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06 19:08
수정 : 2009.03.06 23:31
“내가 피의자나, 왜 나를 조사해” 불쾌감 보여
신영철 대법관 ‘촛불 보석 제동’ 새의혹 불거져
이용훈 대법원장이 촛불집회 사건 재판간섭 파문을 부른 신영철 대법관의 전자우편 내용이 “대체적으로 내가 말한 원칙과 일맥상통한다”고 밝혔다. 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 원장이던 지난해 형사단독 판사들을 만나 촛불사건 피고인들에게 보석을 허가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는 새로운 의혹도 불거졌다.
이 대법원장은 6일 기자들과 만나 “판사들이 위헌이라고 생각하면 위헌 제청을 하는 것이고, 위헌이 아니라고 보면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맞다”며 “그런 (다양한) 의견들이 합쳐져 대외적으로 표출돼야 사법부지, 한 사람의 의견이 (사법부 의견) 전체로 비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전자우편 내용은) 조금 각색이 됐을지 모르지만 대체적으로 내가 말한 원칙과 일맥상통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 10월14일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이던 신 대법관이 대법원장 업무보고 뒤 형사단독 판사들에게 “대법원장 말씀”이라며 보낸 전자우편에서 “(촛불사건의) 위헌 제청을 한 판사의 소신이나 독립성은 존중돼야 한다. 법원이 일사불란한 기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나머지 사건은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한 내용이 자신의 뜻과 같음을 밝힌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취재진에게 “대법원장을 왜 조사하느냐”고 말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법원장도 조사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업무보고 때의 상황을 (조사단장인) 법원행정처장에게 몇 차례 설명했다. 이 상황에서 대법원장을 조사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 옳은 일이냐”고 말했다. 또 “(법원장이 전자우편을 보냈다고) 판사들이 압박받아서 되겠나. 판사들은 양심에 따라 소신대로 할 동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오석준 대법원 공보관은 “조사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조사라는 표현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언론에 대해서도 “신문이 심한 거 아니냐”, “과잉보도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신 대법관이 지난해 10월13일 회의에서 촛불사건 피고인들과 관련해 ‘구속 피고인을 위헌 제청이 됐다고 풀어주는 건 곤란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에스비에스>와 <노컷뉴스>가 복수의 당시 형사단독 판사들 말을 따 보도했다. 이보다 4일 앞서 안진걸 광우병국민대책회의 팀장의 재판을 맡은 박재영 판사는 야간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위헌 제청을 하고 보석을 허가했다. 다음날 다른 재판부가 박석운 진보연대 상임운영위원장 등 2명을 석방했다. 당시 회의 참석자는 신 대법관이 이 자리에서도 ‘간통죄에 대한 위헌 제청 뒤에도 재판이 진행되지 않았느냐’며 촛불사건 재판을 계속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오 공보관은 “신 대법관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