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6.30 21:56
수정 : 2009.06.30 21:56
|
|
허남근 아시아·태평양 환경엔지오 청소년단 전북본부 회장
|
누구나 옷을 급하게 드라이 클리닝 맡겼다가 찾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때 방금 세탁소에서 찾은 옷에서 석유 냄새가 나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 이는 세탁소에서 사용하는 세제인 석유계 용제 때문이다. 흔히 ‘솔벤트’라고 부른다.
이 석유계 용제는 옷을 세탁하기 위해 사용한다. 그런데 옷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일어난다. 석유계 용제가 기화하면서 벤젠·톨루엔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발생한다. 벤젠·톨루엔은 국제암연구센터가 분류한 에이(A)급 발암물질로, 장기간 흡입하면 생식기능 장애, 호흡기능 정지, 심장마비 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 알려졌다.
석유계 용제가 기화하는 과정은 이렇다. 석유계 용제로 세탁한 세탁물을 말릴 때, 건조기에 옷을 넣고 뜨거운 바람을 가한다. 석유계 용제는 건조기 안에서 뜨거운 바람을 만나 물기와 함께 기체가 되며, 세탁소 외부로 연결된 배기구를 통해 빠져 나간다. 이 배출가스는 불쾌감을 줄 뿐 아니라 암을 유발하는 등 인체에 해롭다.
보건복지부의 공중위생관리법과 시행규칙을 보면, 세탁업자는 석유계 용제를 사용하면 용제회수기가 부착된 세탁용 기계 또는 회수건조기가 부착된 세탁용 기계를 설치해야 한다. 유기화합물 수거를 위해 2006년 11월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 부과와 영업장 폐쇄명령을 내릴 수 있다.
최영희 민주당 의원이 최근 전국 세탁업소 중에서 회수건조기 설치와 과태료 부과 현황을 공개했다. 이 자료에는 2008년 10월 전북에 세탁소 1341곳이 영업중이다. 이중 회수건조기 설치업소는 8.6%로인 115곳에 불과하다. 이는 16개 시·도 가운데 14번째로 낮은 것이다. 전국 평균은 25.1%이다.
이렇게 설치율이 낮은 이유는 세탁소가 대부분 영세해 환경의식이 부족하고, 행정의 지도·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회수건조기를 구입하려면 200만~500만원이 들어가 영세업소는 부담스럽다. 폭발위험 등 기계 관리의 어려움도 있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회수건조기 현황을 조사한 뒤 대책을 찾고 있다. 전북도는 정부의 지침만을 기다리고 있다. 경기침체 때 영세업소를 밀어붙이기식으로 단속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시민 건강을 해치는 일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허남근 아시아·태평양 환경엔지오 청소년단 전북본부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