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공헌 팀장이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 <사자후티브이>
|
[현장] ‘누리꾼 길거리 방송’ 찾아가보니
공중파 사라진 뒤에도 ‘ON’…칼라TV 스타 참여도
욕 먹고 돈 없어도 “날 것 그대로 방송이 진실보도”
#장면1누리꾼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사자후티브이>(afreeca.com/audiogod1)는 지난 1월 1일 보신각 타종행사에서 벌어진 시민들의 촛불 시위를 생중계했다. 순간 시청자 수 2만7천명을 기록한 이 중계는 KBS의 보신각행사 중계 장면과 큰 차이를 보여 누리꾼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평균적으로 인터넷 생중계 방송은 순간 시청자수 500~2000명을 기록한다.) 누리꾼들에게 이 보도는 “공중파보다 진실보도에 가까웠다”는 평을 들었다. #장면2
지난 촛불 정국 때 등장해 큰 호응을 얻었던 <칼라티브이>(jinbocolor.tv)는 지난 20일 ‘용산 철거민 참사’ 현장을 끝까지 생중계해 다시 한번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건물 옥상의 망루에 불이 붙기 전부터 불이 붙은 순간, 경찰의 진압작전이 끝날 때까지 생생한 현장을 그대로 보도했다. 기성 언론들이 보도하지 못한 <칼라티브이>의 단독 보도였다. 경찰이 사건 초기에 “컨테이너로 망루를 때리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칼라티브이>의 보도로 경찰의 거짓말이 드러났다. 지난 해 촛불집회 때부터 등장한 누리꾼들의 거리 생중계가 촛불이 꺼진 뒤에도 계속 되고 있다. 이젠 거리 생중계가 정착되는 단계를 넘어 기존 언론사들과 경쟁하며 심심찮게 특종을 터뜨릴 정도로 맹활약하고 있다.
<사자후티브이>와 <칼라티브이>외에도 지속적으로 촛불집회 등과 관련한 현장 생중계를 하는 누리꾼들은 <누리꾼 티브이>, <안단테사랑> 등 10여개에 이른다. 기성 언론도 아니고, 장비도 변변치 않은 누리꾼 길거리 방송(거리의 저널리즘)은 무엇 때문에 카메라를 놓지 못하는 것일까? 12시간째 카메라도 사람도 ‘ON’ “지금 기동대원들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잠시 뒤 철거민들의 연행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김공헌 <사자후티브이> 팀장(40)은 지난달 19일 밤 10시께 매서운 칼바람이 귓불을 따갑게 하는 추운 날씨 속에서 서울 용산구 한강로의 한 건물 옥상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김 팀장은 초조한 눈빛으로 누리꾼들에게 사건 현장을 중계하느라 바빴다. 삼각대 위에 올려놓은 작은 카메라는 철거민들이 망루를 짓고 올라가 싸우고 있는 건물을 비추고 있었다. 300여명의 시청자가 인터넷을 타고 전해져오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19일 오전 11시부터 시작한 생중계가 12시간을 넘기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김 팀장은 이런 철야 방송에 익숙하다. “밤 새워 방송 해야죠. 상황이 언제 터질지 모르니 카메라를 끌 수가 있나요.” 멋쩍게 웃으며 그가 대답했다. 순간, 별풍선 선물이 전달됐다. 김 팀장의 어깨가 조금 가벼워지는 순간이다. (별풍선은 ‘아프리카 티브이’에서 운영하는 일종의 격려시스템) <사자후티브이>는 팀원 4명으로 이뤄져 있는 누리꾼 방송이다. 지난 해 8월 중순을 넘기며 촛불이 사그라지기 시작하면서 누리꾼 방송들 역시 힘을 잃고 하나 둘 자취를 감췄다. 이 때 김 팀장은 <사자후티브이>를 만들었다. “남들이 그만둘 때, 시작해야한다”는 판단이 그를 움직였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였던 김 팀장은 생업을 잠시 접고 팀원들을 모아 지역 촛불집회 현장을 꾸준히 찾아갔다. 그러나 그는 요즘 고민이 많다. <사자후티브이>를 올바른 시민의 방송의 모델로 만들고 싶은 꿈이 있지만, 현실과 거리는 아득하다. 차곡 차곡 쌓여가는 빚에 신용불량자 될 처지 무엇보다 어려운 점은 ‘돈’이다. 통장의 잔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닥이 나고, 카드 값은 수시로 연체를 거듭한다. 김 팀장도 현재 1400만원 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차고 있다. 지난 해 9월부터 빚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한 달에 30만원 정도의 후원금이 계좌로 들어오고 있지만, 월 300만원이 들어가는 방송국 운영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김 팀장은 “밥값, 테이프값, 차량 유지비, 사무실 비용 등이 생각보다 많이 든다”고 말했다. <칼라티브이>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명선(33) 리포터의 통장도 마이너스 상태다. 같이 활동하는 팀원들은 곧 신용불량자가 될 처지에 놓였다. 방송 현장에서 만난 이씨는 “정태인, 진중권 선생이 보내주는 강의료로 방송국을 꾸리고 있지만 개인에게 지급되는 돈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칼라티브이>는 지난 촛불 정국 때 만들어져 촛불 집회 뿐 아니라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투쟁 등 비정규직 사업장의 장기 투쟁을 지속적으로 보도해왔다. 수시로 방송 장비가 파손되는 일도 누리꾼 방송들의 재정을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누리꾼 티브이>를 운영하는 신대식(42)씨는 “한달에 카메라 수리비만 100만원이 나갈 때가 허다하다”고 말한다. <사자후티브이> 김 팀장도 “작년에만 180만원 짜리 중고 카메라 2대가 경찰의 방패에 맞아 고장이 났다”고 말했다. 생중계 현장이 주로 시민과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이 일어나는 곳이라 장비의 파손이 잦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들은 정식 언론사가 아니어서 경찰에 보상 청구도 못해봤다. 파손되면 수리비는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신씨는 “누리꾼 방송이든 공중파 방송이든 똑같은 언론인데, 함께 배상 해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장비 파손돼도 정식 언론사 아니어서 청구 못해 다치는 일도 허다하다. “방송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시비를 걸며 해코지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역시 정식 언론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시민들이 함부로 대하는 바람에 겪고 있는 고충이다. 지난 24일 김 팀장은 용산 역 앞에서 취재하던 도중 부상을 당했다. 김 팀장은 “‘노노데모’ 쪽 사람들이 용산 참사로 희생당한 사람들을 폭도로 그린 전단지를 뿌리고 있는 것을 취재하다가 얼굴을 얻어맞았다”고 말했다. 취재 현장에서 온갖 차별을 받기도 한다. ‘진실을 보도하겠다’는 의지마저 꺾이게 만들 정도로 이런 차별은 견디기 어렵다. <누리꾼 티브이>의 신씨는 경찰들에게 “사이비 기자 새끼들”이라고 쌍욕을 들었을 때를 잊지 못한다. “니가 무슨 기자냐고 되물으며 현장을 못 찍게 하는 경찰도 더러 있어요. 그럴 때는 정말 화가 나요.” <사자후티브이> 김 팀장은 “시청자들이 많이 봐줘 인지도가 좀 올라가면 경찰의 태도도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누리꾼들이 취재 현장에서 받는 차별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 때문에 언론인권센터에서는 지난 해부터 ‘1인미디어지원 특별위원회’를 꾸려 운영 중이다. 윤여진 사무처장은 “집회 현장을 취재하던 취재진이 경찰에 연행되는 일이 발생하고 카메라 등 장비가 파손돼도 보상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져 1인 미디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위원회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취재환경이 좋아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경찰은 ‘등록되지 않은 언론사엔 취재를 보장할 수 없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신분이 확실하지 않으면 취재를 차단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기자증과 기자협회에서 지급한 완장을 소지하고 있지 않으면 취재를 보장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새로운 매체가 하루가 다르게 속속 등장하고 있는 뉴미디어 시대에 1인 미디어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전환해야 할 시기라고 주문한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기자증으로 기자의 취재권을 보장하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며 “기자증이 없다고 해서 알권리를 박탈당해도 좋다는 논리를 갖기보다는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언론인을 존중하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말한다. 거리 생중계를 넘어서 자체 프로그램 제작 준비 이렇게 어려운 여건과 차별 속에서 1인 미디어들이 방송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진실한 보도’는 1인 미디어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목표다. <칼라티브이> 이명선 리포터는 “기존 언론들은 이슈를 만들려고 편집도 하고 이야기를 재미있게 구성하지만, 우리는 기존의 이야기를 그대로 보여줄 뿐”이라며 “편집을 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장점”이라고 말한다. 이씨는 “진실을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보도하는 게 절실하다”며 “기존 언론들은 객관성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편집자의 주관을 배제한 날 것 그대로의 방송이 곧 진실보도라는 태도다. 거대한 기존 언론이 신뢰를 잃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제 몇몇 누리꾼 방송은 거리 생중계 뿐 아니라 제작 역량을 끌어올려 자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단계에 와 있다. 김 팀장은 “촛불시민들의 뜻에 공감하는 ‘개념 가게’들이 많다”며 “2월 초부터는 개념가게 탐방 프로그램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칼라티브이>도 ‘돌발 미디어 투나잇’이라는 이름의 자체 시사 프로그램을 틈틈이 제작하고 있다. 날 것 그대로의 방송을 클릭하는 단 한명의 시청자라도 있는 한, 거리의 1인 미디어들의 카메라는 꺼질 일이 없을 것 같다. 허재현기자 catalunia@hani.co.kr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