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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26 10:51 수정 : 2008.01.27 11:07

이명박 당선인이 25일 오후 서울 삼청동 인수위에서 열린 한국교총과의 간담회에서 강원춘 경기교총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영어교사 연수비만 1천억 넘어…다른과목 소외 우려
학원강사들 ‘교육적 소양’ 살피지 않고 교직개방 ‘무리’

이명박 차기 정부가 현행 학교 영어교육을 확 뜯어고치겠다고 나섰다. 영어 몰입 교육, 영어능력 평가시험 도입, 초등 1·2학년으로 조기 영어교육 확대 등 ‘영어교육 대책’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학교현장은 공교육 파괴와 사교육 부담 가중을 우려하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어교육 전면 확대 정책의 문제점을 세 차례에 나눠 긴급 점검한다.

이명박 차기 정부가 ‘고교를 졸업하면 영어로 대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추진하는 영어교육 강화 방안을 두고, 당장 현실성이 떨어지는 위험한 정책 추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어교육혁신안 약인가 독인가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25일 “영어 교육만 국가가 책임지고 해 줘도 (학부모들이) 가슴 펴고 살 것이다. 새 정부는 막대한 투자를 감당할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혀, 영어 교육에 상당한 예산 투입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교육 전문가들은 재정 투자 확대를 반기면서도 성급하게 추진할 경우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영어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좋지만 계획을 훨씬 촘촘하게 짜야 한다”며 “목표를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오히려 영어 교육에 커다란 상처만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 고교 영어수업 영어로만=우선 2010년부터 전국 모든 고등학교 영어 수업을 영어로만 진행하겠다는 방안이 알려지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현재 영어교사들의 영어 구사 능력과, 학생들의 수업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이상만 앞세웠다는 것이다.

2006년 5월 교육인적자원부가 전국 영어 교사를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고교 영어교사 가운데 실제 1주일에 1시간 이상 영어로 수업하는 비율은 전체의 18.5%에 그쳤다. 영어로 영어 수업이 가능하다고 밝힌 교사는 50% 가량이었다. 하지만 실제 수업 능력은 설문조사 결과를 크게 밑돌 것이라는 게 일선 교사들의 얘기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당시 교육부는 같은 해 11월 △10년 동안 교사 1만여명에게 심화연수 등을 하고 △영어 교사 채용 때 영어 면접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 2016년에 초·중·고 영어수업은 영어로 할 수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5개월 국내 연수 뒤 1개월 외국 연수를 다녀오는 영어 심화연수를 받아야 할 고교 영어 교사만 1만여명을 훨씬 넘어 교육부도 2년 안에 실행하기엔 무리로 보고 있다. 이들 교사들의 연수비만 1천억원을 훨씬 뛰어넘기 때문이다. 영어 교육에만 지나치게 예산을 투입할 경우 상대적으로 다른 과목들이 소외받아 전체 교육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수위는 ‘영어교사 자격 제도’를 도입해, 학원강사나 외국 생활 경험자들이 일정한 연수를 받고 자격을 따면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도록 교직을 개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교육적 소양은 살피지 않은 채 영어만 잘한다고 해서 교직을 개방하는 데는 무리가 따르고, 기존 교사들의 반발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위원장인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은 1997년 숙대에서 테솔(TESOL)이라는 사설 영어교사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바 있다.

■ 교과서·교실 개선=인수위가 ‘2010년 고교 영어수업 영어로’ 일정을 들고 나온 것은, 그에 따른 교육과정 개정, 교과서 개선, 학교 교실 여건 개선 등은 전혀 살피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0년부터 고교 영어수업을 영어로 하려면 지금부터 교육과정을 논의하고 교과서 정비를 시작해도 시간은 촉박하다. 2006년 영어 교육과정 개정으로 2010년 배포될 새 교과서가 현재 작성되고 있는 사정도 전혀 신경쓰지 못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영어교과 수업에만 쓰는 교과교실 마련 등, 학교 교육 여건 개선도 동반돼야 한다는 게, 영어 몰입 교육을 연구하고 시범 운영한 영어 교사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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