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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8.28 14:41 수정 : 2008.08.2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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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없다”

“안전도에 문제가 있다”

“일제의 잔재다”

서울시가 새 청사를 건립하기 위해 원래 시청 건물을 헐어버리기 위해 내세운 논리다. 어처구니없고 한심한 일이다.

역사를 보는 방법

흐르는 한 시대의 모든 정황을 포착하는 원근통시법으로 접근해야 옳다. 遠近通視法이란 처음과 끝을 동시에 보는 방법을 말하는 것으로 역사를 보는 기본적인 자세를 말하는 것이다.


비록 시간이 흘러갔고 세대가 바뀌었을망정 그 모든 과정들과 시공간을 한 번에 통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역사를 배우는 목적이고 그 안에 무수한 교훈을 담고 있는 것이다.

역사는 긍정만이 아니라 부정도 포함한다.

역사를 보는 시각을 원근통시법으로 볼 때 그 안에는 원튼 원하지 않든 부정과 긍정의 양면이 존재한다. 한 편의 부정이 있어야 다른 한 편의 긍정이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로마의 긍정은 반대로 당시 유럽 여타 지역의 부정이 공존하기 때문에 우리가 로마의 융성했던 문화를 역사를 통해 만나는 것이고 북방 일대의 여타 민족에게 부정이 있었기에 고구려의 긍정적인 역사가 있었을 것이다.

서울시가 舊청사를 헐기 위한 논리로 내세운 것들이 얼마나 한심한 논리인지 역사를 상식적으로 보는 눈만 있었어도 나오지 못할 말들이다.

역사를 기록한 유물·유적들

문자기록으로 남긴 것이 아니라도 인류의 발자취는 선사시대로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삶의 궤적들을 남겼다. 암각화의 형태로, 동굴의 벽화로, 타버린 곡식 알갱이로, 죽어 없어진 뼈로,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다양한 형태의 물건들로, 거대한 건축물로 인류는 계속해서 자신들의 존재의 흔적을 남겨왔고 그것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살지 않았던 과거의 모습들을 알게 된다. 동·식물도 화석 등으로 자신들이 이 땅위에 살다갔던 흔적을 남기는 터에 하물며 인간들이야 말 할 것이 없다.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없다?

문화재의 정의는 무엇인가? 문자 그대로 문화적 가치를 지닌 인류 문화활동의 소산이다. 이 활동에는 민족이나 나라의 구별이 없다. 서울시청은 건축문화로 보거나 정치문화로 보거나 역사문화로 보거나 대단히 중요한 문화재다. 서울시가 新청사를 짓기 위해 헐어야 할 당위성으로 내세우는 논리로는 너무나 빈약하다. 서울역을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새 驛舍를 만들면서 舊역사는 문화재로 보존하고 있다. 문화재로서의 가치 유무를 따지기 이전에 부지가 부족하다고 말했다면 차라리 덜 빈약했을 것이다. 그 정도의 부지는 얼마든지 있다. 꼭 지금의 자리에 신 청사를 건립할 어떤 이유도 없다.

더욱 한심한 것은 언제 서울시가 문화재의 가치판단을 하는 곳이 되었냐는 것이다.

과거 청계천을 복원한답시고 각종 문화적 가치가 높은 유적들을 함부로 대했던 이명박 당시 서울 시장처럼 지금의 서울시도 개발이라는 함정에 묻혀서 문화재의 가치유무까지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강행하려 한다. 어울리지 않는 꼴이다.

문화재는 한번 파괴하면 다시 복원할 수 없다. 형태는 남길지 모르지만 원래의 숨결은 없어진다. 타버린 숭례문을 복원해도 600년 숨결이나 당대의 땀의 흔적들은 전혀 복원 할 수 없다.

안전도에 문제가 있다?

2008년의 대한민국의 건축기술이나 유지 보수 능력이 그렇게 허술하고 후진적이라고 서울시가 생각한다면 별로 할 말은 없지만 글쓴이가 볼 때 서울시청 건물은 한강대교보다 훨씬 안전하고 서울역보다 안전하다. 물론 경복궁보다 안전하다. 뭐가 안전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 정말 안전도에 문제가 있다면 그 안전도를 높이고 유지하는 쪽으로 노력하면 그만이다. 변명이 너무 치졸하다.

일제의 잔재다?

그야말로 지나가던 개가 웃을 노릇이고 소가 하품할 소리다. 그렇게 일제의 잔재가 마땅치 않으면 서울시가 나서서 서울시 차원에서라도 일제의 잔재를 치우는 일에 앞장섰을 일이다. 일제의 잔재라는 것이 건축물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박혀있는 일제의 참혹하고 비열했던 흔적들이다. 건축물을 철거할 것이 아니라 친일파들을 앞장서서 규탄하고 청산하는 작업이 우선이지 그깟 건축물 몇 개를 부순다고 잔재가 치워질 일이 아니다.

더구나 일제의 잔재라는 시청건물은 맞은 편 덕수궁의 수난과 함께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하고 담고 있는 생생한 현장이고 살아있는 교과서다.

서울시가 시청 신청사를 짓기 위해 구청사를 헐어버리려는 것은 문화재로서의 가치나 안전도, 일제의 잔재라는 심오한 역사의식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오로지 거대한 신 청사를 짓겠다는 일념에서 자신들이 볼 때 여타 소소해 보이는 것들은 무시하겠다는 일방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건물 하나 짓는 것이 역사보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몰역사성과 문화재에 대한 무식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욱 저급한 오로지 전시행정을 위한 자기 포장에 연연한 까닭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눈앞에 있는 거대한 신 청사를 바라보면서 어깨에 바짝 힘을 주고 한껏 배를 내밀며 뒷짐 지고 흐뭇하게 쳐다보는 자신들의 모습뿐이다.

숭례문을 불태우고 청계천의 유적들을 망치고도 아직도 깨닫는 것이 없다면 서울시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외계인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그들만의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고 외계의 문화재를 만들겠다는 외계침략자들인가 말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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