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12 20:16
수정 : 2008.03.13 09:05
문화예술계 “반문화적 색깔론” 반발
“청문회 때 자신이 한 말조차 뒤집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2일 문화부 산하 기관장들 가운데 이명박 정부의 이념과 맞지 않는 인사의 퇴진을 요구했다. 하지만 문화예술 분야의 주요 기관장들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 반문화적 색깔론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유 장관의 말은 “전 정권에서 임명된 산하기관장은 사퇴해야 한다”는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전날 발언에 뒤이은 것으로, 이명박 정부가 분야별 인적 청산을 본격화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안 원내대표 발언과 관련해 “일면 타당성이 있다. 과거 정부에서 임명된, 코드가 다른 사람들이 임기가 끝날 때까지 남아 있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이날 광화문 문화포럼(회장 남시욱)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이명박 정부의 문화정책’을 주제로 연 초청 강연에서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나름의 철학과 이념, 자기 스타일과 개성을 가진 분들로 그런 분들이 새 정권이 들어섰는데도 자리를 지키는 것은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뒤집는 것”이라며 “30여개 산하기관장들 중 철학·이념·개성이 분명한 사람들은 본인들이 알아서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일반 기업도 대표가 바뀌는 시점에는 인사를 안 한다”며 “대통령 선거 한달 전에는 상식적으로 인사를 안 하는데도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많은 인사가 이뤄진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 통화에서 “유 장관의 발언은 청문회에서 좌우를 구분 않고 일하는 전문가 중심으로 사람을 쓰겠다고 했던 자신의 말조차 뒤집은 것으로,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당하게 응모해 임기제 관장이 되어 국가를 위해 일하고 있고 임기가 1년 반이나 남았는데도 나가라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문화예술 분야 기관장도 “전문성을 인정받아 임용된 단체장들을 두고 색깔론으로 몰아가는 발상이 오히려 반문화적”이라고 반발했다.
구본준 임종업 기자
bon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