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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지난 10년간 국정을 파탄시킨 세력들이 각계의 요직에 남아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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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원내대표 ‘인적·제도적 청산’ 발언 파문
‘진보개혁 코드 교체’ 공세…총선 탈락자등 배려 속셈도
청와대 “정권교체 됐는데 임기·법리 이전 상식” 거들어
민주화운동 평가 등 청산대상 예고…총선 쟁점 뜨거울듯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11일 꺼내 든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의 인적·제도적 청산’ 주장은 총선을 앞두고 적지 않은 정치·사회적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안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 쪽도 “당연한 얘기”라고 거들어, 이명박 정부가 본격적으로 우리 사회 진보 가치에 대한 공세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나라당이 인적·제도적 청산을 들고 나온 것은 10년 만의 보수정권 집권에 맞춰 정부와 정책, 사회 각 분야에서 진보·개혁적 색깔을 빼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곧 인적·제도적 측면에서 ‘코드 교체’를 하겠다는 뜻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만들어진 진보·개혁적 성격의 각종 제도가 이명박 정부의 ‘경제 우선주의 정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현실적 판단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무직 임기제 기관장들의 사퇴 문제와 관련해 “임기나 법리 이전에 그야말로 정치적 상식과 금도의 문제 아닌가 싶다. 전 정권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왜 물러나야 하는지 안 원내대표가 논리를 잘 정리하셨더라”고 말해, 한나라당 주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공기업 기관장과 감사, 이사 모두 전임 대통령과 같은 코드로 채워져 있다”며 “정권이 바뀌었으면 새 대통령과 철학, 정책을 공유하는 사람들로 바꿔서 국정을 책임 있게 수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의 인적 구성과 법·제도로는 이명박 정부가 주창하는 강도 높은 규제 개혁과 공기업 구조조정을 이뤄낼 수 없다는 게 청와대와 한나라당 생각이다. 안 원내대표가 이날 ‘좌파적 법안’으로 사립학교법, 출자총액제한 제도 등을 언급한 것도 ‘친기업’, ‘규제 완화’, ‘효율성’ 등을 강조하는 이 대통령 패러다임과 맥을 같이한다.
한나라당의 ‘인적·제도적 청산’ 주장은 4·9 총선 전략과도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과거 정권 사람들이 버티고 있어서 이명박 정부가 일할 수 없다’며 과반 의석을 호소할 테고, 야당은 ‘한나라당이 모두 싹쓸이해 버리려 한다’고 맞서면서 선거 이슈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인적 청산 주장엔 선거 공신이나 공천 탈락자 등을 배려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이 대통령의 한 측근 인사는 “공기업 사장들이 비켜 줘야 공천에서도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의 제도적 유산을 정비하겠다는 한나라당 태도는 거센 사회적 논란과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우선, 인적 청산 문제는 법으로 보장된 임기제를 정면으로 거슬러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한나라당이 사퇴를 주장해 온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의 경우, “정권이 바뀌었다고 공영방송 사장이 물러나면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이 유지될 수 없다. 외부에서 오는 그 어떤 도전에도 당당히 맞서겠다”며 내년 11월 임기 이전에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더욱 큰 논란은 새 정부의 방향이 그동안 우리 사회가 쌓아 온 진보적·민주적 가치를 허물어뜨리려는 게 아니냐는 점이다. 한나라당과 새 정부의 ‘청산’ 대상엔 지난 정권의 과거사 재조명 노력이나 민주화운동 평가와 지원사업 등도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나라당은 이전 정부의 이런 노력들을 ‘진보 이념의 확산 작업’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외과)는 “집권했다고 해서 국민들이 법·제도까지 마음대로 바꾸라고 위임한 것은 아니다. 5년 뒤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도 똑같은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국가 운영의 긴 안목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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