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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해빙 감소로 바다동물 감염 바이러스 창궐

등록 :2019-11-12 10:24수정 :2019-11-1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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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미국 연구팀 북태평양~북대서양 조사
해빙 감소와 바이러스 확산 상관 확인
온난화로 해빙 줄면 서식활동 범위 커져
떨어져 있던 군집 접촉 늘며 병원체 전파
기후변화로 북극 해빙이 감소하면서 바다표범 등 해양 포유류들의 바이러스 감염이 확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기후변화로 북극 해빙이 감소하면서 바다표범 등 해양 포유류들의 바이러스 감염이 확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북극 해빙(바다얼음)이 감소하면서 물개 등 바다동물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팀은 “2001년부터 2016년까지 북태평양에서 수집한 바다 포유동물들 자료를 통해 북극 해빙이 감소하면서 ‘물개 전염성 급성염증 바이러스’(PDV)가 북태평양과 북대서양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네이처>가 발간하는 온라인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근호에 실렸다. 바다동물의 피디브이 감염증은 홍역과 관련이 있는데 피부질환, 기침, 폐렴, 발작 등을 일으키고 사망에 이르게까지 한다.

과학자들은 해빙이 감소함에 따라 병원체 확산이 더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극 해빙의 감소는 지난 40여년 동안 기후변화로 인한 가장 뚜렷한 현상의 하나로 꼽힌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197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마다 12%의 해빙이 감소하고 있다. 지난 9월 발표된 IPCC의 <해양 및 빙권 특별보고서>에서 “9월의 북극 해빙 감소는 적어도 최근 1000천년 동안에 전례가 없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북극 해빙이 얇아지면서 얼음층의 수명도 짧아져 1979~2018년에 5년 이상된 얼음의 비율이 90% 가까이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북극 해빙이 녹으면서 큰바다사자처럼 서로 떨어져 있던 포유류들이 접촉하는 일이 생겼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제공
북극 해빙이 녹으면서 큰바다사자처럼 서로 떨어져 있던 포유류들이 접촉하는 일이 생겼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제공

과학자들은 2002년 북대서양에서 항구 바다표범의 대규모 폐사를 일으킨 ‘피디브이’ 감염의 확산에 북극 해빙 감소가 배경으로 작용했는지 조사해왔다. 하지만 2004년 알래스카의 북해 해달한테서 피디브이가 검출될 때까지 북태평양에서는 바이러스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다양한 장소에서 2500여 마리의 바다 포유류에서 혈액과 콧물을 채취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나 생바이러스 등 검체를 수집했다. 또한 비표를 한 동물들의 위성 데이터로 위치를 기록했다. 이들 데이터는 해빙 감소와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2002년 기록적인 해빙 감소는 2003~2004년 북태평양에서 큰바다사자의 대규모 피디브이 감염으로 이어져 조사 대상의 30% 가량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피디브이 감염은 이후 줄어들었지만 2008년 개빙구역(open water : 떠다니는 부빙이 수면의 10분의 1 이하인 상태)이 출현하면서 2009년에 다시 급증했다.

논문 교신저자인 데이비스 캘리포니아주립대 트레이시 골드스타인 박사는 “해빙의 상실은 바다 야생동물들이 새로운 서식지를 찾게 만들고 물리적 장벽을 제거해 바다동물들이 이동할 길을 열어준다”며 “동물들이 이동해 다른 종의 동물과 접촉하면 새로운 감염병을 옮길 기회가 많아지고 파괴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다표범 같은 동물들은 이동을 하거나 번식하기 위해 얼음이 필요하다. 얼음이 사라지면 이들은 서식지를 옮겨야 한다. 또 북극이 따뜻해지면 바다표범이 잡아먹는 물고기들이 좀더 깊고 차가운 곳으로 이동해가기 때문에 바다표범들은 이들을 잡으러 더 멀리 이동해야 한다. 골드스타인은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바다표범들은 건강에 영향을 받아 체중이 감소하고 질병에 취약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얼음 위의 얼룩큰점박이 바다표범. 미국 해양대기청(NOAA) 제공
얼음 위의 얼룩큰점박이 바다표범. 미국 해양대기청(NOAA) 제공

연구팀은 북극의 기후변화가 심해지면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이고 병원체의 확산 기회가 더 많아져 많은 동물종들의 건강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골드스타인은 “얼음에 의존해 생존하던 동물들은 북극 해빙이 감소하면서 이미 멸종 위기에 접어들었다. 피디브이와 같은 전염병이 더 자주 발생하면 멸종이 가속할 것이다. 인류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동물에 의존해 살아가는 북극 지방의 주민들은 동물들과 그들의 서식지가 사라지면 생계에 위협을 받을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북극 지방의 환경과 동물, 주민들의 상황이 계속 열악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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