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개혁입법 추진 난항 실태:정무위원회의 경우’라는 제목의 문건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
여당의원 성향분석 문건 ‘충격파’
이상득 의원쪽 “정치권 안팎인사” 이 의원은 “금융권서…”
비공개 주장도 적혀…안 총장에도 의심 눈총
형님 비공식라인 ‘상왕정치’ 의혹 키워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이 이른바 ‘이명박 개혁입법’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성향’을 분석한 문건을 본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건의 작성자와 전달 경위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형님’이 ‘비공식 라인’을 통해 여전히 ‘상왕정치’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 이 의원의 해명
이 의원은 지난 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개혁입법 추진 난항실태: 정무위의 경우’라는 제목의 문건을 옆자리에 앉아 있던 안경률 한나라당 사무총장과 함께 1~2분간 들여다보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취재진 카메라에 찍혔다. 문건은 “이명박 정부의 금융 선진화 및 규제개혁의 핵심 개혁입법이 ‘한나라당 내 이견’으로 좌초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산업은행 민영화, 동의명령제, 지주회사법 등과 관련해 정무위 소속 고승덕·이진복·박종희·김영선 의원, 홍준표 원내대표 등을 ‘절대 반대’, ‘반대’, ‘소극 반대’ 등으로 노골적으로 분류해 놓았다. 누군가를 위해 내부 동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든 ‘맞춤형 보고서’라는 느낌을 준다.
이상득 의원은 7일 “그날 점심때 금융계 인사가 뭘 하나 주길래 받아서 본회의장에 들어와 펼쳐본 것”이라며 “안경률 사무총장이 뭐냐고 물어봐 이런 게 있다고 보여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의원은 내부 보고 문건, 국정원 보고서, 비선조직 문건 등 출처 논란과 관련해서도 “이것을 당에서 만들 리가 있겠느냐. 외부에서 만든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 문건은 누가 만들었나?
그러나 이 의원의 해명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이 의원 쪽은 애초 “정치권 안팎 인사가 문건을 줬다”고 말했지만, 파문이 커지자 ‘금융계 인사’로 한정하며 말을 바꿨다. 그동안 정치개입 의혹을 받았던 이 의원 입장에선 당내나 정치권 인사, 또는 정보기관을 연상시킬 수 있는 ‘정치권 안팎 인사’라는 표현보다는 금융계로부터 받았다고 얘기하는 것이 가장 정치적 부담이 적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 문건의 제목엔 ‘정무위의 경우’라는 말이 딸려 있다. 다른 상임위의 ‘개혁입법 난항 실태’ 문건이 더 존재하는 게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정무위 관련이라면 금융계 인사가 준 것이 맞지만, 다른 상임위엔 해당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의원들은 “정무위뿐 아니라 각 상임위 사정을 두루 종합할 수 있는 당내 인사가 만들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정무위 현안에 대한 자세한 정보보다는 의원 개개인에 대한 ‘동향 정보보고’에 가깝다는 점에서 정보기관에서 작성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긴 힘들다. 국정원은 “우리 보고서와 형식이 다르다”며 일축했지만, ‘형님’에게 ‘줄’을 대려는 국정원 직원이 개별적으로 만들어 전했을 거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당내에선, 이 의원과 함께 문건을 본 안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한 의원은 “지난 5일 밤에 이 뉴스가 보도되자, 여러 의원들이 ‘안 총장이 전달했다고 한다’며 수군댔다”고 전했다. 또다른 한 의원도 “겉으로는 말하지 않지만, 안 총장이 전달한 것으로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당사자들의 반응 당사자들은 불쾌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여당이 됐는데도 감시·감독당하는 것이 기분 나쁘다. 내가 산업은행 민영화에 소극적인 게 사실인데, 분석은 굉장히 정확히 했다”고 말했다. 김영선 위원장도 “우선 문건 내용이 잘못됐다. 동의명령제는 위헌 요소가 있는데 어떻게 개혁입법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진복 의원은 “누군지는 몰라도 그 보고서를 쓴 사람은 굉장히 시대착오적인 사람”이라며 “법안에 대해서 의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논의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기분 나쁘다”고 말했다. 작성·전달자가 누구든, 대부분 의원들은 ‘대통령의 형님’인 이 의원이 동료 의원들의 성향을 분석한 문건을 보고받는 것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여긴다. 그렇잖아도 이 의원은 당 지도부에게 각종 ‘지침’을 내리며 당내 현안에 깊숙이 관여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그를 두고 ‘영일대군’이란 말도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당직자도 아닌 이 의원이 그런 문건을 보고받을 위치에 있느냐.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한겨레 주요기사]
▶ “탈퇴한 내이름 왜”…전교조 명단 30% ‘엉터리’
▶ 한나라, ‘삐라 살포’ 정부지원 추진
▶ 인터넷·이동통신 불공정약관 ‘철퇴’
▶ 오바마 내각 ‘인종·성별 초월’
▶ 자금시장, 풀리지않는 ‘한파주의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