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1.23 18:21
수정 : 2009.01.24 12:25
대책위 규탄 회견…유가족, 전문의 참여하는 재부검 촉구
용산 철거민 참사의 책임을 철거민 쪽에만 지우는 방향으로 검찰 수사가 흘러가자, 시민사회단체와 희생자 유족들이 격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용산대책위) 회원과 유족 등 20여명은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살인진압 은폐·축소하는 검찰 수사본부 해체” 등을 주장했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검찰의 연행자 6명 구속영장 청구와 전국철거민연합 수사 확대 방침은 살인진압의 책임이 무리한 공권력 투입에 있다는 사실을 왜곡하기 위한 대국민 사기극의 서막”이라고 말했다. 또 “경찰 최고 책임자는 놔두고 힘없고 돈없는 약자인 철거민들만 구속한 것은 범정부 차원의 은폐가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인권실천시민연대의 오창익 사무국장은 “죽은 자는 국회의원들이 조문하는데, 살아남은 자는 테러리스트란 말이냐”며 검찰을 비판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청와대는 검찰이 시간을 벌고 있는 동안에 경찰청장 인사청문회 요청안을 내지 않고 설 이후까지 문책을 미루려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다”고 정부를 질타했다.
유가족은 이날 오후 합동분향소가 있는 용산 순천향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족들이 전문의를 대동하고 재부검을 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유족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숨지기 전 맞은 흔적이 없다고 했는데, 시신을 보니 심하게 타고 살점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며 “구타 흔적이 없었는지 다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대책위는 이날 저녁 7시 강추위 속에 서울역 앞 광장에서 2천여명(대책위 추산 3500명, 경찰 추산 17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용산 참사 범국민 추모대회’를 열었다. 참가자 유아무개(31)씨는 “용산 재개발은 잘 모르지만 철거민들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정부 발표는 폭력이라고 생각해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뒤 홍대, 명동성당 방면 등으로 나뉘어 오후 11시께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도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북구 필그린아파트 앞에서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이명박 퇴진,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울산시민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영화인회의, 한국작가회의 등 문화예술단체 회원 10여명은 이날 오후 용산 참사 현장에서 추모제를 열었다. 이들은 ‘너희가 누구인지 그때 알았다’는 제목의 추모시를 낭독하고, 이윤협 화백의 시화가 그려진 가로 2.5m, 세로 6m의 걸개그림을 참사 건물의 도로쪽 면 3층 높이에 걸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불교인권위원회도 이날 오전 건물 앞에서 위령제를 열어 “가슴에 손을 얹고 뜨겁게 생각해 보자. 과연 이 나라에 무슨 민주주의가 있고, 무슨 자유가 있는가”라는 내용의 애도시를 올렸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설 연휴가 끝난 뒤 참사 추모 미사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성, 울산/김광수 기자
sage5t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