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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사채 외엔 빌릴 곳 없는 금융소외자들
누리꾼 투표로 진정성 평가해 소액씩 투자
720만 신용 소외자를 고려한 새로운 금융실험이 인터넷에서 벌어지고 있다.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외면하는 이들에게 급한 돈을 빌려주는 ‘현대판 품앗이’다. 금융 소외자들의 공동체 사이트를 내세운 ‘원클릭’(oneclick.com)이 바로 그 실험장이다.
오빠의 빚보증을 섰다가 파산한 주부 김아무개씨는 지난달 18일 이 사이트에서 100만원을 빌렸다. 연 30%의 이자에 9개월 동안 다달이 12만원 정도의 원리금을 갚는 조건이다. 일반인들에겐 비싼 이자지만, 사채 이자를 쓰는 김씨에겐 “황송한 조건”이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자신의 처지를 매우 상세하게 올린다. “엄마 수술비가 너무 급해 모자라는 돈을 사채로 채웠습니다. 120만원을 빌렸는데 20일마다 17만원씩 이자를 냅니다. 이곳에서 100만원을 빌려 사채를 갚게 해주세요. 두 아이의 이름을 걸고 꼬박꼬박 갚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김씨는 이런 사연과 함께 가계 수입·지출 내역, 자신이 부담할 이자율과 몇 달에 나누어 갚을 것인지를 올렸다.
글을 본 회원들은 김씨가 돈을 제대로 갚을지를 두고 사이버 투표를 벌이고, 게시판을 통해 당사자에게 질문을 하고 토론을 벌였다. 그 결과, 회원 38명이 2만~4만원씩 모아 100만원을 빌려줬다. 이 사이트에선 한 사람이 보통 100만~200만원을 빌리지만,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30~50명이다. 돈을 갚을 능력이나 의지가 의심돼 대출자들을 못 모으면 빌릴 수 없다. 김씨가 다달이 내는 원리금은 사이트를 통해 대출자들에게 분배된다.
돈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채권·채무자는 상대의 정보를 모른다. 하지만 각자의 아이디로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고, 또 감사해한다. 돈을 갚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면, 대출자들이 게시판에 모여 소송을 할지 좀더 기다릴지도 투표로 정한다. 이곳에서 돈을 빌렸다가 안정을 찾아 반대로 소액 대출자로 나서는 순환구조도 만들어지고 있다.
실험 단계라 규모는 크지 않다. 현재 회원은 대출 경험자 583명을 포함해 6241명이다. 대출은 모두 265건에 2억6700만원이다. 다수가 검증한 탓에 돈을 ‘떼이는’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265건 가운데 대손처리된 대출은 8건으로 3% 정도다.
영국과 미국에도 이런 대출 중개사이트가 있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금융 소외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개 수수료도 받지 않는다.
이 사이트의 신현욱 대표는 “자선사업을 하려는 게 아니라,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이들도 합리적인 이자를 내면서 경제활동을 하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또 “국내에는 이른바 신용불량자들이 돈을 빌리면 몇프로나 못 갚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없어 대부업자들의 황당한 이자율이 판을 치는 것”이라며 “사이트가 활성화돼 유의미한 데이터가 나오면 이들에게 받아야 할 합리적 이자율도 계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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