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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아픔’ 위로하는 마지막 노래 작곡자 됐으면”

등록 :2018-05-13 23:30수정 :2018-05-13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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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한겨레’ 고양 정발산지국장 이희우씨

1978년 고향마을을 잃고 지은 노래를 40년만에 음반으로 낸 대중가요 작곡자 출신 이희우 <한겨레> 정발산지국장. 사진 박경만 선임기자
1978년 고향마을을 잃고 지은 노래를 40년만에 음반으로 낸 대중가요 작곡자 출신 이희우 <한겨레> 정발산지국장. 사진 박경만 선임기자

“이 노래가 이산가족, 실향민의 아픔과 그리움을 담은 마지막 노래가 되도록 남북 주민이 자유롭게 오가는 세상이 속히 오길 바랍니다.”

1988년부터 30년간 신문사 지국을 운영해온 ‘60대 신문배달원’ 이희우(66)씨가 최근 이산가족의 아픔과 그리움이 절절하게 배어나는 노래를 발표해 화제다. 이씨는 40년 전 자신이 작사·작곡한 노래 ‘갈 수 없는 고향’과 ‘부모님 은혜’를 지난해 6월 가수 선우혜경(61)씨를 통해 세상에 선보였다. 이 노래는 ‘일천만 이산가족위원회’로부터 실향민을 위한 노래로 선정돼 통일부, 이북5도청, 적십자사 등의 행사 때마다 불리고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에 이어 6·12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산가족 상봉과 교류의 희망이 커지면서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씨를 지난 10일 <한겨레> 경기도 고양시 정발산지국 사무실에서 만났다.

1978년 수몰된 고향마을 보며 작곡
‘갈 수 없는 고향’ ‘부모님 은혜’ 등
레코드사 탓으로 ‘나훈아 녹음’ 무산
최근 선우혜경 불러 40년 만에 ‘햇빛’

30년째 신문배달…2005년부턴 ‘한겨레’만
“사주 눈치 보지 않는 유일한 신문”

“눈 감으면 보이려나 꿈속에서 만나려나, 갈 수 없는 나의 고향 사랑하는 부모 형제…”로 시작되는 노래 ‘갈 수 없는 고향’은 이씨가 1978년 대청댐 건설로 충남 대덕군 주촌리 고향 마을이 수몰되자 비통한 마음으로 대전에서 서울로 오는 완행열차 안에서 만들었다. 그는 “그때 최고 인기 가수 나훈아씨가 부르기로 한 노래였는데 소속 레코드사 대표가 국가원수모독죄로 구속된 바람에 무산됐다”며 40년 만에 빛을 본 사연을 들려줬다.

이씨는 10대 후반부터 작사가와 가수 매니저 등으로 활동해온 ‘한국연예협회 창작분과 69호’ 명함을 지닌 2세대 음악인이다. ‘수줍은 사랑’, ‘만나고 싶은 사람들’ 등 10여곡을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한 신인가수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밑 빠진 독처럼 뒷바라지를 계속하다가 거액의 부도를 내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결혼 뒤 부인 반대로 연예계 생활을 접고 30년 전부터는 신문지국 운영에만 전념하고 있다.

“언론에서 ‘헬조선’이라는 비하적인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면서 패기를 잃어가는 세대를 보며 ‘젊은이여 일어나라’는 노래를 만들었어요. 처음부터 가수 김장훈씨에게 주려고 지었는데 전달할 방법이 없더라고요. 우선 작곡자로서 나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 40년 묵은 악보를 찾아냈어요. 이산가족의 상황은 여전한데 ‘잃어버린 30년’ 이후 실향민의 아픔을 위로해주는 노래가 마땅히 없는 것도 같아 용기를 냈지요.”

이씨가 김장훈씨를 염두에 둔 것은 그 자신도 기부를 많이 하고 남을 돕는 사람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는 유엔난민기구와 굿네이버스, 국경없는 의사회, 장애인단체 등 6곳에 꾸준히 기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가수 선우혜경씨가 이 노래를 부르게 된 사연도 극적이다. 애초 부르기로 했던 나훈아씨에게 다시 요청하고 싶었으나 연락할 방법이 없어 고민하던 그는 연예 활동 시절 가수 지망생으로 알고 지냈던 선우혜경씨를 떠올렸다. 1980년 10대 가수로 뽑히며 활약해던 선우혜경씨는 캐나다로 건너가 20여년 이민 생활을 하다 10여년 전 귀국했으나 가수 활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씨의 간절한 부탁에 35년 만에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가수 선우혜경씨.
가수 선우혜경씨.
그는 매일 밤 11시에 일어나 새벽 3시까지 신문을 발송하면서 직접 오토바이를 타고 외진 곳에 배달하는 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30년째 반복하고 있다. “좋은 뉴스가 실린 신문을 배달할 때는 독자들이 즐거워할 생각에 발걸음이 가볍지만 나쁜 뉴스가 실릴 때는 배달하는 일도 더 힘이 듭니다.”

그는 2005년부터는 <한겨레>만 배달하는 단독 지국장을 맡고 있다. 파주 운정새도시 개발 때, 한 유력 신문사에서 운정지국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했지만 거절했다. 14년째 ‘돈이 안 되는’ <한겨레> 단독 지국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내 성격이 물에 물 타는 것을 싫어해요. 논조가 딱 부러지고 단호한 게 나와 잘 맞고, 사주 눈치 보지 않고 맘껏 기사를 쓰는 거의 유일한 신문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과거 목숨 걸고 기사를 쓰던 해직기자들과 달리 최근 들어 칼날이 무뎌지고 두루뭉술하게 다른 신문과 맞춰가는 느낌이 들 때도 있는데 <한겨레>만의 독특한 색깔로 차별성을 보여 다른 신문들이 따라오게 해야 한다”며 창간 30돌을 맞은 <한겨레>에 쓴소리도 덧붙였다.

그는 “14년 전에 비해 구독자 수가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지만 ‘정론지’로서 제구실만 하면 다시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한겨레>의 존재 가치를 보여준 사례로 남북정상회담과 세월호 진상 규명, 비정규직 문제 보도 등을 꼽았다. “요즘은 대부분 스마트폰에서 뉴스와 정보를 보는 추세지만, 정확한 내용과 옳고 그름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 세상을 보는 안목 등은 ‘종이신문’을 직접 읽어봐야 얻을 수 있다. <한겨레>도 젊은 독자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고정관념에 안주하지 말고 계속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박경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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