ㄱ법무법인은 저작권법 관련 고소 업무를 진행하면서 대표변호사의 부인 명의로 만든 출판사 직원들을 동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예전에 이곳에서 일했던 변호사한테서 “저작권 고소 업무에 명의만 빌려줬고, 실제 소송 업무는 출판사 직원들이 고소·합의·취하팀으로 나뉘어 대행해 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곳은 영화·가요 등의 저작권을 저작권자한테서 위임받아 이를 침해한 누리꾼을 경찰에 고소하는 업무를 진행해 왔으며, 그동안 “변호사가 처벌을 위협하며 누리꾼을 대상으로 ‘합의금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특히, 경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법무법인의 수익 가운데 일부가 분기마다 출판사(법인)로 넘어간 사실도 확인했다. 이 법무법인이 누리꾼들한테서 합의금을 입금받은 은행 계좌에는 지난해 2월부터 12월 말까지 8047명이 70억원을 입금했으며, 이 가운데 9억6천만원이 출판사로 건너갔다. 현재 출판사에 근무하는 직원은 30여명에 이르지만, 법무법인에 소속된 사무직원은 4명에 불과하다.

법조계는 일단 이런 형태에 ‘편법’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관계자는 “변호사회 내부 규칙을 통해 법무법인에서 변호사 1명당 사무직원을 4명까지만 고용할 수 있도록 제한해 왔다”며 “편법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ㄱ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 ㄴ씨는 “정당한 영업 행태로 법무법인 업무를 위해 따로 출판법인을 만들었을 뿐”이라며 “용역 개념으로 일하는 것을 변호사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법무법인은 부동산 소유 등에 여러 모로 제한이 있어 기회가 될 때 다른 곳의 매출도 있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별도의 출판법인을 뒀다”고 덧붙였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3년새 위반건수 8배…“마구잡이 고소 때문”


경찰청에 접수된 저작권 위반 사건의 발생 건수는 2005년 1만여 건에 불과했지만, 3년 만에 8배에 가까운 7만 8천여 건으로 뛰었다. 대부분 법무법인에 의한 고소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일선에선 법무법인의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 강남경찰서의 한 수사관은 “30∼40건이 한꺼번에 들어왔는데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변호사의 감독 없이 직원들이 알아서 처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울 강북경찰서의 한 수사관은 “한 사람이 여러 건을 위반했을 때 한꺼번에 고소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두고 나눠 고소해 별개로 합의금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이 고소를 남발하다보니 지방변호사회를 경유해야 한다는 변호사법의 기본 절차조차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누리꾼을 고소한 뒤 전화로 합의하는 영업 행태가 널리 알려지자 최근에는 이들 법무법인을 사칭한 전화사기(보이스 피싱)까지 등장했다. 이런 상황이라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지난달부터 초범이나 미성년자의 경우 경찰이 저작권 고소를 각하하도록 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송경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