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1.10 11:05
수정 : 2009.01.10 11:10
국토부 “RS선 투입”…KDI 일반선으로 수요계산
강·바다 겸용 RS선 속도 느리고 비싸 경제성 없어
정부가 오는 3월부터 공사를 재개하기로 결정한 경인운하의 경제성에 대한 의문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가 ‘경인운하는 경제성이 있다’는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비용편익 분석 결과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비용대비 편익 비율을 1.07(1 이상이면 경제성 있다는 뜻)로 계산했지만, 비용은 의도적으로 줄이고 편익은 부풀린 흔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 비용은 대충 줄이고 국토해양부는 경인운하 핵심 구간인 굴포천 방수로의 일부 공사비를 제외시켜 비용편익 비율을 부풀렸다는 <한겨레> 보도(9일치 1·5면)에 대해, 9일 해명자료를 냈다. “굴포천 방수로는 경인운하와 상관없는 치수사업으로, 경인운하 사업의 타당성 분석에서 굴포천 방수로의 비용과 편익은 모두 빼야 한다”는 게 요지다.
논란의 핵심은 애초 40m였던 굴포천 방수로(인천 서구 시천동~계양구 동양동 14.2㎞)의 너비를 80m로 확장하는 공사가 운하용이냐 아니냐는 것이다. 권진봉 국토부 수자원정책실장은 “홍수가 나면 한강과 서해로 방류하기로 했던 계획을 1994년에 서해 쪽 전량 방류로 결정하면서 굴포천 방수로 너비를 40m에서 80m로 늘린 것”이라며 운하와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런 국토부 해명은 2003년 감사원의 경인운하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와 정면으로 어긋난다. 당시 감사원은 “수자원공사가 굴포천 방수로를 80m로 변경해 방수로 겸용의 운하를 개설한다는 계획을 만들고 건설교통부가 이를 확정했다”며 “확장하는 40m는 운하용”이라고 명확히 지적한 바 있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굴포천 방수로 구간의 공사비가 34%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이렇게 하면 경인운하사업비는 1590억원 더 늘어, 비용편익 비율은 1 밑으로 떨어진다.
굴포천 방수로의 확장이 운하 사업과 연결된다는 또다른 증거도 이날 드러났다. 2005년 4월19일 당시 환경부 자연보전국장, 건설교통부 수자원국장, 환경정의 사무처장, 굴포천지역협의회 간사,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 등 정부·여당과 환경·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굴포천유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를 만들어 방수로 공사와 관련한 5개항에 합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경인운하를 할 경우 경제성 분석은 굴포천 방수로 너비 80m 가운데 40m를 포함하기로 했다. 운하 사업 비용에서 굴포천 방수로 부분은 모두 빼야 한다는 정부 쪽 주장이 궁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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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운하백지화수도권공동대책위원회는 9일 오후 종로구 적석동 한국건강연대 회의실에서 경인운하의 경제성과 운하선박의 문제점등 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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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익은 최대한 키우고 편익을 부풀려 추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근거는, 정부가 운하에 실제 투입하기로 한 선박과 수요예측 조사에서 가정한 선박이 다르다는 데 있다. 화물 수요 예상치는 운하의 편익 추정에서 핵심요소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한국개발연구원은 경인운하에 운항할 배를 소형 컨테이너선으로 가정하고 국내 화물주들을 상대로 수요예측 조사를 했다. 반면에 국토부는 4천톤급 강-바다 겸용(RS)선을 운하용 배라고 발표했다. 컨테이너선은 바닥이 얕은데다 보 4개와 다리 12개를 지나야 하는 경인운하에는 맞지 않기 때문에 급하게 바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아르에스선은 컨테이너선보다 운임은 훨씬 비싸고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이런 단점을 감안하지 않고 수요예측 조사를 했다면 엉터리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임석민 한신대 교수는 “일반 컨테이너선은 바닥이 유선형으로 되어 있지만 아르에스선은 그렇지 않아서 같은 연료를 사용할 경우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허종식 선임기자
jong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