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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박효종-주진오 등 보수-진보 학자 ‘교과서 갈등’ 공방

등록 :2008-10-27 19:26수정 :2008-10-2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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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4·9통일문화재단이 2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기억의 정치: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박효종 서울대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4·9통일문화재단이 2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기억의 정치: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박효종 서울대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보수 “이분법 묶인 자기폄하 교과서”
진보 “역사적 진실과 대면 포기 의도”
한겨레통일문화재단 토론

“좌편향이든 우편향이든 헌법적 가치나 국가 정체성을 부정한다면 다원주의의 한계를 넘는 심각한 문제다.”(박효종 서울대 교수)

“문명사관을 내세우면서 동료 학자에게 색깔론을 덧씌우는 게 과연 문명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주진오 상명대 교수)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4·9통일평화재단이 2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억의 정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고등학교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문제를 두고 보수·진보 학자들이 날선 공방을 벌였다. 계간 <역사비평>과 <시대정신>을 통해 한 차례 지상 논쟁이 있긴 했지만, 두 진영의 ‘대표급’ 학자가 두 명씩 나서 ‘태그 매치’를 벌이는 오프라인 토론회는 처음이었던 까닭에 연구자와 시민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보수 쪽 발표자로 나선 박효종 교수는 ‘근현대사 교과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발표문에서 현행 금성출판사 교과서가 “건국의 정당성과 대한민국의 성과를 부인하는 1980년대 좌파들의 ‘부친살해’ 담론에 기반해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런 ‘사관의 편향’이 “좌파 민족주의의 기조를 이루는 ‘제국주의 대 반제국주의’ ‘친일 대 반일’ ‘독재 대 반독재’의 단순 이분법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며 “그 결과 우리 사회는 항의·비판은 있되 건설은 없는 사회로 기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이어 “해방 이후 현대사를 전체주의적 통제체제와 대결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확립한 ‘문명사적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진보 쪽 토론자인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역사 바로세우기는 ‘부친을 살해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독재정권에 의해 ‘부친을 살해당한 사람들’이 망각된 기억을 복원하려는 작업”이라고 반박했다. 한 교수는 “(뉴라이트 계열인) 교과서포럼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확립한다는 명분 아래 역사의 밝은 면만 보라고 하는데, 불편한 진실과 정직하게 대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것은 진정한 역사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위험한 대안, 위기의 역사교육’이란 글을 발표한 진보 쪽 주진오 교수는 현행 교과서가 대한민국 체제 아래서 경제 발전과 인권의 신장을 제대로 기술하지 않고 있다는 교과서포럼의 지적을 문제 삼았다. 그는 “현행 교과서는 경제성장을 통치자 혼자 이룬 것이 아니라 많은 민중들이 피와 땀으로 이룬 것이며, 엄혹한 독재와 탄압 속에서도 국민의 성숙된 역량이 이만한 민주주의를 일궈냈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효종 교수가 강조하는 ‘문명사적 관점’에 대해서도 “미국식 자본주의와 정치체제를 인류 역사상 가장 발전한 단계로 간주하는 목적론적·냉전적 역사관”이며 “사실상 탈근대주의의 옷을 입은 친미적 근대화론”이라고 공박했다.

보수 쪽 토론자로 나선 이영훈 서울대 교수는 “교과서포럼의 문제의식은 불완전한 점은 많지만 한국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우리의 존재론적 근원을 묻고자 했던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대한민국의 발전은 시장경제에 기반한 자유무역이라는 세계적 흐름을 탔기 때문”이라면서 “현행 교과서에 이런 문명사적 의미가 반영되지 않은 것은 ‘좌편향’이라기보다 1980년대 역사 연구가 갖고 있는 시대적 한계로 보고 싶다”고 말했다.

교과서 갈등의 해법과 관련해 양쪽은 모두 “학문적 논쟁으로 시비를 가려보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박 교수가 “역사학자와 정치·경제·사회·문화사를 전공한 사회과학자간의 학제적 교류”를 주장한 반면, 주 교수는 “역사학계와 역사교사들 의견을 먼저 수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맞섰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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