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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09 19:50 수정 : 2010.04.09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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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전 사장 진술번복에 전세 역전당혹한 검찰, 공소장외 의혹 언급
‘진술거부권vs 신문권’ 기싸움도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심리가 이뤄진 서울중앙지법 311호 형사중법정은 지난 두 달 반 동안 하루가 멀다하고 술렁거렸다. 뇌물을 건넨 혐의자로 재판정에 선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은 뜻밖의 발언으로 재판장과 검찰·변호인들을 놀라게 하거나 방청객들을 웃음짓게 만들었다. 검찰은 공판 과정에서 새롭게 제기된 증인의 발언을 문제 삼아 ‘위증’ 혐의로 조사하기도 했고, 한 전 총리의 진술거부권이 타당한 것인지를 놓고는 검찰과 변호인 사이에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저런 고비를 넘고 지나며 이번 재판은 한 편의 법정 드라마처럼 진행됐다.

■ “의자에 두고 왔다” 지난달 11일 제2차 공판에서 곽 전 사장은 “(오찬 뒤 각각 3만, 2만달러가 든 봉투 2개를 내가) 앉았다 일어선 의자에 놓고 나왔다”고 말했다. ‘2006년 12월20일 총리공관 오찬이 끝난 뒤 건네주었다’는 공소장의 표현과는 다른 발언이었다. 심리를 진행하던 형사27부 김형두 재판장은 “뭐라고요?”라고 묻기도 했다. 곽 전 사장은 또“한 전 총리가 봉투를 봤는지, 돈을 챙겼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곽 전 사장 진술의 신빙성에 본격적인 의문이 제기됐다. ‘검찰 조사와 법정 증언이 왜 다르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곽 전 사장은 검사가 무섭고 징그러워 그렇게 진술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을 권고했고, 검찰은 지난달 26일 공소장의 내용을 ‘의자 위에 뒀다’로 바꿨다.

■ “오찬 뒤 총리가 항상 먼저 나왔다” 지난달 18일 나온 당시 총리공관 경호원의 증언은 검찰을 다시 당혹케 했다. 경찰관 윤아무개씨는 “오찬이 끝나면 총리가 항상 먼저 나왔다”며 공소사실과 동떨어진 증언을 했다. 검찰은 윤씨에게 위증 혐의를 두고 있다고 밝혀 ‘강압 수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달 22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현장검증이 이뤄졌다. 재판부는 점심을 함께한 한 전 총리 등 일행 4명이 오찬장 바깥으로 나가는데 걸리는 시간과 밖에서 대기하던 수행과장이 오찬장으로 오는데 걸리는 시간 등을 재며 한 전 총리가 과연 돈을 챙길만한 시간 여유가 있었는지 등을 꼼꼼히 검증했다.

■ “총리가 곽영욱 소유의 콘도를 이용했다” 지난달 24일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갑자기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 소유의 회원권으로 제주도의 골프빌리지를 이용했다”고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변호인 쪽은 “공소사실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반발했지만 검찰은 “두 사람의 친분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세를 펼쳤다. 검찰은 그에 앞서서도 ‘골프채 선물’ 등 공소사실 이외의 내용에 집중해, ‘5만달러’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우니 흠집내기용 자료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번 재판의 ‘백미’에 해당하는 지난달 31일 검찰의 피고인 신문에서 한 전 총리는 “검찰의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기 위해 검찰의 피고인 신문에는 대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런 진술거부권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단은 이틀에 걸쳐 공방을 벌였고, 결국 변호인이 검찰의 피고인 신문 사항을 미리 읽어보고 이의를 제기하면 재판부가 이를 검토해 질문 항목을 수정·삭제한 뒤 묻게 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