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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연세대 교수가 지난 1일 밤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광화문 일대를 행진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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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현장 연쇄기고]③-김호기
신-구세대·온-오프 공존, 축제로 참여로 소통으로
‘사회운동의 진화’에 정치권 낡은 공권력으로 대응
사회운동은 나와 같은 정치사회학 전공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연구 현장이다. 이 현장은 몇 가지 고유한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사회운동은 고정돼 있지 않고 살아 있다. 둘째, 운동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부와 외부의 이중적 시각이 필요하다. 셋째, 관찰과 참여의 거리가 언제나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1일 일요일 저녁 두 번째로 촛불집회에 가보았다. 첫 번째는 5월9일 촛불집회였다. 그 전날 <한국방송> 제1라디오 ‘열린토론’ 10대들의 촛불집회 참여에 관한 토론에 나갔던 터라 직접 현장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언론이 보도한대로 촛불집회에는 10대들이 상당히 참여하고 있었다. 발언은 발랄했고 표정도 당당했다. 내가 발견한 것은 이들은 ‘386 세대’와도, ‘88만원 세대’와도 다르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이들에게 쌍방향 소통의 ‘2.0 세대’라고 이름붙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3주가 지난 일요일 현장에는 새로운 참여자들이 크게 눈에 띠었다. 대학생, 직장인, 예비군, 유모차에 아기를 태운 주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이들이 가득 메운 광화문 사거리는 거대한 아고라(광장)를 이뤘다.
사회학자 하버마스가 말했듯이 시민사회는 본디 자유로운 무정형의 공간이다. 이순신 동상 부근에는 시민들이 경찰과 팽팽히 대치하고 있었지만, 후방에선 ‘거리의 축제’, ‘거리의 민주주의’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고시 무효와 재협상’을 외치고, 어떤 이들은 정답게 손잡고 현장을 가로질러 가고, 또 다른 이들은 돗자리를 깔고 김밥을 나눠먹으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2008년 봄 광화문 사거리에는 ‘현대’와 ‘탈현대’가 함께 있었다. 한켠에선 사회운동조직에서 온 이들이 80년대 엄숙한 운동가요를 부르고 있었다. 다른 쪽에선 10대들이 연신 문자메시지로 집회를 생중계하고 있었다. 일찍이 나는 우리 사회에서 ‘모던’과 ‘포스트모던’이 이렇게 활기차게 공존해 강렬한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지 못했다.
관찰자의 시선에서 광화문 사거리는 직접행동의 생생한 현장이다. 제도의 정치가 국민 다수의 뜻을 거스를 때, ‘제도의 민주주의’가 무기력할 때, 시민들은 자신의 마지막 수단인 직접행동, ‘거리의 민주주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피켓을 들어 오만한 권력을 비판하고, 대한민국의 주인은 바로 우리 자신임을 증거하고, 바로 그 속에서 연대와 참여라는 소중한 민주주의 가치를 스스로 체득하고 있었다.
내가 발견한 것은 진화하는 사회운동이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소멸하고, 중심이 없는, 아니 모든 이들이 스스로 중심이 되는 이 ‘거리의 정치’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그 때 녹색교통운동 민만기 사무처장을 만났다. 그 역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다(多)중심화되고 내부와 외부의 장벽이 무너지는 이 새로운 ‘거리의 시민불복종’은 우리 시민사회의 새로운 문턱, 새로운 진화를 상징한다. 엄숙에서 발랄로, 의례에서 축제로, 지도에서 참여로, 위계에서 네트워크로, 단절에서 소통으로 우리 시민사회는 이제 새로운 진화의 문턱 위에 서 있었다. 문제는 정치다. 시민사회는 이렇게 디지털로 끝없이 변신하고 있는데 정작 정치는 여전히 낡은 아날로그, 그것도 정당성 없는 공권력으로 완고하게 대응하고 있으니, 이 시간의 격차를 대체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밤 10시 30분, 광화문 사거리에서 서울 역사박물관까지 걸어와 집으로 오는 택시를 탔다. 머리 속에는 오래 전 부르던 “살아서 만나리라”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의 한 구절과 방금 전 들었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 제1조>의 한 구절이 뒤엉켜 맴돌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MC 몽 노래의 한 구절이 순간 내 귀에 걸렸다. “찬 바람 불 때 내게 와 줄래 …신나게 놀자 웃자 한바탕 …전국민 좌절 금지 프로젝트.” 그렇다. 촛불집회는 전국민 좌절 금지 프로젝트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희망의 속삭임일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는 참여자가 돼 있었다. 연세대 교수·사회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