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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과학

‘-50도 차이’ 화이자·모더나 백신 보관 온도, 왜 다를까

등록 :2020-11-19 10:07수정 :2020-11-1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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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70도 화이자 “넘치는 조심…높은 온도서 시험할 시간 없어”
모더나는 영하 20도, 독일 큐어백 등은 섭씨 4~5도 보관 가능
적정온도를 지키지 못해 폐기되는 백신이 전체의 절반에 이른다. 픽사베이
적정온도를 지키지 못해 폐기되는 백신이 전체의 절반에 이른다. 픽사베이

미국의 제약업체 화이자, 모더나 등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임상3상 시험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효과를 냄에 따라 백신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두 회사의 백신이 몇주 안에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고 배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백신 생산이 시작된 뒤에도 넘어야 할 벽이 또 하나 있다. 백신을 환자에게 접종할 때까지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백신 상태가 망가지지 않게 안정적인 온도를 유지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한 해 생산되는 백신의 절반 가량이 적정 보관 온도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제때 운송되지 못해 폐기된다고 한다.

화이자의 백신은 영하 70도 이하를 유지해줘야 최대 6개월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고 회사쪽은 밝힌다. 일반 냉장고에선 기껏해야 보관 기간이 5일, 상온에선 2시간이 시한이다. 특수 냉동 저장고가 없으면 백신이 환자한테 도착하기 전에 상해 버린다. 하지만 이런 특수 저장고를 다량 확보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반면 모더나는 가정용 냉장고의 냉동실 온도와 비슷한 영하 20도에서도 6개월 보관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냉장실 온도인 영상 2~8도에서도 30일 동안 보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화이자나 모더나나 똑같은 메신저RNA(mRNA) 백신인데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날까? 

영하 80도 이하를 유지해주는 에볼라 백신 용기. 비슷한 온도를 유지해줘야 하는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보관용으로도 쓸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 제공/‘사이언스’에서 인용
영하 80도 이하를 유지해주는 에볼라 백신 용기. 비슷한 온도를 유지해줘야 하는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보관용으로도 쓸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 제공/‘사이언스’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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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큐어백 등 2곳 “섭씨 4~5도에서 수개월 보관 가능”

영국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화이자, 모더나와 같은 RNA 백신을 개발 중인 다른 두 곳은 일반 냉장고에서도 최소 3개월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뉴사이언티스트'는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안나 블래크니(Anna Blakney)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이 대학이 개발중인 RNA 백신은 일반 냉장고와 같은 온도인 섭씨 4도에서 수개월 동안 안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백신은 현재 임상 2상 단계에 있다. 독일 튀빙겐에 있는 큐어백도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 백신(CVnCoV)은 일반 냉장고 온도인 5도에서 3개월 이상 보관할 수 있으며, 실온에서는 24시간까지 놔둘 수 있다고 밝혔다.

큐어백의 백신은 현재 임상 2상 중이며 올해 안에 3상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다. 블래크니는 “화이자 백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며, 화이자도 똑같은 연구를 하고 있다는 걸 보증한다”고 말했다.

메신저RNA 백신은 실제 바이러스를 약화 또는 불활성화해 만드는 전통 백신과 달리, 바이러스 겉면의 돌기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지침이 들어 있는 RNA 가닥으로 만들어진다. 돌기단백질은 바이러스 외피에 돌기처럼 솟아 있는 물질로,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할 때 쓰는 도구다.

이 유전 물질이 백신 주사를 통해 인간 세포 안으로 들어가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면, 세포가 바이러스가 침투한 줄 알고 면역 반응을 하게 된다. 그런데 세포 안에 들어간 RNA는 혈액 속 효소에 노출되면 돌기단백질을 만들기도 전에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이를 막기 위해 백신은 지질나노입자(LNP)라고 하는 작은 지방덩어리에 싸여 있다.

지질막에 싸인 RNA 백신이 세포 안에 들어간 뒤, RNA 가닥(노란색)이 세포질의 단백질 합성 소기관인 리보솜(녹색)에서 바이러스의 돌기단백질(빨간색)을 만드는 과정. 아퀴타스 세러퓨틱스
지질막에 싸인 RNA 백신이 세포 안에 들어간 뒤, RNA 가닥(노란색)이 세포질의 단백질 합성 소기관인 리보솜(녹색)에서 바이러스의 돌기단백질(빨간색)을 만드는 과정. 아퀴타스 세러퓨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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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백신 모두 같은 지질입자 사용...“`넘치는 조심'에서 비롯”

화이자와 큐어백,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세 그룹의 백신은 모두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아퀴타스 세러퓨틱스(Acuitas Therapeutics)라는 회사가 만든 지질 입자를 사용한다. 그럼에도 유독 화이자 백신의 보관 온도만 낮은 이유는 뭘까?

이 회사 대표인 토머스 매든(Thomas Madden)은 “이 백신을 영하 70~80도에 보관하기로 한 결정은 `넘치는 조심(an abundance of caution)'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를 “백신 개발을 매우 빠르게 진행하는 바람에 (영하 70~80도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도 백신이 안정적인지 확인하는 시험을 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사실 백신의 정확한 제형(formulation)은 제3자가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없는 각사 고유의 노하우에 속한다. 화이자가 초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히는 것도 그런 차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에서 사용하는 mRNA를 설계한 미국 국립알레르기및전염병연구소의 바니 그레이엄 연구원에 따르면 백신의 온도 조건은 불분명하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보도했다.

그레이엄 연구원은 화이자는 보건 당국에 처음 백신 임상시험을 신청했을 때 영하 70도 이하로 시작한 것이며, 나중에 가서는 더 높은 온도에서도 백신이 작동한다고 보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모더나 백신 연구실의 연구원. 모더나 웹사이트
모더나 백신 연구실의 연구원. 모더나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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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은 효능? 더 쉬운 접종?...어떤 걸 우선할까

‘뉴사이언티스트’ 역시 “화이자 같은 백신 제조업체들이 더 높은 온도에서도 백신이 안정적이라는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면 당국에 백신 승인 조건의 변경을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든 대표는 "이 증거엔 동물 시험이 포함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뉴사이언티스트'는 화이자 쪽에 보관 온도에 관한 의견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백신을 보관하는 또 다른 방법은 백신을 동결 건조시키는 것이다. 백신을 분말 형태로 만들어 운반한 뒤 물을 섞어 접종한다. 보관-운송의 안정성을 위해 이미 여러 백신에서 이 방법을 쓰고 있다.

`사이언스'는 화이자도 냉장 보관이 가능한 분말 형태의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웨덴의 신생기업 지쿰(ziccum)은 상온에서도 한 달 이상 효력이 유지돼, 냉장 보관할 필요가 없는 분말 백신 제조법을 개발했다. 특히 이 방식은 공기 건조 방식을 사용해, 기존 동결 건조법에 비해 제조비용이 훨씬 저렴하다고 이 회사는 밝혔다.

효능이 상대적으로 낮아도 보관운송 부담이 적은 백신을 구해 더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접종할 것인가? 아니면 비싼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더 효능 좋은 백신을 맞힐 것인가? 고유의 효능과 특성을 내세운 백신들의 임상시험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각국 보건당국이 새로운 고민에 빠져들 전망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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