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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 가족들 “구해달라 전화받는 심정 알까”
정부 ‘협상불가’ 원칙 고수…시민들 모금 나서
선원들 “구타로 고막터지고 이 부러져” 호소
“아프간 피랍 인질들은 대통령 특사와 국정원장까지 나서 42일 만에 데려왔는데, 이역만리에 돈벌러 갔다 납치된 선원들은 왜 150일이 넘도록 내버려 둡니까?”(피랍 선장 부인)
새우잡이 원양어선 마부노 1·2호(탄자니아 국적) 선원들(한국인 4명, 외국인 20명)이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역에서 무장단체에 납치된 것은 지난 5월15일이다. 14일로 153일째 억류돼 있는 한국인 선원들을 ‘빨리 구하자’는 움직임이 각계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아프간 인질 때와는 달리 무장단체와의 직접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
선원 가족들의 호소=선장 한석호(40)씨의 부인 김정임(48)씨는 “가족들의 손이 닿지도 않는 곳에서 ‘구출해 달라’고 걸려 오는 남편의 전화를 받는 심정을 누가 이해하겠느냐”며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끔찍한 해적들의 음성을 생각하면 이러다가 정말 살아 돌아오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울먹였다. 그는 “정부가 협상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가족들이 언론과 접촉하는 걸 막아 그동안 순순히 따랐는데, 무장단체가 요구하는 몸값을 지원할 수 없다고 해 선원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정부를 원망했다.
선원 가족들은 이날 오후 부산 롯데백화점 앞에서 전국해상산업 노동조합연맹(해상노련), 소말리아 피랍 선원을 위한 시민모임 등과 함께 피랍 선원 구출을 위한 서명운동에 나섰다. 가족들은 15일 국회를 방문해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한 뒤 국무총리실을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해상노련은 시민모임과 함께 15일부터 피랍 선원 구출을 위한 국민모금운동에 나선다.
해상노련 등이 지난달 25일 게설한 인터넷 사이트(gobada.co.kr)에는 “아프간 사람들은 돈을 그만큼이나 주고 데려 왔으면서 … (선원들은 방치해) 진짜 화나고, 안타깝고, 정부가 밉기만 하다”는 등의 정부 비난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정부에 몸값 선납 요청=안대선 해상노련 해운조직본부장은 “정부가 먼저 무장단체에 피랍 선원들의 몸값을 지급해 납치 문제를 해결하고 선주에게 구상권을 행사해도 충분한데 방관하고 있다”며 “최근 선주 쪽도 전화를 통해 정부가 먼저 해결해 주면 뒤에 배를 모두 팔아서라도 갚겠다고 확인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선주 안현수(50)씨가 현재 케냐에서 무장단체와 직접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무장단체가 선원들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내건 몸값 70만달러(6억5천만원)가 없어 선원들이 풀려나지 않고 있다.
이에 외교통상부의 한 당국자는 “해적과 같은 불법 행위에 대해 석방금을 정부 차원에서 지급하지 않는 것이 국제사회의 원칙”이라며 “하지만 피랍 인질들의 신변안전, 이들의 석방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소말리아 정부와 협력 등에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중되는 피랍 선원들의 고통=억류 생활이 장기화하면서 피랍 선원들은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주 안씨는 “지난 9월 중순께 해적들이 ‘돈을 내라’며 선원들을 폭행해 일부는 고막이 터지고 이가 부러지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며 “피랍 생활이 길어지면서 한국 음식이 다 떨어져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장 부인 김씨도 “식량과 기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은 9월1일 통화에서 이미 확인했고, 선원들은 지금 구타와 말라리아, 식량 부족으로 죽지 못해 살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가족들이 부산역이든 서울역이든 거리로 나서 국민들에게 구출을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