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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전국일반

매주 일요일 ‘문턱없는 병원’에 외국인들 북적북적

등록 :2013-12-15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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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지난 1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산구 우산동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를 찾은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등이 대기실에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일요일인 지난 1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산구 우산동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를 찾은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등이 대기실에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현장 쏙]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 ‘9년째 무료진료’
광주에서 일요일마다 외국인 노동자, 결혼이주여성, 유학생들의 건강을 9년째 무료로 보살펴온 이들이 있다.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의 의사, 약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이 그들이다. 국적, 인종, 종교를 뛰어넘어 우리 사회의 공동체 품 안에 껴안으려는 진료 현장을 찾았다.

“목이 아파요.”

필리핀 출신 노동자 삼손 팔레(27)가 지난 1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산구 우산동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 진료실에서 서툰 한국말로 증상을 호소했다. 광주하남산업단지 금형공장에서 일하는 그는 사흘 전부터 가래가 끓고 기침을 하다가 친구 소개로 이 센터를 찾았다. 의료봉사에 나선 가정의학과 전문의 윤우람(36)씨는 청진기로 진찰하더니 “담배 피우지 마세요”라고 당부하며 처방전을 써서 건넸다. 팔레는 진료실을 나와 접수대 옆에서 약을 조제하던 송미경(50) 약사에게 처방전을 건네고는 약을 받았다. 한국에 온 지 2년째인 팔레는 “평일엔 일하느라 병원에 갈 시간이 없었다. 무료로 치료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는 매주 일요일 오후 1~5시 4시간 동안 무료로 진료한다. 이날도 외국인 노동자, 국적 취득 이전의 결혼이주여성과 그 자녀 등 60여명이 북적거렸다. 센터에선 의학, 한방, 치과 등 세 분야로 나눠 환자들을 보살폈다. 센터 총무로 봉사하는 유경남(33·사회복지사)씨가 환자 접수를 맡았다. 유씨는 문을 열고 들어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여기, 처음이세요?”라고 물은 뒤, 고개를 끄덕이면 기록지를 건네 작성하도록 했다. 센터 단골인 재중동포 리용수(61)씨는 한국말이 서툰 재중동포들의 통역을 해주기도 했다. 이전에 진료받은 적이 있는 이들은 접수대 건너 차트꽂이에서 자신의 기록지를 찾아와 유씨에게 건넸다. 자원봉사를 하는 안보배(23)·조예빈(21)씨 등 전남대 간호대생 2명은 접수를 마친 대기자들의 혈압을 쟀다.

센터를 찾는 이들은 대부분 하남·첨단산업단지나 전남 나주·장성·화순 등지의 중소기업에서 조립·사출·금형·건설 일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건강보험에 가입되지 않는 결혼이주여성의 친척들도 자주 찾는다. 한의사 김경훈(53·나주 남평 장수한의원)씨는 “힘들고 어려운 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사례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치과 진료실에서도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건치) 소속 치과의사와 보조 봉사원 5~6명이 환자를 치료하고 있었다. 센터가 검사기기를 다 갖춘 것은 아니어서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이들은 협력의료기관에서 정밀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 피실(47)은 이 센터 이용빈(49·가정의학) 이사장의 의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으라는 의뢰서를 받고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1일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 진료실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뜸 시술을 받고 있다.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 제공
1일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 진료실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뜸 시술을 받고 있다.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 제공

외국인노동자 병원가기 쉽잖아
시민단체와 의료봉사단 의기투합
2005년 문 연 뒤 2만건 진료

입소문 듣고 찾아온 노동자들
무료치료에 정성스런 상담 감동

건보혜택 못받는 사각지대 많아
복합센터 세워 체계적 지원 시급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는 8년여 전인 2005년 6월 문을 열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머물며 일하는 광산구를 선택해, 산정동에 작은 공간을 빌려 센터를 열었다. 하남·평동산업단지 영세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병원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당시 광주에선 광주외국인노동자센터, 광주외국인근로자선교회, 광주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가 일요일 오후 광주기독병원 의료봉사단과 선교단체 소속 의사들의 도움을 받아 외국인 노동자 무료진료를 하고 있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평일 주야간과 휴일에도 일을 했기 때문에 병원에 갈 시간이 없었어요. 병원에 진료하러 빠져나오면 공장 기계가 서야 하기 때문에 아파도 참고 일을 했던 거죠. 그래서 외국인 노동자가 치료받기 가장 좋은 시간대인 일요일 오후를 잡았습니다.” 광주외국인근로자선교회 석창원(53) 목사의 이야기다.

그러던 중 건치 광주·전남지부가 외국인 노동자 무료진료에 관심을 가졌다. 이금호(40) 건치 광주전남지부 진료사업부장은 2004년 겨울 광주외국인노동자센터 이철우(62·무등교회 목사) 대표를 찾아가 “회원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무료진료를 하려고 한다”고 상의했다. “이 목사님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세 단체와 함께 만나 진료 방안을 체계화할 수 있도록 논의하자’고 하셨지요.” 이금호 부장의 회고다.

1987년 전남대 총학생회 부총학생장을 맡는 등 의대 재학 시절 학생운동을 했던 이용빈 이사장도 때마침 광주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 이천영 대표에게 “외국인 노동자들을 도울 일이 없느냐”며 무료진료 방안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최희섭 원장 등 한의사들도 “이왕이면 규모 있게 통합해 진료소를 만들자”며 이 사업에 동참했다. 이런 논의 끝에 치과의사 30여명, 의사 30여명, 한의사 10여명 등이 동참해 두달에 한번꼴로 일요일 의료봉사를 시작했다. 이용빈 이사장은 “시작 당시엔 찾아올 환자가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6개월이 지나자 입소문이 나면서 환자들이 많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센터는 ‘자원봉사자의 헌신으로 운영한다’는 초심으로 꾸려지고 있다. 의학과, 한의학과, 치과, 간호과, 약학과, 행정, 통역, 상담 등 다양한 분야에서 150여명이 자원봉사를 한다. 요즘은 중·고교생들의 자원봉사 참여가 꾸준히 늘고 있다. 센터는 2008년 7월 광산구 우산동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지난해 과별 진료 현황을 보면 의학과 1421차례, 한의학과 942차례, 치과 836차례 등이다. 연인원 2700여명이 센터를 찾아 3199차례 진료를 받고, 1657차례 약을 무료로 받아 갔다. 2005년 센터 건립 이후 진료 건수는 약 2만건에 이른다.

인근 하남성심병원은 혈액검사를 돕고, 이용빈 가정의학과 의원은 초음파·엑스레이 등 각종 검사를 무료로 지원한다. 최세미 산부인과, 베스트이비인후과, 밝은안과21, 동아병원, 광주새우리병원, 광주기독병원, 첨단병원 등이 센터와 협력관계를 맺어, 주요 검사와 치료, 수술 등을 무료로 해준다. 이승남(44) 센터 사무국장은 “2년 전 센터를 찾았던 외국인 노동자가 상태가 좋지 않아 첨단병원에 진찰을 의뢰했는데, 간암 초기 진단을 받고서 전남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아 건강을 회복한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전남대병원 사회복지실은 다달이 한 차례 센터의 의뢰를 받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상대로 혈액, 소변, 엑스레이, 초음파 검사를 무료로 해준다. 전남대 간호대학도 각종 검사와 상담, 통계 작업을 돕고 있다. 참기공소, 비젼기공소, 대명기공소 등은 치과 보철을 무료로 해주며 힘을 보태고 있다. 센터 운영비는 1년에 3500만원가량 든다. 가정의학과 의사회와 건치, 한의사회 소속 회원 50여명이 다달이 5만~10만원씩 회비를 내어 2000만원을 마련한다. 약품 구입비로는 1년에 광주시에서 1350만원, 광산구에서 150만원을 지원받는다.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는 앞으로 이주노동자들과 결혼이주여성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복합센터로 거듭나야 한다는 기대와 요구를 받고 있다. 석창원 광주외국인근로자선교회 목사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들이 임신하거나 중병에 걸리면 의료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등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의료사각지대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12개 외국인 노동자 및 이주여성 관련 단체들은 이주민지원 복합센터나 외국인근로자 지원센터 등을 설립해 의료·문화·교육 분야를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광주엔 외국인 노동자 6400여명을 비롯해 결혼이주여성, 유학생 등 외국인 2만2291명(그래픽 참조)이 산다. 이철우 광주이주민지원복합센터 추진 준비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을 우리 사회 공동체 일원으로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광주/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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