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0.19 19:24
수정 : 2009.10.19 23:36
한-EU ‘FTA 협정문’ 분석…‘OIE’ 기준에 맡겨
정부 “품질 이상땐 수입제한” 불구 안전성 논란
광우병 위험이 미국산보다 더 높은 유럽산 쇠고기가 국내에 들어올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유럽연합(EU)과 최근 가서명한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에서 축산물 검역기준을 협상 초안(<한겨레> 4월22일치 1면) 그대로 ‘국제수역사무국’의 기준에 따르기로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통상교섭본부가 공개한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문을 보면, 양쪽은 농축산물 교역과 관련해 “동식물검역협정(SPS)과 국제수역사무국(OIE)의 지침과 기준에 부합하게 (요건을) 부과할 수 있다”고 최종 합의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동식물검역협정은 식품위생 및 동식물 교역에 따른 검역 절차를 일반적으로 규정한 것이며, 광우병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구체적인 기준을 세우는 곳은 국제수역사무국이다. 국제수역사무국은 현재 영국과 스페인 등 유럽 16개 국가를 미국과 함께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분류하고 있어, 우리나라가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을 발효할 경우 ‘최혜국 대우’나 ‘동등 대우의 원칙’에 따라 쇠고기 수입을 막기 어렵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받아들인 것도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을 근거로 한 미국 쪽의 요구를 따른 것이었다.
송기호 변호사는 “현행 세계무역기구 체제에선, 식품 및 동식품 교역과 관련해 상대국이 따로 수입위생조건을 합의해줘야만 시장 개방이 이뤄진다”며 “하지만 법률과 같은 효력을 지니는 자유무역협정에 이런 자세한 조항을 담기 힘들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결국 유럽산 쇠고기 수입을 막기 어렵고, 우리 검역 주권이 크게 제약돼 있다”고 말했다.
유럽산 쇠고기는 안전성 논란이 거세다. 국제수역사무국의 누리집을 보면, 2006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한 광우병 651건 가운데 95.7%(623건)가 유럽 지역에 집중됐다. 특히 올해 들어 보고된 18건은 모두 유럽 지역에서 발생했다. 미국의 경우 안전성 문제를 들어 유럽연합산 쇠고기의 수입을 여전히 막고 있다.
정부는 유럽산 쇠고기의 품질을 검증하기 위한 안전판을 마련했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상대적으로 일방적인 수입 요건만 규정한 협정문 초안과 달리, “(쇠고기) 수출국은 해당 지역이 질병이 없거나 질병의 가능성이 낮은 지역이라는 점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증거를 (수입국에) 제공해야 한다”는 추가 조항을 협상 과정에서 덧붙였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협정 내용에 따라 유럽산 쇠고기의 품질에 이상이 있을 경우에 직접 조사를 실시하고 이에 따라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과 쇠고기 시장 개방을 놓고 마찰을 빚는 캐나다의 사례를 보면, 정부의 기대대로 상황이 전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