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 속에는 ‘반미’가 섞여 있을까? 분명 그렇다. 그러나 그 양상과 작동 방식은 이전과 전혀 다르다.
기존의 반미는 ‘이념’ 반미였다. 그들은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전략적 유연성에 반대했다. 그러나 촛불의 반미는 ‘생활’ 반미다. 사람들은 광우병 위험이 있는 쇠고기를 강요하는 미국과 그런 미국의 요구에 끌려다니는 한국 정부에 불만을 쏟아낸다. 유모차를 끄는 주부는 “우리 아이의 생명을 위협하는 미국이 싫다”고 말하고,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은 “미친 고기는 너나 먹어”라고 거침없이 외친다. ‘양키 고 홈’이나 ‘주한미군 철수’ 등의 구호는 들을 수 없다. 우석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촛불의 반미는 매우 실용적이고, 사안을 따로따로 구별한다는 의미에서 매우 선별적”이라고 말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대책회의)는 보수 단체들의 색깔론을 의식한 탓인지 ‘촛불’과 ‘반미’가 한데 섞이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 왔다. 이에 따라 6월13일 미선이·효순이 6주년 추모식은 경기도 양주의 사고 지점에서, 6·15 남북 공동선언 8주기 행사는 서울 종각에서 촛불집회와 따로 치렀다.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단체들이 반미·친북 성향임을 지적한 <조선일보> 23일치 기사도 촛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친북·반미의 모습을 띠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운동을 현장에서 이끌어 온 김종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공동집행위원장은 “우리가 볼 때 지금의 촛불은 약간 답답한 느낌도 있다”고 말했다.
홍성태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사회학)는 “시민들 사이에서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는 ‘반미’ 정서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한국 정부의 협상력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실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도 “협상의 고비 때마다 (미국 협상단에) 촛불 사진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90점짜리 협상’이라는 정부의 자화자찬을 가능하게 한 것은 결국 정부의 맹목적 숭미가 아닌 촛불의 분노였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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