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0.01 18:38
수정 : 2009.10.01 18:38
세종시 질의 난색 표하자
항의조차 없이 대체 질문
이명박 대통령의 30일 기자회견에서 최대 정치·사회적 쟁점인 세종시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은 데에는, “세종시 관련 질문을 하지 말아달라”는 청와대의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인 기자들의 문제도 크다.
기자회견을 앞두고 청와대 홍보수석실과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질문 개수와 내용에 대해 사전조율을 했다. 사전조율은 과거 정부에서도 관행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양쪽의 협의 과정에서 종합지, 방송, 경제지, 지방지, 외신에 각각 하나씩의 질문 기회를 주기로 했다. 방송과 외신은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경제지와 지방지는 경제·친서민 정책, 종합지는 국내 현안을 묻기로 역할 분담이 됐다.
국내 현안과 관련해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최대 현안인 세종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입장을 묻기로 의견을 모으고, 이를 지난 29일 홍보수석실에 알렸다. 그러나 홍보수석실에서는 “세종시 문제는 질문지를 주더라도 답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질문으로 대체해줄 것을 기자들에게 요청했다. 대답하기 난처한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또 이번 기자회견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개최를 설명하는 자리인데, 휘발성이 강한 세종시 문답이 이뤄질 경우 기자회견 의도가 망가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기자회견에서 최대 현안을 다루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세종시 질문 의사를 밝혔지만, 청와대는 난색을 표하며 ‘협조’를 구했다. 기자들은 현실적으로 대통령의 세종시 답변을 듣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큰 논쟁 없이 이를 수용했다. “왜 질문 기회조차 막느냐”며 강력하게 항의한 기자는 없었다. <한겨레>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질문은 ‘개헌 및 선거제도 개편’으로 결정됐다. 기자회견 현장에서 예정보다 시간이 남자 즉석에서 기자 한 명에게 질문 기회가 추가됐으나, ‘북핵과 그랜드 바겐’ 질문이었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에 대한 답변을 아예 안 하거나 원론적 언급을 하고 넘어갈 수는 있을지언정, 최소한 기자들이 국민적 관심 사항에 대해 질문하는 것조차 포기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참모들에게 “기자들이 적절하게 질문을 해줘서, 강조하고 싶은 점을 잘 설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황준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