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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18 15:02 수정 : 2008.12.18 19:46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허락해 해임된 서울 길동초등학교 최혜원 교사(왼쪽)와 학생들이 학교 현관 앞에서 교실에 들어가 수업을 하게 해달라며 애원하고 있다. 영상 캡쳐

[현장] ‘일제고사 해임’ 최혜원 교사 출근투쟁
닫힌 현관문 두드리며 스승도 제자도 ‘눈물바다’
교장 “나라에서 분리하래”…끝내 경찰까지 불러

“왜 못 들어가게 하는 거예요. 선생님 얼굴 다시는 못 보잖아요.”

울음바다였다. 담임 선생님과 어린 제자는 서로 심장을 맞대고, 주저앉아 통곡을 했다. 굳게 닫힌 현관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18일 오전 8시 서울 길동초등학교 현관 앞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이 학교 6학년2반 최혜원(25) 교사는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해임을 당했다. 최 교사는 17일 마지막 수업을 하고, 이날 학생들을 만나려고 교실로 들어가려던 길이었다.

반 학생 대부분은 “절대 다른 선생님이 주는 졸업장은 받지 않겠다. 도둑괭이(최 교사의 별명) 선생님한테 당당하게 졸업장을 받겠다”며 담임교사의 ‘출근투쟁’에 동참하기로 했다. 그러나 최 교사가 학교에 도착하기 전 남학생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학생은 학교 쪽이 막아 교실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일제고사 교사 해임’ 길동초교 최혜원 교사 출근투쟁 첫날

여학생 10여 명은 학교의 만류에도 교문 앞까지 나와 최 교사를 맞았다. 이들은 교실에 들어가기 전 학교 정문에서 노래를 불렀다. “배고픔이 없는 세상. 서러움이 없는 세상. 쫓겨나지 않는 세상. 군림하지 않는 세상….” 반 아이들과 즐겨 불렀던 ‘평화가 무엇이냐’라는 노래는 흥겹기까지 했다. 아이들의 손에는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 “졸업식만은 꼭 선생님과 함께하고 싶어요.” 최 교사도 손팻말을 들었다. “아이들 곁으로 돌아갈래요. 졸업장도 주고 싶어요.”

잠시 뒤 최 교사와 학생들은 교실로 들어가려고 현관문으로 향했다. 현관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학교 쪽이 해임된 최 교사를 교실에 들여보낼 수 없다며 문을 잠갔다. 아이들은 닫힌 현관문을 두드리며 통곡을 했다. “문 열어. 문 열어 달라고. 우리 반 선생님이에요. 왜 우리 선생님을 못 들어가게 하는 거에요.” 몇몇 아이들은 바닥에 주저 앉아 흐느꼈다. 최 교사도 눈물을 흘렸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발도 동동 굴렀다. 학부모와 동료 교사 등 20여 명의 어른들은 아무도 손을 쓰지 못하고 이들을 지켜볼 뿐이었다.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허락해 해임된 서울 길동초등학교 최혜원 교사의 반 학생들이 “졸업식만은 꼭 선생님과 함께하고 싶어요”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교문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영상 캡쳐

학생들과 최 교사의 통곡이 커지자 이 학교 교장이 나섰다. 그는 “너희는 교장선생님을 신뢰하잖아. 내가 다 해결해줄게”라고 학생들을 진정시켰다. 그러나 학생들은 “어떻게 해결해요. 선생님을 돌려주세요”라고 대꾸한다. 난감해진 교장은 “지금 나라에서 선생님과 분리를 하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장은 최 교사와 학생들을 떼어놓지 못했다.

최 교사가 “내일 다시 오겠다. 오늘은 제발 교실로 들어가라”고 학생들을 다독거렸지만, 아이들은 “선생님을 다시는 못 볼 것 같다”며 최 교사를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결국, 학교 쪽에선 경찰을 불렀고 최 교사가 한참 동안 제자들을 설득하고 나서야 현관 앞 울음소리는 그쳤다. 이날 일은 ‘일제고사 교사 해임’을 소재로 소설을 준비하고 있는 이성국(36)씨가 찍은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나영(11·가명)양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선생님과 우리를 떼어놓으려는 어른들이 원망스럽다”며 “선생님은 잘못한 것이 없고, 우리가 있으니까 열심히 싸워서 우리 옆으로 다시 돌아오셔야 한다”고 울먹였다. 

최 교사는 “학교에 나가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긴 했는데, 어이가 없고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며 “아이들이 너무 큰 상처를 받은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교사는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계속 출근투쟁을 벌이겠다”고 덧붙였다.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한 것 때문에 나라가 떼어놓겠다고 나선 최교사와 제자들. 이들이 언제까지 닫힌 현관문 앞에서 ‘서러움이 없는 세상. 쫓겨나지 않는 세상’을 부르며 눈물을 흘려야 할까? 허재현 박종찬 기자 catalunia@hani.co.kr

[취재후기] 해직 교사를 만나고 와서… 그가 학부모에 전한 편지 / 허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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