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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10 07:51 수정 : 2009.03.10 09:16

‘촛불재판’ 개입 파문
사설서 “일부언론·판사, 인민재판식 집단 몰매”
배후론도 ‘도마’…설득력 없어 좌우 모두 비판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을 둘러싼 논란을 ‘일부 판사와 언론들의 사법부 파괴 공작’으로 규정한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비판의 핵심은 법원장이 법관과 재판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중요한 사건임에도 조선이 사건의 본질과 동떨어진 좌우 이념대결로 몰아 초점 흐리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8일 진보신당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신 대법관이 판결이 아니라) 판사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걸어대고, 그것도 모자라 모아놓고 훈계를 하는 행위는 판사들이 양심에 따라 판결하는 것을 막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며 누가 봐도 이 행위는 “권력의 요구에 따라 판결하도록 종용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사법부에서조차 문제의 심각성을 자인하여 자체 진상조사에 들어”갔음에도 “조선에서는 이 문제를 정치적, 이념적 사안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선이 “대충 상대주의적 관점으로 사태를 얼버무리려 하는 모양”이라고 진단했다.

보수 시각의 학자인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도 9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불신의 늪에 빠진 사법부’에서 조선 보도를 비판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로 나누어 보는 시각도 있는 모양”이라며 “그러나 과연 그런 도식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보수진영에서는 이용훈 대법원장을 노무현 대통령의 ‘대못’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런 이용훈 대법원장에 대해 ‘좌파 판사’들이 이념적으로 반기를 들었다는 해석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분석했다.

조선은 7일치 ‘사법부 비판을 넘어선 조직적 사법부 공격에 대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자기 성향이 맞지 않는다고 법원 내부 일을 외부에 조직적으로 폭로하거나 일부 언론과 편을 짜 법원 내부 인사에 대해 인민재판식으로 집단 몰매를 가하는 것은 건전한 사법부 비판을 벗어난 사법부를 향한 파괴공작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9일 대법원 진상조사단(단장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이 신영철 대법관을 불러서 ‘촛불 재판개입‘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시민들이 드나들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번 파문의 배후로 법원내 특정모임을 부각시킨 조선 보도도 도마에 올랐다. 조선은 6일과 7일 연속해서 사회·종합면 기사를 통해 현직 판사들이 주도하는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가 이번 사건에 관여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조선은 “일부에선 노무현 정권 당시 요직에 임명된 인사들을 다수 배출한 판사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가 이번 사안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며 ‘한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말을 인용해 “젊은 좌파 판사들이 법원이 지난 정권 때와 달라지는 데 대해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신 대법관의 이메일로 촉발된 사법 관료화에 대한 문제제기는 특정 이념 편들기가 아니라 법관 개개인의 재판 독립이 걸려 있는 중요한 문제”라며 “이 때문에 법원 내부에서는 이번 문제제기에 대해 가치관이나 이념을 떠나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조선의 단순한 이념 구분과 편가르기식 접근은 사법부 독립에 대한 건전한 논의를 오히려 가로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민주언론 시민연합은 6일 논평을 내어 “독재정권 시절에나 있을 법한 재판 개입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조선일보는 진실을 공개한 판사를 몰아붙이는 적반하장의 행태마저 보이고 있다”며 “사법부가 ‘정권의 들러리’였던 시절을 꿈꾸는 게 틀림없다”고 꼬집었다. 김동훈 김남일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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