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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08 08:04 수정 : 2008.12.08 10:06

교육과학기술부가 ‘건국 60년’을 맞아 제작해 전국 초·중·고에 배포한 현대사 영상물 <기적의 역사> 중 포항제철 준공과 서울 청계천 복원 사업 등에 대한 기술 내용.

YS ‘IMF 극복운동’…DJ ‘2기지하철 완공’ 소개만
“민주주의 무시 경제 살리기 ‘MB’ 역사관 드러나”

교육과학기술부가 제작해 일선 학교에 배포한 현대사 영상물 <기적의 역사>를 보면, 독재정권의 통치와 이에 항거한 민주화 과정의 현대사는 빠져 있고 경제 발전과 옛 정권의 치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영상물이 결과적으로 역대 독재정권을 미화하고 정당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특히 헌법 전문에 명시된 ‘4·19 혁명’을 ‘데모’ 수준으로 폄하함으로써 정부가 스스로 헌법을 부정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영상은 교과부가 ‘건국 60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제작한 것으로, 한승수 국무총리가 공동위원장으로 있는 ‘건국 60년 기념사업위원회’의 누리집(www.visionkorea60.go.kr)에도 올라 있다. 주로 <대한뉴스>, <한국정책방송>, <한국방송> 등의 영상자료를 이용해 만든 80여개 영상은 1950~2000년대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이 영상물은 일선 학교에서 교육자료로 쓰기에는 지나치게 한쪽의 시각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의 치적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옛 정권에 대한 편향된 평가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박정희 되살리기’가 두드러진다. 1960~70년대를 다룬 40개 영상 가운데 절반이 넘는 22개가 “박정희 대통령은 …”으로 시작하고 있다. 내용도 박 전 대통령을 ‘산업화의 지도자’로 묘사하면서, ‘근대화의 고동’, ‘집념의 승리’ 등의 표현을 사용해 극찬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죽음은 3개나 되는 영상물로 다뤄져, “태산이 무너진 듯, 강물이 갈라진 듯 이 충격 이 비통 어디다 비길까” 등의 내용을 전하고 있다. 김영삼 정부 관련은 ‘아이엠에프(IMF) 극복운동’, 김대중 정부는 ‘아이엠에프(IMF) 졸업’과 ‘서울 2기 지하철’ 완공, 노무현 정부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취임’,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 등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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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역사를 보여주면서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6·15 남북정상회담’이 빠지고 이명박 대통령의 ‘청계천 복원 사업’을 담은 것도 논란거리다. ‘청계천의 어제와 오늘’ 영상에선 “청계천이 도심의 오아시스로 탈바꿈하면서 서울의 명물로 자리잡고, 잿빛 도심을 푸른색으로 바꿔놨다. 대한민국 모든 시민이 다 환영하고 있다”는 긍정적 내용만 담았다. 변화된 청계천의 모습은 <기적의 역사> 겉표지로 사용되기도 했다.

또 현대사를 일부 정권의 치적과 경제 발전으로 편집하다 보니, 현대사의 중요한 축을 이룬 민주화 과정은 거의 다뤄지지 않거나 왜곡됐다. 1980~90년대를 다룬 영상에선 광주 항쟁이나 6월 항쟁은 빠져 있다. 대신에 전두환·노태우 정권 시기에 있었던 서울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개막, 수출 실적 200억달러 돌파 등이 중요하게 다뤄져 있다.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은 12·12 및 5·18과 비자금 등의 비리로 유죄를 선고받았는데도, 이 영상들에서는 경제를 성장시키고 부패를 잡겠다는 강건한 대통령으로 비춰진다.

윤종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민주주의야 어떻게 되건 말건 경제에만 매달리면 된다는 이명박 정부의 역사관이 이 영상물에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며 “역사 교과서 수정 지시와 재선정 압력의 뒷배경에는 정부의 이런 역사관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건국 60년 기념사업위원회의 자료를 그대로 가져와 제작해 내용과 제목을 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교과서처럼 무조건 다 보라는 의미가 아니라 학교에서 참고자료로 활용하게 했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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