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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28 18:20 수정 : 2007.06.28 18:20

서천석/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의 행복비타민

남에게 조금도 뒤지기 싫은 대한민국의 부모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개인차가 있겠지만 단 하나를 꼽는다면 아이와 놀아주는 능력이다.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아이들 중 상당수는 단지 잘 노는 것만으로도 회복할 수 있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생기는 갈등도 함께하는 놀이로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이와 잘 놀아보라는 소아정신과 의사의 처방에 대개의 부모들은 난처한 표정을 짓기 일쑤다. 어떻게 노는지 가르쳐달라는 것이 부모들의 요구이다.

지금의 30·40대 부모들이 자라던 시절 놀이가 부족하지는 않았다. 놀이터는 없었지만 놀이는 어느 곳에나 있었다. 골목에도 개천가에도, 운동장에도 다양한 놀이가 존재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장난감은 귀한 것이었지만 그만큼 창의적으로 만들어진 장난감이 존재했다. 단지 부족했던 놀이가 있다면 부모님들과의 놀이였다. 당시의 부모들은 너무나 바빴고 놀이는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됐다. 이렇게 길러져서인지 놀이가 아동 발달을 돕고 아이들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말에 대해 겉으로는 그러려니 하지만 진심으로 믿지는 않는다. 놀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학습지나 학원 스케줄에 쉽게 앞자리를 내준다.

부모와 놀아보지 못한 요즘의 부모들이 아이와 놀아주는 것은 처음에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눈을 감고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자. 어린 시절에 자신이 갖고 놀던 장난감, 자신이 즐겨하던 놀이를 생각해 보자. 이런 회상이 반복될수록 과거가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놀이에 대한 흥미가 생길 것이다.

다음으로 아이의 놀이를 따라가 주자. 아이의 놀이에서 아이가 원하는 다음 행동을 해주는 것이다. 아이가 원하는 다음 행동을 부모가 해줄 때 아이는 부모에 대해 분명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반응에 다시 부모가 반응을 보이면 상호작용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아이가 두 개의 자동차를 충돌시키면서 놀고 있다면, 부모도 근처에 다른 장난감을 들고 오자. 부모는 두 자동차의 시합에서 심판을 보겠다고 선언을 하고는 자동차들의 충돌에 대해 중계방송을 한다. 아이는 그러한 부모에게 뭔가 요구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부모가 자기 놀이에 상당히 깊숙이 들어온 것을 분명히 인식할 것이다. 이렇게 놀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허용되면서 아이와 주고받을 기회가 생긴다.

놀이는 결코 어렵지 않다. 다만 우리가 너무 오래 잊어왔고, 그래서 낯설어졌을 뿐이다. 아이와의 놀이는 아이와의 일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즐기는 것이다. 놀아 본 사람은 상대가 정말로 즐거워서 노는지, 아니면 그저 놀아주는지를 잘 안다. 우리가 늘 느끼지만 함께 즐겁게 놀 때 우리는 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