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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치일반

꼬리가 몸통 흔드는 ‘테러방지법 부칙’ 논란 증폭

등록 :2016-02-24 19:24수정 :2016-02-2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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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휴대폰 감청·금융정보 추적 권한 등 ‘끼워넣기’
금융정보이용법 등 본칙 훼손에 다른 상임위 심사 무력화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안의 ‘부칙’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가정보원에 휴대전화 감청과 금융정보 추적 권한을 주기 위해 단 몇 줄의 부칙으로 시민 기본권과 직결된 다른 법령의 핵심 내용을 담은 ‘본칙’을 깨버린 것이다.

법령은 크게 본칙과 부칙으로 나뉜다. 부칙은 법령 끝에 붙는데, 법령의 시행일자 등 비교적 경미한 사안을 담고 있다. 지난 23일 본회의에 상정된 테러방지법안 ‘부칙’ 제2조는 특정금융거래 정보 보고·이용법(FIU법) ‘본칙’의 핵심 내용인 ‘수사기관 등에 대한 정보 제공’ 조항을 수정한다고 ‘선포’한다. 그러면서 정보 제공 조항의 ‘금융감독 업무’를 ‘금융감독 업무,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조사 업무’로 바꾸고, 관련 정보를 제공받는 기관장에 ‘국가정보원장’을 추가했다. 또 통신비밀보호법 본칙에서 가장 중요한 ‘통신제한조치’(감청) 대상에 ‘테러방지법의 대테러 활동에 필요한 경우’를 추가시켰다.

새누리당은 이런 권한을 국정원에 주기 위해 금융정보분석원법(FIU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심사가 진행중이었다. ‘대테러 감청’을 허용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발의조차 하지 않았다. 이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심사권이 있다. 하지만 정무위 등에서 개정안 논의가 제대로 되지 않자,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안 부칙에 자신들이 원하는 법령 개정 내용을 슬쩍 끼워넣은 것이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4일 “어떤 법의 부칙에 의해 다른 법의 내용이 바뀐다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이다. 이는 극히 예외적인 부분에만 허용돼야 한다”고 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제정법률의 경우 부칙으로 다른 법을 개정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이 법의 부칙을 고쳐서 저 법의 실체적 내용을 바꾸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박 당선인의 국정운영 밑그림에 따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냈는데, A4 용지 430여쪽에 이르는 부칙이 달렸다. 이 법안 부칙을 통해 무려 712개 법령을 고치는 내용이었다. 비록 부처명 등을 바꾸는 것이었지만 규모가 워낙 방대해 당시에도 야당으로부터 위헌 논란이 제기됐다. 국회 상임위의 한 전문위원은 “안전행정부를 행정안전부로 바꾸는 것처럼 부칙을 통해 다른 법령에 규정된 부처 이름 정도를 바꾸는 것은 허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실체적 내용을 바꾸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는 ‘부칙 테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법사위는 어떤 법령의 부칙이 다른 법령의 본칙 내용과 충돌할 경우, 해당 부칙을 삭제하거나 수정해왔다. 18대 국회 법률안 체계·자구 심사 사례를 보면, ‘다른 법과의 충돌 우려 해소’, ‘다른 법과 충돌하는 조항 삭제’ 등이 여러 건 보인다. 하지만 주로 환경노동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소관의 ‘덜 민감한’ 법안들이다. 정무위 법안이라도 ‘은행상품의 이자율 표기’ 등과 관련한 것들이다. 이번 테러방지법안처럼 부칙이 다른 법의 핵심 본칙을 단번에 뜯어고치는 경우는 전례를 찾기 힘들다.

이 전문위원은 “이런 식의 법 개정은 과거 편법 입법이 이뤄지던 시절에나 예외적으로 행해지던 것이다.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과정에서 ‘부칙을 통한 다른 법의 개정은 없다’는 원칙은 오래전부터 확립, 운영돼왔다”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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