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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미래

‘플라스틱 안전지대’ 과일·채소서도 미세플라스틱 나왔다

등록 :2020-07-09 09:00수정 :2020-07-1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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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연구진, 시장에서 구입 분석
사과·당근 등서 수만~수십만개씩 검출
과일과 채소에서 처음으로 미세플라스틱 입자들이 대거 검출됐다. 사진의 미세플라스틱은 기사 내용과는 관계 없음. https://earthjournalism.net
과일과 채소에서 처음으로 미세플라스틱 입자들이 대거 검출됐다. 사진의 미세플라스틱은 기사 내용과는 관계 없음. https://earthjournalism.net

플라스틱 오염의 안전지대로 여겨져 온 과일과 채소에서도 미세플라스틱(10마이크로미터 미만)이 다량 검출됐다.

그동안 화장품, 치약 등 화학물질이 든 생활용품은 물론 해양, 조개 등의 해양생물, 생수병, 맥주, 동물의 체내와 인간의 대변, 심지어 대기와 눈, 비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나온 적은 있지만 식탁에 오르는 과일과 채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은 처음이다. 이탈리아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이긴 하지만, 세계 각국의 작물 재배 환경에 별다른 차이가 없는 점을 고려하면 플라스틱 오염에서 자유로운 곳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됐다.

이탈리아 카타니아대 연구진이 최근 국제학술지 `환경 연구'(Environmental Research)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즐겨 먹는 과일과 채소도 높은 수준의 플라스틱 오염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시칠리아섬 카타니아시에 있는 시장 슈퍼마켓과 과일 가게 6곳에서 농산물 6가지(사과, 배, 당근, 상추, 브로콜리, 감자)를 3개 묶음 단위로 6개씩 구입해 분석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왼쪽은 사과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 오른쪽은 당근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 입자. 학술지 ‘환경연구’ 제공
왼쪽은 사과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 오른쪽은 당근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 입자. 학술지 ‘환경연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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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에선 사과, 채소에선 당근이 많아

가장 작은 플라스틱 입자는 당근에서 나왔으며, 크기가 약 1.5마이크로미터였다. 가장 큰 것은 상추에서 나온 2.5마이크로미터였다. 미세플라스틱은 땅 속에서 물과 함께 식물 뿌리에 흡수된 뒤 체관, 목관 등 식물 내 물질이동 통로를 통해 실 줄기와 잎, 열매로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식물 뿌리의 미세한 구멍을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기존 주장을 뒤엎는 것이다.

연구진이 수집한 표본을 분석한 결과, 10마이크로미터 미만의 미세플라스틱입자가 1그램당 최소 5만2050개(상추)에서 최다 22만3천개(사과)까지 검출됐다. 전체적으로 채소보다 과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더 많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과일 나무가 채소에 비해 나이도 많고 뿌리도 큰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채소에선 당근이, 과일에선 사과가 미세플라스틱 검출량이 가장 많았다.

연구진은 “이번에 분석한 과일과 채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많은 것으로 드러나 상당한 우려가 있지만, 일일 섭취량을 추정한 결과 이러한 음식 섭취를 통한 미세플라스틱 노출량은 페트병 생수 섭취를 통한 것보다는 양이 적었다”고 밝혔다.

과일에선 사과, 채소에선 당근이 미세플라스틱 검출량이 가장 많았다. 픽사베이
과일에선 사과, 채소에선 당근이 미세플라스틱 검출량이 가장 많았다. 픽사베이

비슷한 시기에 학술지 `네이처 서스티너빌리티'(Nature Sustainability)에 발표된 중국과 네덜란드 과학자들의 다른 연구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은 상추와 밀의 뿌리를 통해 흡수돼 식용 부위인 잎과 낟알까지 이동하는 것이 확인됐다.

네덜란드 라이덴대 환경독성학 교수인 빌리 페이넨뷔르흐(Willie Peijnenburg)는 "우리는 이미 약 50나노미터 크기의 아주 작은 입자가 식물 뿌리에 흡수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번 연구 결과 이것보다 40배 큰 입자도 흡수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실험실에서 생활하수를 사용하는 두가지 형태의 재배법을 적용해 진행했다.

나노플라스틱이 섞인 토양에서 7주간 자란 애기장대 뿌리에 흡수된 나노플라스틱(빨간색과 녹색). 나노 테크놀로지 제공
나노플라스틱이 섞인 토양에서 7주간 자란 애기장대 뿌리에 흡수된 나노플라스틱(빨간색과 녹색). 나노 테크놀로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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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발육에도 부정적 영향…수확량 감소·영양가 저하 가능성

미세플라스틱은 식물의 발육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미국 매사추세츠대와 중국 산동대 연구진은 형광 표시를 한 나노플라스틱 입자가 섞인 흙으로 애기장대의 성장 과정을 관찰한 결과, 7주 후 식물이 이 플라스틱을 흡수한 것을 발견했다. 애기장대가 흡수한 것은 200나노미터 미만의 나노플라스틱이었다. 연구진이 나노플라스틱의 흡수 여부를 들여다본 것은 플라스틱이 자연분해되는 과정에서 육상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연구진은 플라스틱에 오염되지 않은 토양에서 자란 애기장대보다 키도 덜 자라고 뿌리도 짧은 것을 확인했다. 애기장대는 식물 연구에서 모델식물로 많이 사용되는 식물이다. 연구진은 "나노플라스틱이 모델 식물의 전체 바이오매스(생물의 양)를 줄였으며, 이는 결국 작물의 수확량을 줄이고 영양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6월22일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실렸다.

플라스틱으로 뒤덮인 바다. 플라스틱수프재단 웹사이트
플라스틱으로 뒤덮인 바다. 플라스틱수프재단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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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고기와 유제품에도 있다고 봐야”

네덜란드 환경단체 플라스틱수프재단(Plastic Soup Foundation) 설립자 마리아 베스테르보스(Maria Westerbos)는 “갑각류와 어류의 몸에 미세플라스틱이 있다는 것은 수년전부터 파악해왔지만 채소에도 플라스틱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처음 밝혀진 것"이라며 "플라스틱이 채소에도 존재한다면 채소를 먹는 모든 동물에도 플라스틱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이는 고기와 유제품에도 플라스틱이 들어 있다는 걸 뜻한다"고 말했다.

인간 생활의 전반에 걸쳐 미세플라스틱이 존재할 뿐더러 이를 피할 수 없는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과학계는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를 안게 됐다. 미세플라스틱의 섭취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일일섭취량 허용 상한선을 정하는 것이다. 플라스틱수프재단은 2021년 4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플라스틱의 건강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들을 공유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첫 대규모 국제행사 `플라스틱건강정상회의'(Plastic Health Summit)를 열 계획이다.

미세플라스틱 오염의 증거들

다음은 최근의 미세플라스틱 검출 사례들 가운데 일부다. 일반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은 5mm 이하, 나노 플라스틱은 100㎚ 이하를 말한다.

-2020년 6월 미국 유타대 연구팀은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미국 서부 국립공원과 야생보호구역에 연간 1000t이 넘는 미세플라스틱이 바람이나 비를 타고 장거리 이동해 황사처럼 떨어져 쌓이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는 물병으로 쓰이는 페트병 1억2천만∼3억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2019년 9월 캐나다 맥길대 연구진이 미국화학학회(ACS)가 발행하는 월간 ‘환경 과학과 기술'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티백 한 개를 물에 넣고 끓이자 116억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와 31억개의 나노플라스틱 입자가 배출됐다.

-2019년 8월 독일과 스위스 과학자들은 북극에서 내리는 눈에서 1리터당 1만개 이상의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발견해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그 내용을 발표했다.

-2019년 6월 평균적인 미국인은 한 해 최소한 5만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먹으며, 호흡을 통해서도 그와 비슷한 양을 섭취하는 것으로 추정하는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환경과학과 기술'에 실렸다.

마리아나해구에서 발견된 비닐봉지. 비비시 화면
마리아나해구에서 발견된 비닐봉지. 비비시 화면

-2019년 5월 미국의 탐험가 빅터 베스코보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태평양의 수심 11km 마리아나 해구에서 바다 생물과 함께 플라스틱 봉지와 사탕 포장지 같은 쓰레기를 발견했다.

-2018년 10월 세계 16개 나라 28개 지역의 바닷물로 생산한 소금 표본 가운데 두 곳을 제외한 26개 지역의 소금 표본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환경 과학과 기술'에 발표됐다. 가장 오염이 심한 인도네시아산 소금에서는 1kg당 1만3000여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나왔다. 한국의 천일염 표본에서는 1㎏당 최고 232개가 발견됐다.

-2018년 10월 오스트리아환경청(EAA)이 유럽과 일본, 러시아 국적자 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대상자 전원의 대변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최대 9가지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왔으며 크기는 50~500㎛(마이크로미터)였다. 대변 10g당 평균 20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나왔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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