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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육

“사춘기라 그런거지 우울증이라뇨?”

등록 :2016-08-29 23:58수정 :2016-08-30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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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학업 스트레스와 결과 중심적 사고방식이 아이들의 마음을 무너뜨리고 있다. 부족한 점만 지적하지 말고, 잘하는 부분을 찾아 자주 표현해주는 게 중요하다. 부모의 관심과 세심한 배려만이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와 결과 중심적 사고방식이 아이들의 마음을 무너뜨리고 있다. 부족한 점만 지적하지 말고, 잘하는 부분을 찾아 자주 표현해주는 게 중요하다. 부모의 관심과 세심한 배려만이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소아청소년 우울증
스마트폰·게임 중독, 중2병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우울증’인 아이들 많아

공부 위주 경쟁문화 노출되며
부모 기대 못 미치면 패배감 등 느껴
사춘기 반항인지 마음의 병인지 살펴야
하루 1개씩 아이 강점 찾는 대화 하기
#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이○○양. 성적도 상위권이던 아이가 언제부턴가 밤늦게까지 스마트폰만 붙들고 카톡, 에스엔에스(SNS)에만 몰두해 아침에 일어나는 걸 힘들어했다. 밥도 잘 안 먹고, 가끔 “나 되게 뚱뚱하지 않아?”, “아는 애 중에 내가 젤 뚱뚱해”란 얘기를 했다. 성적은 점점 떨어지고, 친구들과도 잘 안 만나더니 혼자 있는 시간이 늘었다. 스마트폰을 들고 화장실에 한번 들어가면 한참이 지나서야 나왔다.

# 중3 최○○군은 작년까지 반에서 1등을 놓친 적 없는 모범생. 그런데 3학년 올라간 뒤부터 수업시간에 집중을 잘 못하고 숙제에서도 사소한 실수를 많이 하더니 1학기 중간고사에서 처음으로 1등을 놓쳤다. 부모님이 다른 학원 등도 알아봐줬고, 최군 스스로도 공부를 열심히 안 한 것 같아 맘도 굳게 먹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수업시간만 되면 졸음이 쏟아졌고, 책상에 앉아도 집중하기 힘들었다. 결국 기말고사에서 성적이 10등 넘게 떨어졌다.

위 사례 모두 ‘소아청소년 우울증’을 진단받았다. 그러나 진단명을 들은 부모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우리 애가 짜증이 늘긴 했지만 사춘기라 그런 거지 이렇게 멀쩡한데 무슨 우울증이라는 거죠?”, “얘는 스마트폰 중독만 치료하면 돼요, 정신은 아무 문제 없다니까요.”

■ 예전과 확연히 다른 행동 변화 의심해봐야

소아청소년 우울 증상은 성인 우울증과는 다른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성인 우울증이 기분이 축 처지는 무기력한 우울감이 주요 증상이라면, 소아청소년 우울증은 우울감이 짜증이나 예민함, ‘다 재미없다’ 등을 표현하는 식으로 드러난다. 소아는 두통·복통 같은 신체적 통증 호소로, 청소년은 성적 하락, 식욕부진 또는 폭식, 수면 과다, 인터넷·스마트폰·게임 중독, 외모집착, 도벽, 비행 등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그래서 흔히 사춘기나 ‘중2병’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가거나, 일시적 일탈로 생각하기 쉽다. 자칫 부모들이 ‘정신력의 문제’로 다그치다 증상을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 최근에는 발병 시기가 내려가는 추세인데, 나이가 어릴수록 재발률이 높고 만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청소년 우울증의 경우 충동성이 강한 시기라 자살까지 이어지는 비율이 높아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쉽게 알아채기 힘든 청소년기 우울증은 일반적인 사춘기 행동과 구별 가능하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는 “사춘기는 몇 가지 외부 상황 때문에 일시적으로 아이들이 예민해지고 감정적이 된다면, 우울증은 그런 상황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일상생활 전반에 문제를 보인다”고 했다. 예를 들어 성적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거나 학교생활 유지하는 걸 어려워할 때, 친구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만 연락할 때, 말수가 급격히 줄고 모든 가족들과 퉁명스럽게 지내는 등 이전과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일상의 변화가 있다.

또한 또래 행동 패턴과 비교를 통해, 문제 행동이 자기 스스로 통제가 안 되는 수준이라면 단순 사춘기가 아닌 우울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보통 중학교 남학생들은 주말에 부모가 제지하지 전까지는 게임을 하고 싶어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게임하려고 학교를 안 간다든가, 제지했을 때 이성을 잃고 자기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면 중독뿐 아니라 다른 심리적 원인이 있는 게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 ‘말한다고 달라질까?’ 생각에 감추기도 해

유전적 요소를 제외한 청소년 우울의 가장 큰 요인은 학업 스트레스다. 배 교수는 “학업 스트레스가 과도하게 높고, 결과만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등이 문제”라며 “공부 잘하는 아이들도 본인한테 결여된 부분만 푸시받는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환경에 장기간 반복적으로 노출된 아이들은 ‘완벽주의’를 강요받아 스스로 지나치게 높은 기대치와 기준을 설정해 놓는다. 이 때문에 작은 실수에도 패배감·우울감을 느끼기 쉽다.

아이들의 우울을 눈치채기 힘든 또 다른 원인은 소통의 부재다. 특히 따돌림이나 교우관계 문제에서 아이들은 ‘부모에게 얘기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아무도 나를 도와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가벼운 관계를 이어가는 요즘 아이들의 특성상 ‘내가 우울하다고 하면 다른 애들이 나를 떠나지 않을까’ 걱정하며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쉽지 않다. 상담심리전문가 김정희 상담사는 “여자아이들의 경우 대인관계에서 크고 작은 상처를 굉장히 많이 받게 된다. 소위 잘나가는 집단에 소속되고 싶은 욕구가 강한데, 그런 집단의 특성상 그 안에서도 내가 언제 따돌림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크다”고 전했다. 이때 부모 세대의 경험에 비춰 ‘어릴 때 친구들끼리 싸울 수도 있지’라고 가볍게 넘겨버린다면 아이들은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고 말문을 닫는다.

한양사이버대 청소년상담학과 하정희 교수는 “아이의 행동 자체보다 그 행동의 이면을 관찰해야 한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평소 부모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갑작스러운 변화가 느껴진다면, 그 ‘시기’와 그 당시 무슨 일은 없었는지 ‘원인’을 살펴야 한다.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면 학교 상담교사나 인근 지역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무료로 심리검사도 진행해주고 결과에 따라 정신건강의학과와 연계해 약물치료도 병행할 수 있다.

아이들이 우울 증상을 보이는 데는 부모가 행복하지 않은 것도 원인일 수 있다. 부부관계가 중심이 된 안정된 공동체 속에서 아이는 소통, 스트레스 관리를 비롯한 문제해결능력을 배운다. 부모의 불안이 아이에게 전가될수록 아이는 지나친 책임감과 그로 인한 죄책감만을 짊어지게 된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이은애 <함께하는 교육> 기자 dmsdo@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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