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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인권·복지

용산 우사단로 10길에는 ‘이슬람 이웃’이 산다

등록 :2018-07-06 11:00수정 :2018-07-0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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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단로 주민·경찰·무슬림에게 듣다
용산구 외국인 1만5502명 중 1800명 이슬람 국가 출신
주민들 “술·담배 않고 착해” “우리 사는 거랑 똑같아요”

“상처받은 사람을 놀리는 건 인간만이 가진 능력이다.” 손홍규, <이슬람 정육점>(2010) 91쪽

지난해 12월부터 6월14일까지 내전을 피해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인 561명의 거취를 놓고 한국 사회가 들끓고 있습니다. 이들이 머물고 있는 제주도에선 오갈 곳 없는 외국인들에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민 주민들이 있는가 하면, 온라인상에선 무슬림에 대한 몇 가지 단편적인 지식을 앞세운 혐오 표현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549명이나 되는 외국인이 한꺼번에 난민 신청을 한 일은 전례가 없는 만큼 대다수 국민 입장에선 낯설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았습니다. ‘제주도에 온 예멘인들을 난민으로 받아선 안 된다’는 주장의 근거로 ‘무슬림은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이슬람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우리를 위협하는 존재일까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상론’이라면, 그에 맞선 ‘무슬림은 위험하다’는 ‘현실론’이 진짜 사실인지 확인이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무슬림 이웃’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 10길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서울시 등록외국인 현황(국적별/구별)’ 통계(2018년 3월 기준)를 보면, 서울에는 27만3178명의 외국인이 90일 이상 장기 체류 중이고, 이 가운데 1만5502명이 우사단로 10길(이태원동)이 소재한 용산구에 머물고 있습니다. 국적별로 따져보면, 이집트(554명), 말레이시아(332명), 파키스탄(302명), 사우디아라비아(183명), 방글라데시(123명), 인도네시아(94명), 터키(89명), 이란(64명), 이라크(59명) 등에서 온 1800명이 이슬람교를 믿는 국가 출신의 외국인이었습니다. 물론 이들의 종교가 모두 이슬람교라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 그렇지만 최소한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인 561명보다 많은 무슬림들이 우리가 ‘이태원 프리덤’을 외치는 서울 용산구에 살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그런데 ‘무슬림 이웃’을 찾는데 왜 우사단로 10길이냐고요? 이곳에는 서울에 유일한 ‘이슬람 거리’가 있습니다. 1976년 문을 연 이슬람 서울중앙성원이 우산단로 10길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슬람 중앙성원 인근 보광초등학교 후문에서부터 한남동 도깨비시장 방향으로 약 350m에 이르는 거리에는 무슬림들을 위한 할랄식당과 식료품점, 여행사를 비롯해 각종 생필품을 판매하는 가게들과 휴대전화 판매점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우사단로 10길 사람들이 말하는 ‘무슬림 이웃’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서울 용산구 우사단길에 있는 이슬람교서울중앙성원. 김진수 기자.
서울 용산구 우사단길에 있는 이슬람교서울중앙성원. 김진수 기자.
지난달 24일 우사단로 10길에서 만난 한국인 주민들과 상인들은 예상과 달리 무슬림들에게 호의적이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을 하는지 직접 들어보실까요?

“우리는 이 근방에서 오래 살았어요. 30년 다 돼가요. 이슬람 쪽 사람들이 (우사단로에) 많이 살게 된 건 10년 미만? 그 사람들 우리 사는 거랑 똑같아요. 그냥 풍습만 다르다 뿐이지. 이슬람 율법 있잖아요? 무슬림 사람들 무섭다고들 하는데 우리는 그런 거 못 느껴요. 그냥 똑같아요. 아직까지 전혀 거리감 없고…. 글쎄요, (오히려) 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여기서(우사단로) 그런 거 못 느끼고 살아요. 우리 하고 똑같이 살고, 이웃처럼 지내고 그러니까. 그냥 스스럼없이 그래서 별로 못 느끼는데요. 사람들이 참 이상한 게 무슬림을 그렇게 (편견을 갖고) 보더라고? 그쪽 뿐 아니라 외국 사람들 다 보면 보기보다 괜찮아요. 농담도 하면서 서로 똑같이 지내요.”

-우사단로 10길에서 20년 넘게 슈퍼마켓을 운영한 임아무개씨-

“이슬람 사람들 착하지. 술, 담배 안 하니까 남한테 피해 끼치고 그런 건 없지. 우리는 (김밥에) 돼지고기 안 들어가는 ‘할랄푸드’니까 무슬림들 많이 와요. 제주도 난민 걱정하는 거 IS 때문에 그러나본데, 평균적으로 이슬람 사람들 괜찮아요. 말썽을 안 부려. 내가 (우사단로에) 5년 있었는데 전혀 문제 없었어. 대개 사고 같은 건 술, 담배 때문에 생기는데…. 가끔 뉴스 나오는 대림동하고 비교하면 여기는 그런 건 없어.”

-우사단로 10길 김밥집 사장님 김아무개(65)씨-

“여긴 외국 사람 반, 한국 사람 반이에요. 제가 여기서 느끼는 건 무슬림 사람들이 한국 사람보다 오히려 더 순수해요. 물론 사람마다 다르니까 꼭 뭐가 어떻다고 말하기 어려운 건 있지만…. 한국 사람들은 눈을 마주쳤을 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면 아주 막 이렇게(이상하게 보거나, 눈도 안 마주침)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무슬림들은 눈 인사라도 늘 하고 가요. 같이 오가는 게 있어요. 물론 이곳 분들은 난민은 아니니까 (제주도 예멘) 난민들이 어떤 분들인지 제가 알 수는 없죠. 그런데 이 동네 무슬림 분들이 어떤지 물어본다면 자기 줏대 강하고, 굉장히 순수한 사람들이에요. 무슬림들이 여성들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다? 그런 건 알 수 없죠. 그건 ‘사건’이기 때문에 무슬림들이 그럴 것이다, 안 그럴 것이다 단정하는 건 굉장히 어리석은 거고 빈도의 문제죠. 사람들이 ‘어느 동네가 안전하다더라’고 하지만 (일 터지는 건) 알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무슬림들을 싸잡아서 말하는 건 오버센스지 않나 싶어요. 오히려 한국 사람이 더 (성희롱 등) 그래요. 무슬림 여자 분들도 히잡 쓰고 다니지만, 누구보다 프라이드 강하고 당당해요. 오히려 한국 사람들이 더 주눅들어 다니는 것 같고…. 어쩌면 (무슬림들이) 우리보다 어려운 나라에서 왔다는 것 때문에 그러는 걸 수도 있지만요.”

-우사단로 10길에서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송아무개(44)씨-

물론 우사단로 10길에서 만난 이들 중에는 무슬림에 대한 적대감은 없지만, 낯선 종교와 문화에 대한 걱정 또는 불편함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근처를 지나다가 텔레비전에서 본 적 있는 이슬람 사원이 있길래 둘러보러 왔어요. 이슬람이란 종교를 떠올리면 두려움보단 낯설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이색적이고 이국적인 느낌…. (예전에도 근처에 왔었는데) 여기 예배시간에 맞춰 오면 사람(무슬림)들 되게 많아요. 그땐 사람들이 (입구 쪽에) 많이 모여 있으니까 못 들어가겠더라고요. 인파를 지나쳐 (사원 안으로 들어)가기에는 용기가 안 나는 거예요. (모인 사람이) 다 남자고, 이 종교가 여자를 남자와 동등한 사람이라고 보기 보다는 좀 아래로 생각하니까? 우리나라라서 별 일은 없을 것 같긴 한데 혹시나 해서… (사원에 들어가지 않았다.)”

-동생과 함께 이슬람 사원을 찾은 직장인 윤아무개(28)씨-

“난 여기 안 살아요. 딴 동네 살아요. 이쪽(우사단로)은 가끔 와요. 이번주는 어제하고 오늘…. 외국 사람들한테 파는 거죠. 다른 건 안 사 가도 수박은 사 가요. 수박은 이슬람 사람들도 사고, 전세계 사람들이 다 먹나봐요…. 이쪽 온 지는 한 10년 됐어요. 자주 오진 않아요. 10년 전에도 이 동네 외국인 많은 건 똑같았어요. 될 수 있으면 난 외국인들 없었으면 좋겠어. 물론 지금은 아쉬우니까 여기와서 물건 팔기도 하지만은. 될 수 있으면 우리나라에 외국인들 많이 들어오는 거 좋아하지 않아요.

-10년째 우사단로 10길에 과일을 판매하러 오는 60대 상인-

우사단로 10길 주민들의 이야기를 여기까지 들었을 때 이 지역 치안상황을 주민보다 많이 알고 있을 경찰은 ‘이슬람 주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무슬림 관련 사건이) 뭐 없다고는 할 수 없는데, 보면 특별히 그 사람들이 문제가 돼서 오는 사건은 별로 없어요. 이렇게 말하면 종교편파적인 것 같기도 한데, 이슬람교가 술 자체를 안 하다 보니까 그런 것(범죄)을 크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무슬림이) 한국인 주민과 갈등이 있거나 그런 건 없어요. (주민들과) 잘 지낸다, 못 지낸다 할 게 없어요. 흑인이나 백인들은 범죄가 좀 있는데, 무슬림들은 그런 건 없어요. (전체 외국인 중 무슬림의) 비율이 적으니까 사건이 적다고도 할 수 있고…. 이슬람 교리에서 여성을 (남성의) 종속적인 개념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범죄를 저지르란 법은 없죠. 범죄의 대상으로 생각하진 않을 것 같은데…. 그렇게 따지면 기독교도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별로 안 치거든요. 그런 식이라면 기독교인들도 여성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건가요? 기독교나 이슬람교나 종교인데 여성을 강간하는 범죄를 관대하게 봐주는 건 아니잖아요.”

-경찰 관계자-

‘이슬람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우사단로 10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무슬림은 위험하다’는 주장은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나온 것인지 의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예멘인을 난민으로 인정하자’는 목소리가 현실을 모르는 처사라면, 최소한 ‘무슬림은 위험하다’는 비판의 근거는 우리 삶의 현실에 기반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우사단로를 나오는 길, 이태원 거리에서 만난 한 파키스탄 출신의 무슬림 남성이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에 대해 던진 한마디는 안 그래도 복잡한 한국인 기자의 마음을 더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나라(정부)가 결정할 일이지만, 나는 이것만 말할 수 있어요. 예멘에서 온 사람들 전쟁 때문에 나라 망하고, 너무 힘들게 살고 있으니까 한국이 그냥 도와주라고. 왜냐면 지금 그 사람들 먹을 것 없고 힘들고 불쌍하니까 받아줘야지. 우리나라(파키스탄)가 한국보다 잘 살진 못해도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구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의 친소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개입을 시도해 1979년 12월부터 약 9년간 이어진 전쟁) 끝나고 20년 넘게 아프가니스탄 난민들 계속 받아줬어요. (파키스탄도) 힘들지만 계속 도와주는 거예요. 안 도와주면 애기들도 다 죽으니까….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난민들 100만명 넘게 (파키스탄이) 받아줬어요. 한국은 (파키스탄보다) 잘 먹고 잘 살잖아요. (난민문제) 나라 이런 거 관계 없어요. 그 사람들(난민) 불쌍하니까 우리나라(파키스탄) 사람들이 밥도 주고, 집 없으면 텐트도 만들어주고, 잘 사는 사람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나도 한국에 산 지 오래 됐으니까 한국 사람들한테 문제 생기면 도와줘요. 왜냐면 우리 와이프, 내 처남, 처제, 장인어른, 장모님 다 한국에 있으니까.”

-한국생활 17년째 한국인과 결혼한 파키스탄 출신 무슬림 ㄱ(39)씨-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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