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로그인
컨텐츠

등록 : 2008.03.31 07:43 수정 : 2008.03.31 09:44

[총선민심읽기] 수도권 30~40대 남성 7명 심층좌담

이명박 대통령 당선 석 달, 합리적 민심의 잣대로 불리는 수도권 30~40대 남성들은 이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리더십’에 대한 견제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 투표 여부를 떠나, 그들은 모두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 대통령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합리성을 추구하고 강한 추진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강부자·고소영 내각 파동’, 한반도 대운하 추진 논란, 급랭하는 남북관계를 바라보면서 서서히 마음이 바뀌고 있다고 했다. 특히 4·9 총선을 앞두고 여당인 한나라당에 의회권력까지 넘길 경우 이 대통령이 국민이 반대하는 대운하 공사를 강행하고, 남북관계를 퇴보시키고, 정치문화를 과거로 퇴행시키는 ‘역주행’을 감행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투표’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었다.

4·9 총선을 열흘여 앞둔 지난 28일 저녁, 수도권 30~40대 남성 7명이 ‘표적집단 심층좌담’(FGD)에 참가했다. 공정성 확보를 위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플러스에서 참석자 선정 및 좌담 진행을 맡았고, <한겨레>는 참석자들의 동의를 얻어 그 결과를 보도하기로 했다. 다만, 개인 신상 보호를 위해 참석자들의 이름은 가명으로 처리했다.

“강부자 내각·대운하 남북관계 급랭… 국정운영 역주행”
“당까지 밀어주면 독선적 리더십 우려 대여 견제할 것”
“공무원 개혁 등 기대, 희망 접는건 국민불행…한나라 계속지지”

첫 대면의 서먹함 속에 가볍게 인사를 건낸 참석자들은 대선 전후 이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주제로 초반부터 열띤 토론을 시작했다. 국민은 왜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했을까? 대선 때 이 대통령을 찍었다는 세 명의 참석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찍은 건 서민을 잘살게 하겠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서민 후보가 서민을 더 못살게 군다는 결말이 나왔다.” 인테리어업 종사자인 이해주씨는 “노무현 정부에서 서민이 밀렸다”며 “대선 때 이명박씨가 시이오 출신이고, 청계천 복구와 버스노선 개편으로 추진력도 있으니 서민을 더 잘살게 해주겠다 싶어서 찍었다”고 말했다. 이석호씨도 “시이오 출신인 이명박씨가 국민여론도 수렴하고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할 것이라고 봐 지지했다”고 거들었다. “전북 출신으로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김동민씨조차 “이번에는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해, (국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추진력을 보고 이명박씨를 찍었다”고 공감했다. 최고경영자의 성공신화, 강한 추진력,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대한 기대감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핵심 동력이라는 것이다.

이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은 참석자들도 ‘이명박 성공신화’가 어떤 형태로든 투표에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정동영 후보를 찍었다는 장상윤씨는 “처음엔 말도 많던 청계천 복원과 버스노선 개편 사업이 나중에 좋은 결과로 나타나면서 이명박씨의 카리스마가 (가슴에) 와 닿았다”며 “그런 업적이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공감했다. 박정호씨는 “이명박씨가 (대통령) 될 것을 확신했다”며 “너무 몰아주는 것 같아 문국현 후보를 찍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박경수씨는 “회사 사장과 나라를 이끄는 걸 똑같이 생각할 수 있냐는 의문이 들었고, 이명박씨의 ‘불도저 타입’이 마음에 안 들었다”며 강한 추진력이 오히려 역선택의 이유였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석 달, 요즘 이들의 마음은 어떤 상태일까? “인사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떻게 할지 아는데,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사람들을 장관에 앉혔다. 이명박씨를 대통령으로 뽑을 때는 도덕성을 떠나 능력을 봤지만 장관들까지 (비도덕적 인사를) 수용하는 건 아니다. 이 대통령이 경제를 살릴 것이라 기대했는데, 지금은 그런 기대를 할 상황이 아니다.” 박정호씨의 이런 진단에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찍었다는 참석자들도 공감했다. “현재까지 벌어진 일을 볼 때 실망이다. 기대치에 못미친다.”(김동민) “실망스러운 게 많다.”(이석호) “대통령 지지했지만 솔직히 안 좋다.”(이해주)


대선 때부터 이 대통령의 독선적 리더십을 의심했다는 박경수씨는 “국민들은 이명박씨가 시이오 출신이라 나라를 잘 경영할 거라고들 했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결국 자신의 판단이 적중했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남북문제도 그렇고, 장관도 전부 자기 옆에 있는 사람들을 임명했다. (장관들이) 돈 많은 것도 문제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을 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밀어붙이기 스타일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렇다면, 수도권 30~40대는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완전히 철회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았다. 지난 대선 때 ‘참여정부가 경제를 망쳤다”는 한나라당의 ‘참여정부 심판론’을 “과장된 정치적 사기”라고 규정한 박경수씨를 제외한 6명의 참석자들은 ‘실망이 크지만 아직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전면적으로 철회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취임 한 달 된 이 대통령을 업적과 성과로 평가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공무원 개혁 등 아직 기대해볼 여지도 있다는 이유였다. “이제 겨우 한 달인데, 뭘 판단할 전문지식도 없어요. 공무원 개혁도 하고, 그런 부분은 발전이 될 것 같아요.”(최정훈) “이제 시작이잖아. 믿어봐야지. 장관 인사가 잘못됐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인사를 잘한 대통령이 있나요? 대통령 해본 지 이제 한달인데….”(이해주)

‘현시점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접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는 의견에 동의하냐’는 사회자 질문에도 다수가 공감했다. “그러면 앞으로 5년은 포기하는 것인데” “그래도 우리가 적은 아닌데 좀더 봐야지” “흑백 논리로 기대를 접었다, 아니다라고 단정하긴 좀 그렇다”라는 웅성임도 잇따라 터져 나왔다. 실망은 크지만, 지금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것은 성급할 뿐 아니라, 국민적 불행이라는 생각이 깊이 깔려 있는 듯 보였다.

아직 이 대통령에 대한 기대심리를 완전히 접지 않은 30~40대, 그들은 다가올 4·9 총선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모두가 궁금해할 대목에서 참석자 다수는 좀 뜻밖의 답을 내놓았다. 이 대통령이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국정운영을 하지 못하도록 일정하게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이다. 이석호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있을 때는 지역사회를 편가르지 않았다. 지금은 지역적인 편가르기가 나온다. 총선에선 아무런 내색도 안 하지만, 총선이 끝나고 칼자루가 주어지면 혼자 다하겠더라”고 우려하며 “이 대통령을 찍었지만 한나라당까지 밀어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견제론에 손을 들었다. 이해주씨도 “아직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많고 지지한다. 하지만 대운하도 그렇고, 솔직히 장관들은 땅부자들에다 소망교회에 고대 출신이다”며 “너무 심하게 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른 쪽으로 밀어줘야 하지 않나 싶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들은 특히 업적과 성과를 중시해 온 이 대통령이 총선 뒤 한반도 대운하와 남북관계 등에서 일방주의로 흐르면서 국민들을 편가르기 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김동민씨는 “경제는 발전할지 모르지만, 남북문제에서 불협화음이 생길 것 같아 불안하다”며 “추진력을 너무 앞세워 좌우를 살피지 않고 우리 안에서 진보와 보수를 대립시킬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과거에는 ‘차떼기’ 등 (부정한) 돈에 관한 염려가 많았는데, 거대 여당이 탄생하면 모든 것을 전부 자기 유리한데로만 끌고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호씨도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남북관계를 부정하는 데 우려가 크다. 자기와 뜻이 안 맞는 정부지만 아예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라고 꼬집으며 “총선 때문에 안 나오지만, 대운하는 밀어붙일 것 같은 우려가 크다. 그건 정말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석호씨 역시 “공무원 감원은 노무현 대통령보다 낫다. 그런데 (총선에서 이기면) 엉뚱하게 자기 혼자 밀어제치고 할까봐 그게 두렵다”며 “그래서 칼자루를 나눠주고, (행정부와 의회)권력은 분산시켜야 한다”고 결론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 “이명박 정부 인사·경제 실망” “그래도 더 지켜봐야지”
▶ “한나라 지지율 거품” “민주당이 예뻐서 지지하나”
▶ “박근혜계 30석만 얻으면 살아남을 것”
▶ 동작을·종로 “여야 거물들 파워 느껴져요”
▶ “유인촌 ‘기관장 교체 발언’ 과잉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