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종교

마음으로 숨 쉬면 숨통 터져 온몸으로

등록 :2016-10-10 15:58수정 :2016-10-10 15:58

크게 작게

미얀마 밀림 속에서 수행할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심한 식중독에 걸렸다. 발단은 한국산 비빔라면이었다. 두 달 전에 공양받은 비빔라면을 밥맛 없을 때 먹으려고 아껴 두었던 것이 문제였다. 38~40℃까지 오르는 날씨에 비빔 소스가 상했다.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가렵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어쩌랴. 밀림 숲속이라 약을 구할 데도 없고….

도저히 가려움을 참을 수 없어 숲속 오두막의 밖으로 나와 한밤중에 걷기명상을 했다. 걷기명상이라기보다는 가려움을 진정하기 위해 밤새도록 뛰어다녔다. 비구 수행자의 계율은 음식을 24시간 이상 보관할 수 없는데, 몰래 먹다가 발생한 일이었다. 서글퍼졌다. 도 닦으러 바다 건너 이국만리까지 왔는데, 깨달음은 고사하고, 호흡집중은 2분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데다 식중독까지 걸리다니…. 인적 없는 숲속에서 처량한 신세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 순간 마음속에서 한 울림이 들렸다. “자기를 믿어라!”

구원의 소리였다. 신기하게도 가려움이 사라지고 마음이 평안해졌다. “그래, 내가 나의 숨을 쉬면서 왜 나의 호흡이 안 보였나?” 호흡관찰의 집중력이 크게 향상됐다. 그동안 집중을 위한 집중을 했다. 호흡관찰의 핵심은 집중하지 말고, 집중하는 것이다.

명상의 두 번째 단계인 호흡관찰은 생로병사의 비밀을 찾기 위해 싯다르타가 치열한 6년 고행의 은둔 끝에 발견한, 최상의 깨달음에 오르게 한 성불의 명상에 이르게 하는 중요한 골목이다. 호흡관찰은 호흡에 대한 마음집중 명상이다. 그런데 호흡명상을 하게 되면 호흡에 지나친 집중을 해 도리어 집중이 되지 않는다. 호흡관찰은 평온명상이다. 의도를 갖지 말아야 한다. 집중을 잘해야지 하는 마음도 의도이다. 의도는 인위적 호흡을 만들어내고, 긴장상태를 지속시키는 요인이 된다.

호흡관찰의 기본적 수행방법을 고대경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가르친다. 첫 단계는 숨이 길면 긴 숨인 줄 알아차리기, 두 번째 단계는 숨이 짧으면 짧은 숨인 줄 알아차리기, 세 번째 단계는 숨의 전체 과정 알아차리기, 네 번째 단계는 숨을 고요히 하기이다.

첫 단계와 두 번째 단계는 그냥 숨이 긴지 짧은지만 알아차리고 호흡을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세 번째와 네 번째의 단계는 첫 두 단계를 무시하고서는 이르지 못한다. 세 번째 단계인 숨의 전체 과정 알아차리기는 호흡관찰이 20~30분 정도 집중력이 생길 때 자동적으로 경험된다. 숨을 고요히 하기 단계는 내공이 깊어져, 거의 숨이 끊어진 것과 같은 무호흡의 맑디맑은 체험 단계이다. 호흡명상의 핵심은 그저 호흡을 알면 되는 것이다.

코끝이나 숨이 맞닿는 지점을 관찰해서는 안 된다. 호흡을 어느 한 장소에 초점을 맞추거나 위치를 지정해서는 안 된다. 호흡을 마음으로 알아차리는 것이다. 코끝을 보게 하거나 숨이 맞닿는 지점을 보게 하는 방법은 붓다 후대에 만들어진 주석서의 오류이다.

마음으로 호흡하라는 것은 숨 쉬고 있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아차리는 ‘아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굳이 호흡을 어느 장소에 정해야 하거나 호흡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긴장이 일어나면 입술 앞이나 입술 위에서 숨을 쉰다 생각하고, 그 숨을 관찰하면 된다. 호흡관찰을 하면 집중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숨통이 터진 호흡이 단전까지 연결된다. 온몸이 시원해지고 기혈이 다 뚫리고 순환되는 기맥타통의 단전호흡을 체험하게 된다. 우주와 내가 하나가 되는 사통팔달 호흡현상을 체험하게 된다.

만약 상기병(열기가 위로 쏟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거나 멍한 병)이 있다면 수승화강(찬 기운은 위로 올라가고 더운 기운은 밑으로 내려오는 현상)이 되어 몸에 열이 사라진다. 마음은 경이와 신비 그 자체이다. 호흡관찰 하나에만 마음집중하고 주의력을 기울이면, 호흡의 알아차림은 중단 없이 이어져 마음의 고요와 행복은 매우 깊어진다.

각산 스님(참불선원장)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장모·부인 의심받는 상황”…검찰 수사관, 내부망서 윤석열 퇴진 요구 1.

“장모·부인 의심받는 상황”…검찰 수사관, 내부망서 윤석열 퇴진 요구

민언련, 채널A·검사장 ‘협박죄’ 고발…‘대검 진상조사’ 압박 2.

민언련, 채널A·검사장 ‘협박죄’ 고발…‘대검 진상조사’ 압박

선을 넘은 기자들·방관하는 언론…‘윤리 불감증’의 역사 3.

선을 넘은 기자들·방관하는 언론…‘윤리 불감증’의 역사

라임 사태에 칼 빼든 검찰…청와대 전 행정관 겨누나 4.

라임 사태에 칼 빼든 검찰…청와대 전 행정관 겨누나

“n번방 방지법은 남성억압법”? 대학생 최대 커뮤니티서 2차가해 5.

“n번방 방지법은 남성억압법”? 대학생 최대 커뮤니티서 2차가해

NativeLab : PORTFOLIO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Weconomy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오피니언
만화 | ESC | 토요판 | 뉴스그래픽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헤리리뷰 | 탐사보도 | 서울&
스페셜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사업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