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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03 19:06 수정 : 2008.10.03 19:50

무농약쌀을 생산하기 위해 오리농법으로 벼농사를 짓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이곳에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 오리농법으로 농사짓기를 시작해 올해 첫 수확을 앞두고 있다. 노무현 공식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 제공

올해 생산량 지난해보다 최대 5%상승 전망
소비량 줄고 재고는 쌓이고…가격폭락 시름
친환경 농법 도입에 가공용 품종 변경 제기

쌀 급수현황
“비료값 종자대 인건비 등 온갖 것이 다 오르는데 쌀값만 떨어지고 있다. 시중 쌀값이 40㎏ 한가마에 4만원까지 내린다고 해 풍년이 들었어도 마음이 답답하기만 하다.”(김영두·78·전남 곡성군 입면·벼농사 6600㎡)

“풍수해가 전혀 없어 올해는 20%쯤 소출이 늘어날 것이다. 생산비를 건지려면 조곡 40㎏ 한가마에 7만원은 받아야 하는데 농협 매입값이 5만원대에 머물 전망이어서 출하를 거부하자는 목소리가 높다.”(이선재·59·곡성군 곡성읍·논 4620㎡ 임대)

올해 벼농사는 풍년을 맞았다. 하지만 농민들은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기보다는 넘쳐나는 쌀을 어떻게 처리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3일 “올해 벼 재배면적은 93만6천㏊로 지난해보다 1.5% 줄었지만, 쌀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2.2~5% 늘어난 450만4천~462만7천t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는 태풍 피해가 없었고, 비가 적고 맑은 날이 많은 등 전반적인 기상 상태가 벼농사에 상당히 좋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올 연말까지 40만t의 쌀을 사들여 비축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1만7천t 줄어든 양이다. 대신에 농협 등은 지난해보다 30만t 많은 200만t을 사들일 예정이다. 하지만 200만t 이상의 쌀을 농민들이 직접 처분해야 할 형편이다. 쌀값 폭락 등 남는 쌀 처분 문제로 진통을 겪을 것이 불보듯 뻔하다. 농민들이 풍년을 일궈내고도 기뻐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현재 정부는 쌀 자급률을 95%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언제라도 10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생산된 쌀을 식량으로만 사용한다면 전국민이 배불리 먹고도 해마다 90만t 정도가 남기 때문이다. 남는 쌀은 대북지원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하지만, 연말 재고량은 2006년 83만t, 지난해 69만5천t에 이르고 있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마저 2005년 80.7㎏, 2006년 78.8㎏, 2007년 76.9㎏, 2008년 75.6㎏로 계속 줄고 있어, 남는 쌀의 양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벼농사의 체질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우리 농촌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환경친화적 농법도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쪽으로 체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에 따른 것이다. 오리·우렁이·지렁이·민물게·메뚜기 등을 이용한 다양한 농법이 개발돼 시험되고 있다. 덕택에 올해 생산된 쌀의 10% 정도를 저농약 쌀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남는 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질을 높인다고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재욱(67) 한국지속농업산학연구회장은 “남는 만큼의 쌀을 가공용으로 품종을 바꿔 생산하면 단 한톨의 쌀도 남기지 않을 것”이라고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세계 1위 휴대폰 생산업체인 노키아의 한국지사인 노키아티엠시에서 1986년부터 2004년까지 대표이사를 지낸 기업인 출신으로, 5년째 경남 고성군에서 자신이 개발한 ‘지장농법’으로 벼농사를 짓고 있다. 그의 주장은 기업논리를 벼농사에 적용한 것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쌀은 자포니카 계열로, 쌀을 주식으로 삼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먹는 인디카 계열과는 다른 품종이라 해마다 100만t 가까이 남아도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과자 등을 만들 때 들어가는 가공용 쌀은 주로 인디카 계열이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회장은 식량용 쌀 생산을 줄이는 대신 가공용 쌀을 생산하면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 수출까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가공용 쌀은 밥과 떡을 제외한 과자·국수·냉면·자장면 등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들어간다고 할 만큼 활용방안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쌀이 남아 생기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며 “특히 올해같이 세계 곡물값이 폭등한 상황에서 가공용 쌀을 대량 생산했다면, 엄청난 외화를 벌어들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 곡성/최상원 안관옥 기자 c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