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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일 야당 ‘억류 일본인 보상법’ 추진…한국인 소송 투쟁

등록 :2008-08-15 10:52수정 :2008-08-1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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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강제억류자 특별조치법안’ 작성에 주도적 구실을 한 곤노 아즈마(61) 민주당 참의원 의원.
‘전후 강제억류자 특별조치법안’ 작성에 주도적 구실을 한 곤노 아즈마(61) 민주당 참의원 의원.
[광복절 특별기획]
‘해방 63년’ 아버지의 발자취를 찾아서
한-일 시베리아억류 피해자 협력도
일본에서 시베리아 억류 경험자 가운데 이름난 사람을 꼽으라면 세지마 류조 전 이토추 상사 회장이 1순위에 오를 것이다. 지난해 9월 아흔여섯에 타계한 그는 일본 현대사의 영욕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육사와 육군대학을 수석으로 나와 대본영에서 태평양 전쟁 작전계획을 짰고, 1945년 7월 관동군 참모로 전출됐다가 포로로 잡혀 56년 8월 일본에 돌아왔다.

한국과의 인연도 두텁다. 종합 무역상사인 이토추 간부로 입사해 민간인으로 변신한 그는, 한-일 협정 타결과 함께 들어온 청구권 자금 관련 수주전에 뛰어들어 박정희 정권의 실력자들에게 적잖은 로비자금을 뿌렸다. 소설 <불모지대>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그는 신군부의 쿠데타 때 삼성물산 임원이었던 권익현 전 민정당 대표의 소개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만났다. 이런 인연으로 84년 1월 전두환의 방일과 90년 5월 노태우의 방일 때 막후에서 ‘천황의 말’ 을 조율하는 밀사 구실도 했다.

그러나 억류자들 대부분은 고국에 돌아와 세지마처럼 잘나가지 못했다. 소련에서 왔다는 이유로 ‘빨갱이’로 몰려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다. 초기에는 날품을 팔아 생계를 이어간 사람들이 많았다. 일본과 소련은 56년 10월 공동성명을 통해 국교를 재개하면서 전쟁 피해에 대한 청구권을 서로 포기했다.

일본 정부는 마지막 억류자들이 돌아오자 문제가 일단락된 것으로 간주했다. 억류 실태 조사, 보상, 유골 반환 등에 정부가 아무런 성의를 보이지 않자 억류자들은 79년 전국억류자보상협의회(전억협)를 꾸렸다. 전억협은 포로 처우에 관한 제네바 협정이나 국제관행을 따를 때, 포로생활 중의 강제노동에 대한 미불임금의 지급은 포로 소속국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6년에 걸친 전억협의 소송은 결국 원고 패소로 끝났다. 전억협은 옐레나 카타소노바 동양학연구소 연구원을 전담 직원으로 고용해 러시아 당국과 독자적으로 협상을 벌였다. 노동증명서 발급과 억류 관련 극비문서 발굴에 큰 성과를 올렸지만, 일본 사법부의 벽은 높았다. 억류자들의 처지는 동정하지만 전사자, 공습 희생자와 마찬가지로 전쟁피해는 모든 국민이 함께 감내해야 한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사이토 로쿠로 전억협 회장은 93년 9월 카타소노바와 함께 방한해 동완 당시 삭풍회 회장과 만나 러시아의 노동증명서를 발급받는 절차 등을 논의했다. 한국과 일본인 억류자들의 전후보상 공동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전후보상 요구는 거의 모두 한국·중국·대만과 동남아의 피해자들이 주체가 되고 있으나, 시베리아 억류자들은 한국과 일본의 피해자들이 같은 처지에서 싸우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삭풍회 회원들은 2003년 6월 도쿄지법에 억류 때의 미지급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2004년 4월에는 이병주 회장 등 삭풍회 대표들이 방일해 일본 의회 앞에서 전억협 회원들과 함께 연좌농성을 벌이고 참의원 의장 등에게 문제의 조기해결을 촉구하는 요망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 억류자들이 한배를 타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일본의 제1야당 민주당은 다음 임시국회에서 다른 야당과 공동으로 ‘전후 강제억류자 특별조치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법안 작성에 주도적 구실을 한 곤노 아즈마(61) 민주당 참의원 의원은 자민당의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유감스럽지만’ 보상 대상을 일단 일본 국적자로 정하고 추가조처 강구를 부칙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먼저 길을 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삭풍회 회원들의 이해를 바란다고 말했다. 설사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한국인 피해자들에게 실질적 보상이 오는 날이 언제가 될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도쿄 / 김효순 기자 hyo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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