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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23 19:30 수정 : 2008.07.24 03:56

한국방송 기자협회, 피디협회, 아나운서협회, 경영협회 등 7개 직능단체 소속 사원들이 23일 오후 이사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본사 3층 대회의실 앞에서 방송장악 음모 중단을 요구하는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청원경찰이 막아선 승강기 뒤편이 이사회가 열리고 있는 회의실이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정연주 사장 해임안’ 상정 없이 끝나
‘신태섭 이사 해임 결정’ 싸고도 격론
KBS 7개 직능 단체 연좌 농성 벌여

정연주 사장 해임권고 결의안 채택 여부로 관심을 모은 <한국방송> 이사회가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저지를 요구하는 한국방송 구성원들과 시민들의 반발 속에 공전됐다.

한국방송 이사회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정기이사회를 열었으나,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의 신태섭 이사 해임을 둘러싼 이사들 사이의 의견 차이로 회의가 겉돌면서 정 사장 거취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이날 이사회는 친한나라당 성향 이사들이 정 사장 해임권고 결의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언론계 안팎의 눈길이 쏠렸다. 검찰이 ‘세무소송’과 관련해 정 사장을 불구속 기소한 뒤 이를 빌미로 이사회가 해임권고 결의안을 채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최근 방통위의 신태섭 이사 해임과 강성철 보궐이사 추천으로 친한나라당 성향 이사가 11명 중 7명으로 늘어난데다 오는 30일로 예정됐던 정기이사회를 일주일 앞당겨 열었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이날 이사회에선 정 사장의 거취 문제 대신 신태섭 이사 해임의 부당성 여부가 주로 논의됐다.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에 반대하는 이사들은 아무런 권한도 없는 방통위가 신 이사를 부당하게 해임했다며 방통위에 대한 이사회의 입장 표명을 주장했고, 친한나라당 성향 이사들은 이사회의 입장 표명은 적절치 않다고 맞섰다. 또 박만 이사가 이사회에 참석하려다 한국방송 본관 앞에서 시민들에게 출입을 저지당한 뒤 돌아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친한나라당 성향 이사들이 강한 유감 표명과 함께 재발 방지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 이사는 “신태섭 이사 해임과 박만 이사 출입봉쇄 사건만 논의하다가 회의가 끝났다”고 말했다. 유재천 이사장도 이사회가 끝난 뒤 “여러 의견이 많아 회의 진전이 잘 안 됐다”고 밝혔다.

‘방송장악·네티즌 탄압저지 범국민행동준비위원회’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한국방송 이사회가 이명박 정권의 한국방송 장악 음모를 진행하고 있다며 규탄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신 이사는 이날 이사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본관 앞에서 출입을 저지당한 뒤 “해임조처는 원천 무효”라며 본관 앞에서 시민들과 함께 시위를 벌였다. 반면에 강성철 보궐이사는 이사회에 참석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방송 경영·기자·피디·아나운서협회 등 7개 직능단체 소속 사원 40여명은 이사회가 열린 대회의실 앞에서 이사회의 정 사장 해임 결의 움직임에 반대하며 팻말시위와 연좌농성을 벌였다.

‘방송장악·네티즌 탄압저지 범국민행동 준비위원회’도 이날 한국방송 본관 앞에서 성유보 전 방송위원회 상임위원, 천정배·최문순 민주당 의원, 정청래 전 의원,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사회 개최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현 정권의 방송장악 작전 1단계인 ‘한국방송 장악’에 동원된 이사회의 초법적 탈선을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집회에 참가한 일반 시민과 언론·시민단체 회원 등 200여명은 빗속에서도 이사회가 진행되는 동안 ‘인간띠 잇기’ 행사를 열었고, 밤에는 ‘공영방송 수호’를 염원하는 촛불집회를 했다. 범국민행동 준비위는 24일 오후 6시 한국방송 본관 앞에서 공식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저지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한편, 유재천 한국방송 이사장이 지난주 정연주 사장을 만나 사퇴를 압박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유 이사장은 “한국방송을 걱정하는 마음에 지난주 정 사장을 사적으로 만난 것은 사실”이라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명예롭게 처신해주면 어떻겠느냐’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임기가 보장된 법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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