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로그인
컨텐츠

등록 : 2009.09.24 20:41 수정 : 2009.09.24 22:30

이강국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헌법재판관들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헌재는 이 자리에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제10조, 야간집회 금지 조항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헌재 “집회의 자유 제한” 헌법불합치 결정…내년 6월까지 법개정해야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봉쇄하고 참가자들을 처벌하는 근거가 됐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4일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국회는 내년 6월30일까지 이 조항을 개정해야 하며, 그때까지 개정되지 않으면 이 조항은 효력을 잃게 된다.

헌재는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뒤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한 집시법 제10조가 “집회의 사전허가를 금지한 헌법에 위배되고 집회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박탈하는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단했다. 재판관 9명 가운데 이강국 소장과 이공현·조대현·김종대·송두환 재판관 등 5명이 즉각 법조항의 효력을 없애는 위헌 의견을 냈지만 위헌 결정 정족수인 6명에 못미쳐 민형기·목영준 재판관이 낸 헌법 불합치 의견을 합산해 최종 결정이 이뤄졌다. 헌법 불합치는 위헌 판단을 내용으로 하지만 단순 위헌 결정으로 생기는 법의 공백을 막고자 개정 때까지 한시적으로 해당 법조항을 존속시키는 ‘변형 결정’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유신헌법에서 삭제됐던 집회 허가 금지조항이 1987년 헌법 개정에서 살아난 것은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한 자유민주주의적 헌정질서가 발전·정착되기 어렵다는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한다. 이는 언론·출판의 자유처럼 집회도 검열제를 금지하겠다는 국민들의 헌법적 결단으로 봐야 한다”며 집회의 자유가 민주화운동의 성과임을 명확히 했다. 헌재는 이어 “세계 각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법이나 행정권으로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희옥·이동흡 재판관은 “야간의 특수성과 옥외집회라는 속성상 공공의 안녕질서를 침해할 개연성이 높다”며 이 조항이 헌법에 합치된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해 10월 박재영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판사는 야간 옥외집회 주최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안진걸(35)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의 신청을 받아들여 헌재에 이 조항의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원장이던 신영철 대법관은 이 사건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며 이강국 헌재 소장을 찾아가는 한편, 판사들에게도 위헌제청과 상관없이 재판을 빨리 진행하라는 전자우편을 보내 ‘촛불재판 개입’ 논란을 일으켰다.

시민단체들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확대하는 것이라며 이번 결정을 반겼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법 개정 때까지는 현행 조항을 “원칙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