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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엔지오

“한·일 사이는 꼬일수록 민간교류로 ‘신뢰’ 쌓아야 해요”

등록 :2020-01-02 03:25수정 :2020-01-0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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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일본 고쿠시칸대학 신경호 교수

신경호 도쿄 고쿠시칸대학 교수가 지난 11월말 서울에서 만났을 때 일본 유학 이래 38년째 쓰고 있다는 수첩과 다이어리를 펼쳐보였다. 사진 김경애 기자
신경호 도쿄 고쿠시칸대학 교수가 지난 11월말 서울에서 만났을 때 일본 유학 이래 38년째 쓰고 있다는 수첩과 다이어리를 펼쳐보였다. 사진 김경애 기자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마음의 융화 시대를 이루고, 동아시아가 다 함께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시대를 여는 것입니다. 특히 아베 등장 이후 정치적으로 한·일 관계가 심하게 꼬여 있지만 그럴수록 ‘저 같은 사람’이 나서서 민간 차원의 문화교류와 협력을 다져야 합니다. 인간 관계도 국가 관계도 ‘신뢰’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저 같은 사람’은 서울에 있는 수림문화재단의 이사이자 도쿄 금정학원 이사장인 신경호(57) 고쿠시칸대학 교수로, 38년째 두 나라를 넘나들며 살고 있다. 새해 한-일 관계 전망과 해법을 묻자 그는 최근 도쿄의 뉴오타니호텔에서 열린 ‘재일동포 청년교류회’에서 했던 자신의 강연 내용을 소개했다. 지난해 5월부터 민화협 도쿄 상임의장도 맡고 있는 그는 ‘한-일 관계 2000년 빛과 그림자’ 주제로 평소 소신인 ‘신뢰 쌓기’를 다시금 역설했다.

1980년 고2 ‘광주 5월’ 충격으로 방황

1983년 도쿄 유학 이래 정착 38년째

고 김희수 중앙대 이사장 ‘후계자’로

서울 수림문화재단-도쿄 금정학원

두 단체 살림 맡아 한-일 가교 노릇

“민화협 도쿄 의장으로서 ‘통일’ 기여하고파”

“지난 2천여년 역사를 되짚어보면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일본에 한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나라로, 그 자양분으로 성장해왔다고 본다. 한·일 두 나라는 서로 배워야 할 점들도 많지 않은가”,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아픈 과거를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깊어진 골을 메우고 공감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교류 활동을 더 활발하게 펼칠 계획이다”.

앞서 지난 11월 말 서울에서 만난 자리에서 그는 자신의 남다른 삶의 이력 속에서 터득한 소신과 더불어 깨알 메모로 가득 찬 수첩과 다이어리를 ‘자산 1호’라며 공개했다.

“1963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여수에서 중학교까지 마치고 광주에서 고교 2학년 때 ‘80년 5월’을 겪었죠. 피 끓는 충격으로 마음을 잡지 못한 채 방황하자, 먼저 일본 유학 중이던 큰형이 건너오라고 이끌었어요. 83년 도쿄 니혼대 정치학과에 입학했죠.”

그가 ‘자의 반 타의 반’ 왔던 일본에 정착하게 된 것은 두 사람과의 ‘운명적 인연’ 덕분이었다. 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강사 생활을 거쳐 2002년 고쿠시칸대학 종신교수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주먹밥 분식집을 열어 그의 학업을 뒷바라지해준 아내와 ‘부동산 재벌’로 꼽히던 독지가 김희수 선생이었다.

“처음 유학 왔을 때 도쿄의 한국인 유학생은 130명이 전부여서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을 비롯한 재일동포 재력가들이 가끔 불러 용돈도 주고 격려를 해줬어요. 어느날 도쿄 긴자에 있던 김희수 선생님의 금정빌딩 사무실로 인사를 갔다가 ‘여러분은 한국 미래의 기둥이다’, ‘민족의 자긍심을 잃지 말라’는 말씀에 감명을 받아 따르게 됐어요. 그 자신이 가난한 학창 시절을 겪어서인지 선생님께서는 유독 저를 믿고 이런저런 기회를 주셨고, 90년 결혼식 때 주례도 서주셨어요.”

1990년 신경호-구희선 부부의 결혼식 때 고 김희수(가운데) 금정학원 이사장이 주례를 서주었다. 사진 신경호 교수 제공
1990년 신경호-구희선 부부의 결혼식 때 고 김희수(가운데) 금정학원 이사장이 주례를 서주었다. 사진 신경호 교수 제공
1938년 13살 때 먼저 일본으로 이주한 부모를 따라 건너온 김희수 선생은 1961년 5천만엔으로 금정기업을 세워 부동산 임대업을 시작해 20여년 만에 계열사 5개에 자산 1조5천억원대로 키워낸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이었다. ‘사람을 키우는 것이 민족을 살리는 길이고, 사람을 남기는 것이 성공한 인생’이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한 그는 1987년 재단 비리와 부채난으로 폐교 위기에 처한 중앙대를 인수해 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700억원대의 부채를 갚고, 10여년간 수천억원을 투자한 그는 일본 내 사업이 쇠락하면서 ‘금융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결국 22년 만에 재단을 포기했다. 2008년 두산에 재단을 넘기고 받은 1200억원으로 한국에 수림재단과 수림문화재단을 세웠다.

1988년 학교법인 금정학원에서 설립한 수림외어전문학교(2년제 대학) 역시 2001년 경영난에 빠졌으나 신 교수는 수림일본어학교를 추가로 개교해 중국, 베트남 등 학생들까지 직접 유치해 회생시켰다. 그는 2005년부터 금정학원 이사장과 학교장을 맡았다.

2010년 6월 심근경색과 뇌경색으로 쓰러진 그는 “재단 일에 대해 가족은 관계도 관심도 없으니 신경호군을 잘 부탁한다”는 유언을 남긴 채 2012년 1월 88년의 삶을 마감했다.

“돌아가실 때까지 29년간 그림자처럼 보필하며 지켜본 김 선생님의 경영철학은 절약·내실·합리 그리고 신용이었어요. 늘 수첩을 들고 다니며 일정을 점검하고 그날그날 다이어리에 기록하는 습관도 선생님에게 배웠지요.”

혈육도, 자산가도 아닌 신 교수를 후계자로 지목하자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의 의혹의 눈초리와 함께 갖가지 음해성 소송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데 그때마다 꼼꼼한 기록 덕분에 그는 오해와 누명을 벗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2015년 <민족사랑 큰 빛 인간 김희수> 추모 문집을 내고, 2017년에는 수림외국어학교 료고쿠캠퍼스에 김희수 선생 기념관을 열고 동상도 세워 유지를 잇고 있다.

신경호 교수는 지난 2017년 5월 고 김희수 금정학원 이사장의 5주기를 기념해 고인의 얼굴을 새긴 부조를 도쿄 수림일본어학원 입구에 세웠다. 사진 신경호 교수 제공
신경호 교수는 지난 2017년 5월 고 김희수 금정학원 이사장의 5주기를 기념해 고인의 얼굴을 새긴 부조를 도쿄 수림일본어학원 입구에 세웠다. 사진 신경호 교수 제공
2000년대 초반부터 고쿠시칸대학과 한양대·동의대·국립안동대 등과 협정을 맺어 학생 교류를 시작한 그는 전남대·고려대에 일본 대학생들을 보내 한국어 연수를 받게 하고, 한때는 리쿠르트업체를 운영하며 한국 청년들의 일본 취업을 주선하기도 했다. 그는 학생들과 한국을 찾을 때마다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을 방문하고, 광주 5·18민주묘지를 참배한다. 이런 공로로 지난 10월에는 장보고글로벌재단(이사장 김덕룡)에서 주는 ‘장보고한상 어워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3남1녀를 뒀어요. 딱히 시킨 적도 없는데 큰아들이 고려대를 나와 해병대에 자원해 군복무를 마치고 한국에서 취직했어요. 그랬더니 둘째도 해병대 복무 중이고 새해 고려대 입학하는 셋째도 자원입대하겠다네요. 일상에서 보고 배우는 ‘밥상머리 교육’의 효과가 아닌가 실감하고 있지요.”

지난해 5월부터 민화협 도쿄 상임의장도 맡은 그는 새해에는 남북 교류와 한반도 평화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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