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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22 08:39 수정 : 2009.01.2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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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선 미리 뽑고 정부선 돌연 인원 절반줄여
이공계 대학원생 400여명 합격 취소 ‘날벼락’

이공계 대학원생 이아무개(28·부산대)씨는 지난해 10월 한 대기업 연구소에 ‘전문연구요원’으로 합격했다. 석사 과정을 마친 뒤 3년 동안 민간·공공 연구소에서 근무하며 군복무를 대신하는 병역특례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입사를 두 달여 앞둔 지난달 말 난데없이 합격 취소 통보가 날아들었다. 회사 쪽은 “가합격 상태였는데 정부에서 배정 인원 수를 갑자기 크게 줄여 성적순으로 합격을 취소했다”며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졸지에 일자리를 잃은 것은 물론 당장 군에 입대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전문연구요원은 통상 의무 근무 기간을 채운 뒤에도 해당 기업에 계속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정식 취업이나 다름없다. 이씨는 부랴부랴 예정에 없던 박사 과정에 진학했고, 취직하면 결혼하려던 계획도 기약 없이 미뤘다.

정부가 대기업에 배정된 병역특례 전문연구요원 수를 갑자기 큰 폭으로 줄여 합격 취소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삼성·엘지 등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9~10월께 전문요원을 공채로 채용한다. 구체적인 기업별 할당 인원은 12월 말께 확정되지만, 통상 기업들이 신청한 인원만큼 할당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대기업 전문요원 할당 인원이 전년 626명의 3분의 1인 209명으로 줄었다. 병무청은 “예년의 경우 대기업 대 중소기업의 배정 비율이 4 대 6 정도였는데, 2009년에는 그 비율을 2 대 8로 조정했다”며 “중소기업들의 건의에 따라 정책적 판단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중소기업 육성 차원에서 병역특례를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따라 줄잡아 400여명이 갑작스레 합격 취소 통보를 받게 됐다. 합격 취소자들은 이런 상황을 ‘병특 대란’이라고 이르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연말이면 중소기업 전문요원 채용도 대부분 끝나 대안조차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에 합격했다가 취소 통보를 받은 한 대학원생은 “대기업 합격자에서 졸지에 백수로 내려앉은 황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아무개(27)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절대인원 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대기업 인원을 줄여 중소기업 인원을 늘리겠다는 뜻인지 몰랐다”며 “사법고시도 갑자기 인원을 줄이지 않는데 정부가 이공계를 너무 홀대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기업들도 난감한 처지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 임원은 “사전에 병무청이 인원 감축을 고지하고 따로 논의를 요구한 적이 없다”며 “기업들이 관행적으로 전문연구요원을 미리 뽑는 것을 정부도 뻔히 알고 있고, 그래서 공채를 통해 합격 통보를 해왔는데 느닷없이 인원이 큰 폭으로 조정돼 우리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병무청은 “큰 폭으로 인원이 조정된 건 맞지만, 공식적인 인원 할당 시기는 12월 말”이라며 “기업들이 우수 인력을 선점하려는 차원에서 미리 뽑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정유경 이승준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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