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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기술

박테리아벽돌, 세포로봇…사물과 생물이 융합한다

등록 :2020-02-10 06:00수정 :2020-02-1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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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공학, 생명과학, 인공지능 결합
새로운 유형의 움직이는 사물 등장
가열하면 모양 바뀌는 ‘4D 프린팅’
열 나면 땀 흘려 식혀주는 ‘로봇손’

시멘트 대신 광합성 박테리아 투입
재생·증식하는 ‘살아있는 벽돌’로
균사체로 달·화성기지 건축 꿈도

개구리 줄기세포로 만든 ‘제노봇’
엔진은 심장세포, 몸통은 피부세포
생명윤리 논란 등 새 숙제도 던져
열가소성 수지로 만든 4D프린팅 물체 실험. 열을 가하면 납작한 별 모양이 꽃받침 형태로 바뀐다. 머티리얼스 앤 디자인
열가소성 수지로 만든 4D프린팅 물체 실험. 열을 가하면 납작한 별 모양이 꽃받침 형태로 바뀐다. 머티리얼스 앤 디자인

사전에서 설명하는 `사물'의 정의는 `살아있는 것과 구별되는 생기 없는 물체’이다. 과학기술은 스스로 움직이는 사물을 개발해 이런 전통 개념을 허물어뜨린다. 원조는 형상기억합금이다. 모양이 뒤틀어졌더라도 일정 온도 조건이 맞으면 본래 형상으로 돌아가는 금속이다. 1960년대 처음 발견해 지금은 온도 센서나 개폐 장치, 인공심장 펌프 등 의료기기, 전자기기, 의류 등에 널리 활용된다. 형상기억합금에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한 4D 프린팅 연구도 활발하다. 4D란 3차원에 시간이라는 차원이 추가됐다는 뜻이다.

서울과학기술대 박근 교수(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연구팀은 최근 형상기억 기능이 없는 열가소성 수지를 이용한 4D 프린팅 기술을 개발했다. 재료공학 학술지 <머티리얼스 앤 디자인> 3월호에 소개된 이 기술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ABS수지를 층층이 쌓은 뒤, 열을 가해 물체의 모양을 다양하게 바꾸는 것이다. 연구진은 납작한 별 모양이 입체 꽃받침 형태로, 길쭉한 막대가 하트 모양의 고리로 바뀌는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실험에선 섭씨 150도에서 변형이 이뤄졌지만, 연구진은 앞으로 60도에서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헤어드라이어처럼 일상 도구로도 쉽게 변형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단 이 방식은 형상기억합금과 달리 변형한 뒤에는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다. 박 교수는 “깊숙한 곳의 필터나 재활 기구 등 개인 맞춤형 도구 제작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이드로겔 합성수지로 만든 ‘땀 흘리는 로봇손’. 미 코넬대 제공
하이드로겔 합성수지로 만든 ‘땀 흘리는 로봇손’. 미 코넬대 제공

스스로 땀을 내 열을 식히는 로봇도 등장했다. 미국 코넬대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손은 일정 온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표면의 미세 구멍들이 열리면서 물이 흘러나온다. 땀샘과 같은 원리다. 로봇손의 재료는 말랑말랑한 하이드로겔 수지다. 저온에선 이 구멍들이 닫혀 있다가 30도가 넘으면 구멍이 열리면서 내부의 물이 땀처럼 밖으로 나와 열을 식힌다. 별도의 냉각 장치가 필요 없어 덩치가 커지는 부담이 없고 친환경적이다. 연구진은 냉각 효율은 사람 땀의 3배 이상, 냉각 속도는 팬보다 6배 빠르다고 밝혔다. 단점은 물을 보충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아직 없다는 것. 또 물이 흘러나오면 로봇손이 물건을 잡는 능력이 다소 떨어진다. 연구진은 표면에 특수 코팅을 입히는 등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로봇손의 땀 분비 능력은 오염물질 제거 등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광합성 박테리아로 만든 벽돌. 미 콜로라도대 제공
광합성 박테리아로 만든 벽돌. 미 콜로라도대 제공

생명과학기술과 결합한 연구 성과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술은 윤리적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살아있는 콘크리트 벽돌이 있다. 재료는 박테리아다. 미 콜로라도대 연구진은 광합성 박테리아를 이용해 시멘트의 주성분인 탄산칼슘 덩어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우선 영양분을 섞은 따뜻한 물에서 박테리아를 배양한 뒤 이를 모래, 젤라틴과 혼합했다. 이 혼합물을 거푸집에 붓자 식으면서 박테리아가 탄산칼슘을 쌓았다. 하루가 지나자 딱딱한 벽돌이 됐다. 이 벽돌은 처음엔 녹색을 띠지만 수분이 마르면서 갈색으로 바뀌었다.

강도는 어떨까? 2인치 크기 육면체는 기존 콘크리트보다 강하지 못했다. 그러나 신발 상자 크기에선 건축 현장의 벽돌만큼 강했다. 가장 큰 장점은 손상된 부분을 재생하거나 증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벽돌 조각에 영양분과 모래, 젤라틴, 그리고 온수를 섞어주면 박테리아가 증식하면서 벽돌을 만들어간다. 연구진은 7일만에 벽돌 1개가 2개가 되는 걸 확인했다. 벽돌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1개 벽돌이 3세대에 걸쳐 8개 벽돌이 되는 지점까지 실험했다.

균사체를 2주간 배양해 만든 초보 형태의 스툴 의자. 나사 제공
균사체를 2주간 배양해 만든 초보 형태의 스툴 의자. 나사 제공

이 방식은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콘크리트 원료인 시멘트는 석회석을 태워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인류 전체 배출량의 7~8%나 된다. 박테리아 콘크리트는 이 과정이 필요 없다. 오히려 광합성을 통해 온실가스를 흡수한다. 경제성을 갖춘다면 친환경 건축재료로 손색이 없다. 연구진은 앞으로 물과 젤라틴의 양을 줄여도 똑같은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계속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미국항공우주국은 나아가 균사체로 화성이나 달 기지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휴면 상태의 균사체를 우주로 가져간 뒤 기본 구조물에 물만 추가하면 균사체가 스스로 구조물을 완성해가는 건축 방식이다. 물은 현지 조달이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성공할 경우 우주건축의 새 경지를 개척할 것으로 기대된다.

뭉툭한 네다리를 갖춘 세포로봇.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제공
뭉툭한 네다리를 갖춘 세포로봇.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제공

세포로 만든 로봇도 있다. 인공지능과 생명과학의 합작품이다. 미국 버몬트대와 터프츠대 연구진이 만든 ‘제노봇’의 크기는 1㎜다. 개구리 배아의 줄기세포를 배양해 확보한 심장세포가 로봇의 엔진, 피부세포가 로봇의 몸통이다.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두 세포 수백개를 입체적으로 결합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세포로봇은 직선이나 곡선으로 움직이면서 작은 물체를 운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세포 에너지가 다할 때까지 최대 10일간 작동했다. 연구진은 “전통적인 기계로봇도 동물도 아닌 새로운 종류의 인공물, 즉 설계가 가능한 살아있는 유기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바다의 미세플라스틱 수거, 재난구역의 독소 물질 제거, 약물의 체내 전달 등에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세포로봇은 그러나 생명윤리 논란의 벽을 넘어야 한다. 연구진은 공개적인 토론을 기대했다. 공학과 생명과학, 컴퓨터의 결합이 한편에선 사물의 경계를 확장해주고, 다른 한편에선 새로운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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