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23 19:13
수정 : 2007.08.23 19:13
국민선거인단 신청 ‘하룻밤 10만명’
신청만하면 누구나 투표권
캠프들 조직표 확보 열올려…“동창회 통째 입력” 뒷말도
‘100% 완전국민경선’(오픈 프라이머리)을 표방한 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이 초반부터 ‘동원 선거’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투표에 참여할 국민선거인단을 각 후보 캠프가 조직적으로 긁어 모으는 양상으로 진행되면서, “무늬만 오픈 프라이머리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많은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 경선을 흥행시키고 민심을 얻는 대선 후보를 뽑겠다는 애초 취지는 온데 간데 없다.
|
|
23일 오전 민주신당 지도부와 함께 광주 5·18민주묘지를 방문한 오충일 대표가 류동원 열사의 묘비를 쓰다듬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
민주신당 경선은 원하는 사람 누구나 선거인단으로 신청만 하면 투표권을 갖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당원이 아니어도 선거인단 등록에 문제가 없다. 문서나 전화, 인터넷 등으로 간단한 본인 확인절차만 거치면 선거인단이 될 수 있다. 이는 신청자 가운데 일부를 추첨해 투표권을 줬던 2002년 민주당 경선방식이나, 전화로 투표참여 의향을 물어 선거인단 등록을 받은 올해 한나라당 경선 방식과도 다르다. 당연히 일반국민 참여 비율도 2002년 민주당 경선(50%)이나 한나라당 경선(30%)보다 높다.
그러나 민주신당 경선은 흥행 성공을 거둔 두 경선과는 전혀 딴판으로 진행되고 있다. 당의 낮은 지지율 탓에 자발적 참여보다는 각 후보 캠프의 선거인단 모집 경쟁이 더 뜨겁다. 문을 열어 놓았지만 제 발로 찾아오는 사람은 없는 형국이다.
그 대신 각 후보 캠프는 선거인단 신청에 필요한 이름, 주민번호, 연락처 등 신원 정보를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어느 캠프에는 ‘백지 신청서’가 수만장씩 쌓여 있다거나, 향우회·동창회·병원 등의 회원 데이터베이스가 통째로 입력됐다거나 하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서류 접수는 한사람이 10명까지만 대리 신청할 수 있도록 제한했지만, 본인 인증 절차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인터넷을 이용한 ‘대리 접수’ 의혹이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2일 밤 9시께 10만명 수준이던 인터넷 신청자 수가 23일 오전 7시께 20여만명으로 늘었다. 하룻밤새 10만명이 인터넷으로 선거인단 신청을 한 것이다. 민주신당의 한 의원은 “결국 선거인단을 많이 모으는 쪽이 이긴다. 어느 지역의 선거인단이 많고 적고도 따지지 않기 때문에 완전히 조직 싸움이 된다”고 말했다.
경선 초반에는 어느 정도 ‘동원’이 불가피하다는 항변도 있다. 당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후보들이 나서지 않으면 어떻게 선거인단을 모집하느냐는 얘기다. 민주신당 관계자는 “2002년 첫 지역별 경선이 치러진 제주에서도 유권자의 13%에 달하는 6만5천명이 선거인단으로 등록했다”며 “초반에는 동원이 있었지만, 경선 과정에서 주자들의 순위가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자발적 참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몇몇 캠프에서는 유권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현장 투표 외에 인터넷·모바일 투표 등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신당의 한 초선 의원은 “대리 접수 등을 통해 선거인단을 200만명 모은다 해도, 투표율이 10~20%에 그치면 웃기는 일 아니냐. 잔뜩 모으기만 한다고 능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