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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12 14:46 수정 : 2008.11.13 10:43

이동통신과 인터넷 등 각종 네트워크에서 하루 동안 해방되자는 뜻으로 마련한 ‘로그아웃 데이’ 행사가 11일 오전 서울 노원구 공릉동 서울여대 교정에서 열려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이 체험에 앞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맡기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문자 씹었다고 ‘면박’…인터넷 수강생 모임도 결석
강의노트 못보고 영어학원 듣기평가 점수확인 난감

“야! 싸이 클럽 왜 가입 안 해? 조별 모임 안 할 거야?”

11일 아침, 이은영(서울여대 언론영상학 4)씨는 강의실에 도착하자마자 친구들로부터 면박을 당했다. 인터넷 클럽에 가입하라고 조장이 보낸 문자 메시지를 본의 아니게 ‘씹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날 휴대전화와 노트북, 엠피3 등을 몽땅 기숙사에 두고 왔다. 학교 쪽이 마련한 ‘네트워크로부터 해방되는 하루-로그아웃(log-out) 데이’ 행사에 참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씨가 이번 학기에 듣는 강의 5개 가운데 4개는 수강생들끼리 인터넷을 통해 조별 모임을 한다. 보통 온라인 채팅을 하면서 발표 계획을 짠 뒤, 인터넷과 전자도서관 자료를 뒤져 싸이월드 클럽에 올려 발표물을 만든다. 이씨의 ‘로그아웃’ 탓에 이날 조별 모임은 결국 취소됐다.

당황스런 상황은 계속됐다. 휴대전화가 없으니 시간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이씨는 “캠퍼스 안에 ‘공중용 시계’가 거의 없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고 했다. 기숙사 서랍에 처박혀 있던 손목시계를 들고 나오니 약속 시간이 지났다. 평소 같으면 “늦겠다”는 문자 한 통이면 됐지만 불가능했다. 순간 ‘공중전화가 있지!’라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이내 난관에 부닥쳤다. “010-92…. 뭐더라?” 휴대전화에 저장된 친구의 전화번호는 이씨의 머리 속에는 남아 있지 않았다. “아~, 강의노트!” 오후 수업에 들어가서는 노트북이 없어 교수님이 전날 수업 커뮤니티에 올려놓는 강의노트를 볼 수가 없었다. 강의 내용을 일일이 받아 적기가 무섭게 파워 포인트 화면은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슬슬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새로 산 구두가 집에 도착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문자도 인터넷 확인도 불가능하다. 토익 학원 과제인 ‘알씨(RC) 문제 100선’을 풀긴 풀었는데 정답을 확인할 길이 없다. 정답은 인터넷에만 올라오기 때문이다. 엠피3 플레이어로 내려받아야 하는 듣기 문제는 아예 풀지도 못했다. 남자 친구한테 ‘빼빼로 데이’ 이모티콘을 보내는 것도 포기해야 했다.

이날 이씨처럼 ‘로그아웃 데이’에 참가한 이 학교 학생들은 휴대전화 전원을 끈 채 여러 체험 부스를 경험했다. ‘손으로 편지 써 보내기’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 중 친구의 주소지를 적어 편지를 부친 이는 거의 없었다. 한정선(사학·2)씨는 “하루에 보통 100통 이상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데, 편지는 거의 1년 만에 써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디 외에 ‘내가 설명하는 나’를 생각해보는 ‘나만의 이름 찾기’ 행사에 참가한 이아무개(22)씨는 “평소에 이름과 학번을 붙여 쓴 아이디를 사용하는데, ‘나를 설명하는 수식어’를 묻는 칸에 무엇을 적을지 몰라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