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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14 22:14 수정 : 2009.07.15 01:28

인사청문회를 치른 지 하룻만에 전격 사퇴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14일 밤 침통한 표정을 지은 채 승용차 뒷자리에 앉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 사퇴
이 대통령 ‘여론 보고’ 받은 직후 천 후보 사퇴
숭숭 뚫린 검증시스템 ‘MB 낙점’이 근본원인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14일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쇄신 인사’가 타격을 받았다. 법적·도덕적 흠결투성이인 천 후보자를 사전에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론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천 후보자의 자진 사퇴는 이날 오후 유럽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 대통령이 참모들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은 직후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거북이 인사’ 스타일에 비춰 이례적으로 신속한 결정이다.

이는 천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갈수록 악화하는데다, 천 후보자를 정리하지 않고는 조만간 단행할 청와대와 내각의 개편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절박한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중도·통합·소통을 강조해온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고려도 작용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천 후보자가 일본에서 골프 친 일을 거짓말처럼 들리게 말한 게 치명적이었다”며 “이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에도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300억원대 재산 기부 효과를 천성관 한 방으로 다 까먹어버렸다”는 말까지 나오던 터였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천 후보자의 사의 표명 자체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천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기수 파괴’라는 쇄신 효과를 노리며 야심차게 지명한 인사다. 청와대는 지난달 천 후보자를 지명한 뒤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스타일이 반영된 파격 인사”라고 홍보한 바 있다.

특히 천 후보자가 전적으로 이 대통령에 의해 ‘간택’된 것으로 알려진 점은 이 대통령에게 적지 않은 정치적 상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인사팀이 사법시험 20·21회에서 검찰총장 후보군을 올리자 “22회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천 후보자는 사시 22회다. 이 대통령은 천 후보자 지명을 두고 “역대 대통령 가운데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검찰총장에 지명한 것은 나밖에 없을 것”이라고 뿌듯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리 백화점’ 수준에 가까운 천 후보자의 갖은 의혹을 미리 걸러내지 못한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도 도마에 오르게 됐다. 현재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공직후보자의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부서는 민정수석실의 공직기강팀이다. 대통령실장 직속의 인사비서관실에서 후보군을 올리면 공직기강팀에서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정밀검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천 후보자의 경우 이런 시스템에서 전혀 걸러지지 않은 여러 결점들이 인사청문회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내정 발표에 앞서 갖가지 제보와 소문이 잇따르지만 위법 사실이 없고 직무 수행에 중대한 결함이 없으면 낙마시킬 수 없다”며 “소문으로 인사를 결정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해명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애초부터 천 후보자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가 강해서 검증에 한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민정수석실에 검찰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탓에 애초부터 검찰총장 후보 검증에 적극적이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지금은 인사팀과 검증팀이 사실상 한 팀처럼 돌아가고 있어서 치밀한 검증에 한계가 있다”며 “인사팀과 검증팀을 완전히 분리시켜 철저한 견제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