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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과학

1억년에 1초 오차…‘1초’ 개념 바꾸는 극한정밀 세계

등록 :2014-03-04 19:30수정 :2014-03-0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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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혁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시간센터장이 1억년에 1초밖에 틀리지 않는 이터븀원자 광격자시계의 작동을 점검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유대혁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시간센터장이 1억년에 1초밖에 틀리지 않는 이터븀원자 광격자시계의 작동을 점검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과학과 내일] 표준과학연 개발 ‘이터븀원자 광격자시계’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500m 결승전이 열린 지난달 15일 폴란드 선수 즈비그니에프 브루트카는 1분45초00으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마지막 조만 넘기면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마지막 조가 결승선을 통과하자 관중이 술렁대기 시작했다. 전광판에 새겨진 네덜란드 선수 쿤 페르베이의 기록도 1분45초00이었기 때문이다. 심판진이 모여 두 선수의 기록을 재판독한 결과 브루트카가 페르베이보다 1000분의 3초 빠른 것으로 나왔다. 브루트카는 가슴을 쓸어내린 반면 페르베이의 얼굴 표정은 일그러졌다. 사흘 전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에서는 1000분의 1초 차이로 순위가 갈리기도 했다. 유대혁 한국표준과학연구원(표준과학연) 기반표준본부 시간센터장은 “과학분야에서는 초의 측정에 대한 연구가 이보다 훨씬 정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과학계의 목표는 100억년에 1초가 틀리는 시계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표준과학연은 최근 차세대 표준시계인 ‘이터븀 원자 광격자 시계’의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일본에 이어 세번째로 발표된 연구 성과로, 1억년에 1초 정도 틀릴 정도로 정밀하다.

시간의 측정은 선사시대부터 이뤄졌지만 하루(날), 한 달(태음월), 일 년(계절에 들어맞는 해)처럼 자연현상에 기대지 않은 주일, 시간, 분, 초는 순수히 인간의 발명품이다. 실제 시간을 측정하기 위한 기계는 그리스 과학자 아르키메데스(기원전 287~212)가 만들었다는 태엽시계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시계는 기본적으로 진동자(진자)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진동하는 것을 세어(카운터) 이를 나타내주는 표시기가 시계다. 인위적인 시간의 가장 작은 단위인 ‘초’는 1956년까지 지구 자전을 진동자로 삼아 “1일(평균 태양일)의 8만6400분의 1”로 정의됐다. 하지만 조석의 마찰 등으로 지구 자전은 균일하지 않다. 국제도량형국(BIPM)은 지구의 자전보다는 부정확도가 낮은 지구의 공전을 기준으로 1년(태양년)의 3155만6926.9747분의 1을 초로 정의했다. 그러나 태양을 도는 지구의 공전주기도 불변의 값은 아니다. 정확한 값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관측을 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절대적이고 영원히 변하지 않는 기준을 찾아나섰다. 드디어 1967년 국제도량형국은 “초는 세슘-133 원자의 바닥상태에 있는 두 초미세 준위간의 전이에 대응하는 복사선(방사)의 9,192,631,770 주기의 지속시간이다”라는 새로운 정의를 내렸다. 이 정의에 맞춰 만든 것이 ‘세슘원자시계’다. 유대혁 센터장은 “세슘 원자가 91억9263만1770번 진동할 때 걸리는 시간을 1초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슘-133은 방사성 동위원소인 세슘-137과는 달리 반감기가 없는 안정적인 물질이다.

인공위성에는 이 세슘원자시계들이 들어 있다. 현대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성항법장치(GPS)로 위치를 추적하려면 4대 이상의 인공위성에서 전파를 타고 오는 시간 신호를 동시에 측정해야 한다. 시계가 100만분의 1초 틀리면 위치는 무려 300m가 달라진다. 세슘원자시계는 데스크톱 컴퓨터 본체만한 휴대용이 7천만원대에 판매되고, 심지어 손목시계용 제품도 시판되고 있을 정도로 보편화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6천만년에 1초 정도 틀리는 세슘원자시계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위성항법장치나 인터넷과 무선통신망 성능을 향상시키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등 물리법칙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더욱 정밀한 시계가 필요하다.

미국, 일본 이어 세계 세번째 개가
미래 과학기술엔 초정밀시계 필수
종전 세슘원자 ‘6천만년에 1초 오차’
GPS 등 정확성 더 높이는 데 한계

이론상 ‘300억년에 1초 오차’ 가능
관건은 이터븀 진동 불안요인 제거
2016년까지 ‘100억년 1초’ 실현 목표
2020년 이전 ‘1초 정의’ 다시 내릴듯

세슘 원자를 초의 정의 물질로 채택한 것은 진동수(주파수)가 잘 측정돼 있었고 실제 원자시계가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과학자들은 세슘의 경험을 살려 세슘보다 훨씬 주파수가 큰 원자들 가운데 후보들을 찾아나섰다. 원자의 주파수와 일치하는 주파수를 찾기 위해 전자파를 쐈을 때 원자의 움직임이 도플러 현상으로 왜곡되는 정도가 작아야 한다. 여기에 1997년 노벨상을 받은 ‘레이저 냉각(쿨링)’ 기술이 쓰인다. 하지만 레이저 냉각이 잘되는 원자가 많지는 않다. 초의 2차 정의 후보물질로 국제도량형국 산하 시간주파수자문위원회(CCTF)는 이터븀(Yb-171)과 스트론튬(Sr-87)을 꼽고 있다.

이터븀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일본·이탈리아가, 스트론튬은 미국·프랑스·독일·영국 등에서 연구하고 있다. 이터븀의 진동수는 518조2958억3659만865이다. 최대로 시계를 정밀하게 만들면 우주 나이의 두 배보다 긴 300억년 동안 1초밖에 틀리지 않는다. 현재까지는 올해 초 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가 <네이처>에 보고한 스트론튬 원자시계가 가장 정밀하다. 지구 나이보다 긴 50억년에 1초 정도 틀리는 정밀도다.

세슘의 주파수가 마이크로파인 데 비해 이터븀이나 스트론튬의 주파수는 가시광선 영역이다. 이터븀 주파수와 일치하는 장치를 만들기 위해 이터븀 원자를 조작하려면 레이저를 사용해야 한다. 이터븀 원자를 가열해 기체가 돼 날아오는 것을 6방향에서 보라색 레이저를 쏘면 가운데 겹치는 부분으로 원자들이 잡히고 여기에 초록색 레이저를 쏘면 냉각이 된다. 레이저를 양방향으로 쏘아 격자(광격자)를 만들면 원자들은 강도(인텐시티)가 큰 쪽으로 몰려가 격자 안으로 들어간다. 노란색 레이저를 쏘면 원자들이 강도가 낮은 쪽으로 떨어지면서 형광을 낸다. 이 형광을 측정해가면서 되먹임(피드백) 장치를 걸어 가장 형광이 강하게 나오도록 레이저 주파수를 조절해가면 이터븀 원자의 주파수와 일치하는 값을 찾아낼 수 있다. 이 값을 읽어내면 ‘이터븀 원자 광격자시계’가 된다.

연구자들이 도전하는 일은 이터븀 원자의 고유 진동수를 흔들어대는 외부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가장 큰 복병이 흑체복사다. 흑체복사는 온도를 지닌 모든 물질에서 나오는 것으로 피하려면 광격자 시계 전체를 절대온도 0도(영하 273도)로 냉각해야 한다. 할 수만 있다면 정밀도를 100억년의 1초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전체 냉각은 불가능하다. 일부 연구자들은 시계 장치 온도를 최대한 낮추거나, 원자만 액체질소 속에서 작동하도록 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또 격자 안에 잡아놓은 원자들끼리 충돌하면서 생기는 진동수도 방해꾼의 하나다. 과학자들은 원자끼리의 충돌 영향이 가장 작을 때의 조건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것만 잘 계산해내도 100억년이 1초가 가능해진다. 또 격자 안에 잡아놓는 원자의 개수나 레이저의 세기에 따라 값의 정밀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측정해 적정값을 찾아내는 방법도 동원된다. 특정 원자가 초의 재정의로 채택되려면 우선 각국에서 만든 광격자시계들로 잰 원자의 고유 진동수가 충분히 정확해져야 한다. 각국의 광격자시계들의 값이 일치하는지 비교하려면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유럽 쪽은 광섬유로 연결돼 있어 쉽게 비교할 수 있지만 아시아와 미국 등은 서로 떨어져 있어 통신 방법을 찾는 일도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위성항법장치를 이용하는 방법은 원자시계의 정밀도가 광격자시계를 따라가지 못해 한계가 있다. 과학자들은 쌍방향 통신, 인공위성 레이저 추적(SLR) 기술, 우주측지기술(VLBI) 등을 이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유대혁 센터장은 “내년에 열리는 시간주파수자문위원회는 우리가 측정한 값 등 각국의 보고를 종합해 각 원자의 주파수값을 잠정적으로 확정해 놓을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2016년까지 100억년의 1초까지 정밀도를 100배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국제도량형위원회(CIPM)가 적어도 2020년 이전에는 초에 대한 재정의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대덕연구단지/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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