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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때마다 몰표 줬는데 돌아온건 사드”…성주 식지않는 분노

등록 :2016-07-28 17:33수정 :2016-07-29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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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서 86% 지지 성주 주민 ‘시골이라 무시’ 격앙
‘배신의 아이콘 개누리당, 그 수장은 박근혜’ 펼침막 걸어
28일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군청 앞마당에 사드 배치에 항의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28일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군청 앞마당에 사드 배치에 항의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86.00%.

경북 성주군은 2012년 12월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런 몰표를 줬다. 당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박 대통령은 경북에서 가장 많은 득표율(80.82%)을 올렸다. 성주는 경북 23개 시·군 가운데서 박 대통령에게 투표한 비율이 네 번째로 높았다.

지난 4월 제20대 총선에서도 성주는 정당을 찍는 비례대표 선거에서 새누리당에 66.10%를 줬다. 전국 평균의 갑절이나 되고, 경북에서는 세 번째로 높았다. 2014년 6월 제6회 지방선거에서도 새누리당은 성주에서 군수 1명과 경북도의원 2명, 성주군의원 8명을 모두 차지했다.

이랬던 성주 곳곳에 28일 다음과 같은 펼침막들이 가득하다.

‘차기에는 안 속는다. 개누리당 박살내자’ ‘내년 대선 어림없다. 새누리당 반대한다’ ‘나라를 팔아넘긴 박근혜는 하야하라’ ‘배신자의 말로를 똑똑히 보여주마’ ‘배신의 아이콘 개누리당, 그 수장은 박근혜’ ‘앞장서서 해줬더니 돌아온 건 사드네’….

이 펼침막들은 지난 13일 국방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성주 배치를 발표한 뒤 등장하기 시작했다. 정진석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가 26일 성주를 찾아온 날부터 성주에는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펼침막이 더 늘고 있다. 유승민 의원을 ‘배신의 정치인’으로 낙인찍던 박 대통령이 성주에서 ‘배신자’로 몰리고 있다.

성주 주민들이 만든 ‘사드 배치 철회 성주투쟁위원회’는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천막을 쳐놓고 새누리당 탈당신고서를 받고 있다. 성주는 전체 인구가 4만5천여명인데, 4100여명이 새누리당 당원이다. 13일 사드 성주 배치 발표 이후 지금까지 성주에서 새누리당 탈당신고서를 낸 주민은 1천여명이나 된다. 이완영 국회의원과 김항곤 성주군수, 성주지역 지방의원들을 상대로 새누리당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매일 저녁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열리는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에도 주민 1천~2천명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처음 사드 성주 배치 발표가 났을 때 주민들은 단순히 ‘성주 사드 배치 반대’를 외쳤다. 지금은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 주장도 만만찮다. 주민들은 “성주에만 사드가 오지 않으면 된다고 하면 지역이기주의로밖에 비쳐지지 않는다”며 이렇게 외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투쟁위가 정부를 상대로 너무 약하게 싸운다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한다.

투쟁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영길 경북도의원은 “성주가 시골이고 인구도 적고 여당 지지가 워낙 강하니까 새누리당에서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성주 주민 입장에서는 자고 일어나니 하루아침에 성주가 사드 배치지가 됐는데, 새누리당을 많이 지지해준 곳이라 그만큼 정부 여당에 대한 실망감과 배신감도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주민들은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도 높다. <조선일보> <티브이(TV)조선> <연합뉴스> 등은 지난 15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성주에 왔을 때 주민 3천여명이 참가한 집회에 대해 ‘외부세력 개입론’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들 언론 불매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이들 언론에 대해 취재를 거부하고 있다. 헌법 제21조에는 ‘모든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돼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제 이 헌법 조항을 ‘모든 국민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만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로 고쳐야 할 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재동 성주군농민회장은 “세월호 참사 때 유가족이 정부와 언론에 당했던 것을 성주 주민이 이번에 그대로 당하고 있다. 정부와 언론이 성주를 고립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외부세력’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또 “나를 포함해 멀쩡한 성주 주민을 외부세력이라고 몰아가더니 이제는 더 쓸 게 없는지 좀 잠잠해졌다”고 말했다.

지난 13일부터 성주 주민들은 참외농사 같은 생업을 뒤로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힘든 싸움을 보름 동안 이어나가고 있다. ‘텃밭 민심 달래기’ 차원에서라도 성주를 찾는 새누리당과 달리 성주를 찾는 야당 의원은 드물다. 지금까지 성주에 내려와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올라간 야당 의원은 초선인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종대 정의당 의원 정도다. 재선인 무소속 홍의락 의원도 성주를 다녀갔다.

‘선거마다 새누리당에 몰표 주더니 사드 배치는 자업자득’이란 일부의 시선에 대해 성주 주민들은 답답해한다. 성주엔 야당 후보가 출마 자체를 안 하니 찍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성주군수에는 새누리당 후보 1명과 무소속 후보 2명만 출마했다. 경북도의원을 뽑는 두 곳의 선거구에는 새누리당 후보만 1명씩 출마해 무투표당선됐다. 성주군의원을 뽑는 선거구 세 곳에서도 새누리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만 출마했다.

성주/글·사진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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