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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7.13 22:39 수정 : 2010.07.13 22:39

‘바리의 꿈’과 함께 청국장 사업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 지역의 고려인들이 지난해 8월 콤바인을 이용해 보리를 수확하고 있는 모습(위)과 한자리에 모여 포즈를 취한 고려인들.(아래 왼쪽) ‘바리의 꿈’ 직원들이 청국장 제품을 든 채 환하게 웃고 있다.(오른쪽) ‘바리의 꿈’ 제공,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평화연대 5년전 기업 세워
현지 재배 무농약 콩 이용
매출 50% 고려인에 돌려줘
현지공장 설립·컨설팅 계획

[나눔꽃 캠페인] ③ 사회적 기업

네댓 평 크기의 자그마한 매장에 들어서면 고릿한 냄새가 콧가를 맴돈다. 무언가 “나 제대로 묵은 놈이요”라고 시위를 하는 듯하다. 플라스틱 병에 잘 포장된 청국장이 눈에 들어온다. 고린내의 정체다.

하지만 불쾌하진 않다. 물리적으로도 그럴뿐더러, 청국장 탄생의 배경까지 알고 나면 되레 그 향기의 그윽함에 매료될지도 모른다. 이 특별한 청국장 속 콩 낱알 사이사이엔 러시아 연해주의 맑은 공기와 고려인의 애환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청국장과 연해주를 잇는 고리의 정체를 알고자 지난 9일 서울 당산동에 있는 ‘바리의 꿈’ 매장을 먼저 찾았다. ‘바리의 꿈’은 연해주의 우수리스크 지역에서 나는 콩으로 고려인들이 직접 담근 청국장과 이를 활용해 만든 제품들을 파는 사회적 기업이다. ‘어차피 불린 콩을 삶은 뒤 띄워 만드는데 연해주 청국장이라고 무에 다를까’라는 질문을 이 회사의 김진영 부장은 숱하게 들었을 터. 준비된 답변이 나온다.

우선 그 지역은 공기가 맑은데다, 농약과 비료를 친 지 10년이 넘은 밭에서 잡초와 함께 건강하게 큰 콩을 쓴다. 완전 자연산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비장의 첨가물이 들어간다. 항암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진 차가버섯 가루다. 차가버섯은 북위 45도 이상 한대지방의 자작나무에 기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만 들어도 건강식품임을 알 수 있다.

2005년 회사를 설립해 2년 뒤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한 탓에 차가버섯 청국장을 활용한 제품의 종류는 아직 다양하지 않다. 딱 3가지다. 우선 청국장 덩어리를 잘게 쪼개거나 가루를 내어 250g짜리 통에 넣어 판다. 천주교 재단 쪽에서 장애인을 고용해 만든 또다른 사회적 기업 ‘위캔쿠키’와 손잡고 만든 과자류도 있다. 청국장 가루가 들어간 건강 과자다.

나머지 하나는 저온 건조 효모 등을 첨가해 만든 건강기능식품 ‘청시’로, 1970년대 인기를 끈 ‘원기소’와 모양과 맛이 비슷하다. 김 부장은 우스개를 섞어 “만병통치약”이라고 선전하는데, 사용자평을 보면 아토피를 앓는 어린이나 변비로 고생하는 어른 등에게 특히 효능이 좋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여느 기업의 피아르(PR) 광고 같다. 이 지점에서 ‘바리의 꿈’이 동북아시아에 사는 한국인의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평화 공동체 건설을 꿈꾸는 시민단체인 동북아평화연대의 산하 기업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눔꽃 캠페인
평화연대는 동북아시아를 무대로 다양한 사업을 펼치던 중 연해주 고려인들의 삶에 주목하게 됐다. 일제 강점기 모진 억압을 피해 연해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수많은 한국인들은 ‘고려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옛소련 스탈린 시절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당했다. 1991년 소련 붕괴와 함께 연해주로 ‘귀향’한 고려인들에게 가장 큰 고난은 경제적 궁핍이었다. 같은 핏줄인 이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던 평화연대가 생각해낸 게 바로 그들의 노동력과 작물을 모국과 연결하는 사업이었고 그 결과물이 ‘바리의 꿈’이다.

그래서 ‘바리의 꿈’은 차가버섯 청국장 제품을 팔아서 나는 수익을 생산자인 연해주 고려인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현지에서 회사가 빌린 밭에서 고려인들이 콩을 기르면 임금을 주고, 다시 고려인들이 그 콩으로 청국장을 만들면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우수리스크 지역 고려인 50여 농가가 이렇게 ‘바리의 꿈’과 함께 꿈을 키워가고 있다. 김 부장은 “매출의 50%는 연해주로 돌려준다”고 말했다.

‘바리의 꿈’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 우수리스크 현지에 청국장 가공공장을 세워 고려인들에게 많은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고려인들에게 농업 컨설팅을 해주는 것도 목표 가운데 하나다.

이 회사는 또 각종 여행사업도 벌이고 있다. 사실상 자원봉사단 성격의 한국인들을 이끌고 연해주 등지를 방문해 동북아시아에 퍼져 있는 우리 동포들과의 유대를 넓히는 게 목적이지만 수익도 남긴다. ‘바리의 꿈’은 지난해 매출이 7억원가량인데 청국장 판매가 6억원 정도였고, 나머지는 여행사업 몫이었다.

‘바리의 꿈’은 <한겨레> 독자에게 특별한 제안을 했다. 어린이 건강에 좋은 제품 ‘청시’(900정 4만8000원)를 구매하면, 같은 수량을 불우아동에게 기증하겠다는 것이다. ‘바리의 꿈’ 누리집(www.baridream.co.kr)의 ‘행복한 선물 게시판’을 이용하거나 전화로도 신청할 수 있다. (02)3273-4283.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 사회적 기업 현황

노동부 인증 319곳 지자체 관리 강화

‘사회적 기업’인 ‘바리의 꿈’에서 일하는 직원은 모두 20명이다. 이들 가운데 절반은 노동부에서 임금을 지원받고 있다. 노동부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으면 인건비 지원뿐 아니라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인증 뒤 4년 동안은 법인세와 소득세의 50%가 감면된다. 또 공공기관이 관련 물품을 구매할 때 우선 구매 대상이 되는 자격도 주어진다.

이렇게 노동부의 인증을 받고 활동하는 사회적 기업은 13일 현재 전국적으로 319곳에 달한다. 유형은 크게 4가지다. 고령자나 장애인, 저소득자 등 취약계층을 전체 직원의 30% 이상 채용하는 일자리 제공형, 기업이 제공하는 사회서비스 수혜 대상자의 30% 이상이 취약계층이어야 하는 사회서비스 제공형, 두 항목을 모두 20% 이상 충족해야 하는 혼합형, 그리고 기타형이다.

그동안은 인증기관인 노동부가 주도권을 쥔 채 너무 일자리 창출 중심의 정책만 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노동부도 최근 지방자치단체에 많은 권한을 넘기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내정된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간담회에서 “사회적 기업은 복지와 일자리를 동시에 해결함으로써 현 정부의 중도 실용주의를 현실화할 수 있는 전형적 모델”이라며 “앞으로 중앙정부 지원은 인큐베이팅(초기 육성) 단계에 집중하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활동가를 모은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한편 지역 공동체 중심의 사회적 기업 육성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회적 기업 전문가인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은 “지자체는 해당 지역에 부족한 사회서비스를 개발하고 자체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적극적인 고민을 할 필요가 있고, 중앙정부는 관련 예산을 지자체에 교부할 때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판단해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 방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올해부터 지자체가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사업을 개발하는 데 지원할 예산으로 180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전종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